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성달 경실련 정책국장 "LH 분양원가·자산 공개해야...당연한 국민의 알권리"
상태바
[인터뷰]김성달 경실련 정책국장 "LH 분양원가·자산 공개해야...당연한 국민의 알권리"
  • 김의철 기자
  • 승인 2022.09.18 19: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LH, 성과급 위해 '돈벌이'에만 몰두...'국민의 주거 안정' 설립목적은 어디에?
- 윤석열 대통령·원희룡 장관, '부동산 기득권 카르텔' 잘 알고 있어...의지와 실천이 중요

정부에서 재정 지원을 받지 않는 국내 시민단체는 많지 않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그런 시민단체 중 하나다. 

특히, 부동산정책과 관련한 경실련의 활약은 지난 2003년 발족한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 이래 두드러진다. 김성달 경실련 정책국장은 당시 간사로 이 싸움을 함께 시작했고, '미친 집값'과 싸운지 20여년째다. 

김 국장은 '미친 집값'의 원흉은 '부동산 기득권 카르텔'이라고 꼬집었다. 

<녹색경제신문>은 김성달 국장을 만나 최근 집값 하락과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들었다...<<편집자 주>>

김성달 경실련 정책국장 [사진=녹색경제신문]
김성달 경실련 정책국장 [사진=녹색경제신문]

LH, SH처럼 분양원가·자산 공개해야...공기업의 행정정보 공개는 당연한 '국민의 알권리'

LH는 국민들이 집걱정 없이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기업이다. 공기업은 모든 행정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분양원가 공개와 관련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20여년째 소모적인 논쟁을 지속하며 분양원가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LH가 분양원가를 공개를 거부하는 첫번째 이유는 민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는 과거 서울주택도시공사(SH)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김헌동 SH사장 취임 이후, 불과 한달만에 분양원가 공개를 시작했고, 이후 지속적으로 이뤄진 분양원가 공개로 지금은 서울 지역 아파트의 택지조성원가와 건축원가에 대해 매우 쉽게 알 수 있게 됐다. 

그런데, 민원은 커녕 오히려 '투명 경영'의 모범적인 사례로 손꼽히면서 SH에 대한 서울시민의 신뢰와 지지도가 높아졌음은 물론이고, 직원들도 자부심과 만족도가 크게 향상됐다. 

LH, 성과급 위해 '돈벌이'에만 몰두...'국민의 주거 안정' 설립목적은 어디에?

또 한가지 분양원가 공개를 거부하는 이유는 '장사'를 하기 어렵고, 그로 인해 LH의 재정이 악화된다는 주장이다. 

국토교통위 소속 홍기원(평택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지난 14일 보도자료를 'LH가 국민임대주택 1가구를 지을 때마다 1억8300만원의 빚을 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날 LH로부터 입수한 ‘최근 5년간 연도별 주택유형별 임대주택 건설 1가구당 부채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국민임대 가구당 평균 건설비(평균 17.8평)는 2억2800만원인데, 정부 출자금 4500만원을 제외한 금액이 고스란히 LH의 부담이 된다는 논리다. 

홍 의원은 '정부는 일방적으로 공공기관, 공기업에 허리띠를 졸라매라 할 게 아니라 현실적인 수준의 정부지원단가를 정해 지원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같은 홍 의원 측의 주장은 LH가 투명하게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LH는 지난해에만 5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공시했다. 지난 정부 5년 동안 18조원을 벌었다. LH가 보유한 수억평의 토지와 수십만채의 아파트 가격 인상분은 전혀 반영하지 않고 실제 매출이 일어난 부분만 놓고 보더라도 그렇다는 얘기다.  

이같은 '돈벌이'를 통해 LH 임직원들은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해마다 1~2등을 다투는 경영성과를 올린 것으로 평가받아, 성과급 잔치를 벌여왔다. 

LH의 설립목적은 '국민의 주거 안정'이다. 이를 위해 투명하게 행정정보를 공개하라는데 이를 거부하는 것은 부동산 기득권 카르텔 때문이라고 밖에는 설명이 안된다. 

사법부에서도 공공분양정보를 공개하라고 일관되게 경실련의 손을 들어줬다. 2007년 고양 풍동의 분양원가 공개를 비롯해 여섯 차례에 걸친 소송에서 LH는 매번 패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H는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분양원가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경실련과 LH간의 소송 내용. 6번 모두 경실련이 승소했다. [자료=경실련]
LH정보공개 소송현황, 6번 모두 LH가 패소해 정보공개 판결을 받았다. [자료=심상정의원실]

현행 주택법, 대통령 공약인 '토지임대부 주택' 원천적으로 발목잡는 악법...국회·국토부 적극 나서서 개정해야 

현행 주택법에 따르면, 토지임대부 주택을 분양받고 이를 되팔고자 할 때는 분양원가에 LH에 팔게 돼 있다. 한 마디로 분양받은 소비자가 시세차익을 볼 수 없어 분양 자체를 못하게 만든 악법이다. 

이렇게 되면 토지임대부 주택을 공급하더라도 분양에 어려움이 생길 수 밖에 없어 공급 자체를 포기해야 한다. 결국, 토지임대부 주택 공급을 하지 못하도록 만든 꼼수다. 

모든 준비를 마친 SH가 여기에 발목이 잡혀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토지임대부 주택인 낙원아파트나 강남의 보금자리 주택처럼 자연스럽게 매매가 돼야 이 제도가 자리를 잡을 수 있다. 

또한 SH나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공급한 토지임대부 주택을 소비자가 되팔 경우에는 LH에만 팔아야 한다. 이는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으로, 같은 주택공기업을 두고 차별할 이유가 없다. 

싱가폴같은 국가에서는 토지임대부 주택이 가장 보편적인 형태로 주거안정에 기여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부동산 기득권 카르텔의 훼방이라고 밖에는 설명이 안