[위기는 기회다] 이재용·정의선, 바이오·전기차 '퍼스트 무버' 전략 통했다···"ESG 과제 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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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는 기회다] 이재용·정의선, 바이오·전기차 '퍼스트 무버' 전략 통했다···"ESG 과제 산적"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3.01.28 2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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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제 2의 반도체' 바이오 사업 성과...업계 최초 매출 3조원 돌파
...신약 개발 성과 부족... '세상을 바꿀 인재' 및 '세상에 없는 기술' 과제
- 정의선, 전기차 글로벌 판매량 21만대 판매...전년 대비 48.2% 증가
...스마트 모빌리티 비전 갈 길 멀어...IRA법 등 미국 시장 해법 찾아야

글로벌 경기침체와 공급망 불안이 장기화되며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은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됐다. 국내 기업들은 위기 극복에 대한 강한 도전정신으로 신성장 동력 발굴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그간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창출해 성장해왔다. 이에 <녹색경제신문>은 위기 돌파를 향한 경영자 및 기업의 노력과 성과 등 주요 사례를 심층 취재해 '위기는 기회다' 연간 기획 시리즈로 연재한다. [편집자 주(註)]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선도자)' 전략이 빛을 발하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제 2의 반도체'로 육성하고 있는 '바이오' 분야에서, 정의선 회장은 '전기차' 판매에서 큰 폭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불확실성에 커지면서 위기 극복과 함께 '퍼스트 무버'로서 아직 가야 할 길은 멀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28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이 주목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최초로 연매출 3조원을 돌파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연결 기준으로 2022년 한 해 영업이익이 9836억 원으로 전년보다 83.07%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매출은 3조13억원으로 전년 대비 91.41% 증가했고 순이익은 7981억원으로 102.76% 급증했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3128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무려 142.77% 늘었다. 같은 기간 매출과 순이익은 각각 9655억원과 3699억원이었다.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21년 대비 12% 상승한 9463억원의 매출을 지난해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315억원으로 전년 대비 20% 늘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4분기 매출은 244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604억원으로 180% 급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누적 수주 건수는 위탁생산(CMO) 74건, 위탁개발(CDO) 101건이며, 누적 수주액은 95억 달러 규모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총 10종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파이프라인(개발 진행 제품) 중 6종을 상용화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향후 10년간 바이오 사업에 7조5000억원을 투자해 생산능력· 포트폴리오·지리적 거점의 3대 축을 중심으로 성장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해 10월 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 가동식에 참석하는 등 그룹의 미래 먹거리에 대한 큰 관심을 드러냈다. 이재용 회장이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방문한 건 2015년 제3공장 기공식 이후 7년 만이다.

삼성바이오 4공장은 생산능력 24만L 규모의 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 생산 시설이다. 삼성은 제4공장이 완전히 가동되는 내년에는 생산 능력을 60만 L까지 늘려 세계 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에서 세계 1위 ‘초격차’ 우위를 공고히 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특히 삼성은 CDMO 분야에서 앞으로 제5·6 공장을 추가로 건설한다. 오는 2032년까지 10년 동안 모두 7조5000억 원을 투자해 인천 송도에 ‘제2 캠퍼스’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재용, 2032년까지 10년 동안 7조5000억 원 투자해 인천 송도에 ‘제2 캠퍼스’ 조성

이재용 회장이 바이오 사업을 삼성의 ‘미래 먹거리’로 거론하며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힌 이후 몇 년 만에 세계적 바이오 기업으로 성장시킨 셈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방문한 모습

이재용 회장은 지난 2015년 중국 보아오포럼에서 “삼성은 IT, 의학, 바이오의 융합을 통한 혁신에 큰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러한 혁신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더 적은 비용으로 이용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바이오 육성 의지를 밝혔다.

삼성은 그간 제조 기술을 바탕으로 TV, 메모리 반도체, 스마트폰 등 여러 분야에서 세계 정상을 밟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삼성은 기존 제품을 잘 만드는 이른바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추격자)’였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 2020년 12월 아버지인 고(故) 이건희 회장을 뛰어넘겠다며 '승어부(勝於父)'란 포부를 밝혔다. 승어부를 위해서는 업의 본질을 제조에서 벗어나 '창조'로 바꿔야 한다. 이재용 회장의 '뉴 삼성' 비전은 '퍼스트 무버'가 돼야 하는 것.

이재용 "위축 되지 말고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모두 기술, 과감한 투자와 기술 혁신을 하라"

이재용 회장은 반도체, 바이오, 차세대 통신(6G) 등을 '뉴 삼성'의 신성장동력으로 선정했다. 그러나 '퍼스트 무버' 전략은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반도체에선 파운드리(위탁생산) 부문에서 시장 점유율이 4배나 높은 1위 대만 TSMC를 넘어서야 한다. 초미세공정에선 최선단 3나노(nm·10억분의 1m) 기술을 6개월 만에 TSMC에 따라잡혔다.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바이오 분야에서도 위탁생산(CMO)은 잘하고 있지만 신약에서 성과가 부진하다. 신약에서 1000여억 원 규모 펀드를 만들어 해외 기업에 투자하는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암, 심장병 같은 인류 최악의 불치병을 고치는 신약 개발에 세계적 수준까지 매진해야 한다. 

통신의 경우 이재용 회장의 글로벌 인맥 네트워크로 5G 장비 수주 성과를 내고 있지만 갤럭시S 시리즈 등이 애플 아이폰에 밀리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 삼성전자 점유율 추정치는 출하량 기준 20%로 애플(25%)에 밀렸다.

또한 AI(인공지능), 로봇, 나노전자, 배터리 재료, 양자기술 등 미래기술에 대한 개발에 속도를 내야 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임직원들과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해 6월 유럽 출장 직후 "시장의 여러가지 혼돈과 변화, 불확실성이 많은데 저희가 할 일은 좋은 사람을 모셔오고 조직이 예측할 수 있는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유연한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며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라고 말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1월초 세계 최대 IT전시회에서 "(이재용 회장은) 위축 되지 말고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모두 기술, 과감한 투자와 기술 혁신을 하라”고 주문했다는 전했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 10월 27일 회장에 취임하며 강조한 두 가지 메시지는 '세상을 바꿀 인재 양성'과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였는데 특히 '기술 리더십' 목표에 방점이 찍혔다. 이는 '퍼스트 무버'가 되겠다는 강한 의지인 것.

정의선 "경쟁업체 뛰어넘는 압도적인 성능과 가치로 세계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 돼야"

정의선 회장은 전기차에서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반도체 공급 부족과 코로나19로 완성차 업계가 생산 차질을 빚는 가운데 현대차가 공급망 관리에 선방했고 아이오닉5, GV60 등 상품성 높은 전기차로 미국·유럽 등 자동차 강국에서 선전한 것이다.
 
현대차의 지난해 전기차 글로벌 판매량은 20만9000대로 전년 대비 48.2% 증가했다. 특히 미국의 경우 전년 대비 196.2% 증가한 5만8028대가 판매됐다. 아이오닉 5가 2만2982대 팔리며 글로벌 효자 노릇을 했다.
 
유럽에서는 현대차 5만4906대, 기아 4만2082대를 합치면 유럽 주요 10개국 전기차 판매 순위에서 폭스바겐그룹, 스텔란티스, 테슬라에 이어 4위에 올랐다. 
 
정의선 회장의 '퍼스트 무버' 전략이 전기차 등 친환경차 판매를 끌어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의선 회장은 "내연기관차 시대에는 우리가 '패스트 팔로어'였지만 전기차 시대에는 모든 업체들이 공평하게 똑같은 출발선상에 서 있다"며 "경쟁업체를 뛰어넘는 압도적인 성능과 가치로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가 돼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글로벌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의 리더십과 비전 아래 모빌리티의 가능성을 재정립하고 인류에게 ‘이동의 자유’를 제공하고 있다”고 극찬했다.

정의선 회장의 의지는 현대차그룹 최초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개발로 이어졌다. E-GMP는 글로벌 유수의 고성능, 고급차 브랜드들을 뛰어넘는 수준의 전용 플랫폼으로 손색이 없다.

'정의선의 차'로 알려진 제네시스의 선전도 눈부셨다. 지난 2015년 정의선 회장(당시 부회장)은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를 출범시켰다. 제네시는 지난해 글로벌 판매량이 21만5727대로 2021년 20만1415대에 이어 2년 연속 20만대를 돌파했다. 미국에서 전년 대비 13.7% 늘어난 5만6410대를 판매했다. 제네시스가 2016년 미국 진출 이후 5만대를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는 올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 목표를 83만대로 설정하며 지난해 목표 대비 54% 확대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6의 글로벌 판매 본격화, 아이오닉5N 및 2세대 코나EV 출시 등이 예정돼 있다.
 
다만 미국산 전기차를 우대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경기침체에 따른 신차 수요 감소 등 위기 극복이 과제다. 현대차는 IRA에서 제외되는 리스 확대 등 타개책에 나섰다. 현재 5% 미만에 불과한 리스 물량 비중을 향후 두 자릿수로 확대하겠다는 것.
 
현대차 관계자는 "올해는 리스 프로그램을 이용한 차량 판매에 적극 나설 것"이라며 "미국 내 5% 미만 리스 비중을 30%이상으로 확대하는 한편 판매채널 다변화를 통해 전기차 판매를 확대하겠다"고 설명했다.

정의선 회장은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로보틱스 등으로 성장동력을 확장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을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탈바꿈시킨 것. 

현대차그룹은 올해부터 모든 신차에 무선 업데이트 기능을 적용하기로 했다. 2025년까지 모든 차종을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로 바꾸겠다는 얘기다. 아울러, 2030년까지 총 18조원을 소프트웨어(SW) 분야에 투자한다. 

글로벌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의 리더십과 비전 아래 모빌리티의 가능성을 재정립하고 인류에게 ‘이동의 자유’를 제공하고 있다”고 극찬했다.

이재용-정의선 '닮은꼴' 행보...현장 중심 소통경영과 함께 '뉴 비전' 심어주며 새로운 도전

한편, 이재용 회장과 정의선 회장은 총수로서도 '닮은꼴' 행보로 관심을 끌었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회장과 정의선 회장은 현장 중심의 소통경영과 함께 그룹 전체에 '뉴 비전'을 심어주며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 2020년 10월 14일 전세계가 코로나19 사태 위기 속에서 현대차그룹의 총수에 올라 조직문화 등 내실을 탄탄히 다지면서 변화에 나섰다. 

정의선 회장은 당시 "우리 모두가 한 마음으로 일사불란하게 비상 대응에 최선을 다하면 빠른 시일 내에 회복할 수 있을 것이고, 이를 통해 그룹의 기초체력이 더욱 강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임직원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아랍에미리트(UAE) 방문에서 셰이크 만수르 빈 자이드 알 나흐얀 부총리 겸 대통령실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오른쪽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앉아 있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해 '8·15 광복절 특사(특별사면)로 복권된 이후 활발한 해외출장과 직원 스킨십 등으로 보폭을 넓히며 경영 전면에 나섰다.

복권 후 첫 공식 행보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반도체 R&D(연구개발)단지 기공식에 참석한 데 이어 삼성엔지니어링, 삼성SDS, 삼성생명,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그룹 주요 계열사를 찾았다. 직원들과 '셀카'는 물론 직원 가족과 영상 통화를 하는 등 소탈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글로벌 현장 행보에 이어 2030세계국제박람회(부산엑스포) 유치 지원 활동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재용 회장과 정의선 회장은 앞으로 글로벌 경기침체 위기 극복은 물론 ESG(환경-사회-투명경영), 지배구조 개선 등에도 해법을 찾아야 한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총수가 국내외 공장 방문 등 현장을 챙기는 소통경영은 중요하다"며 "총수의 '출장 마일리지'가 쌓일 수록 글로벌 비즈니스는 성과로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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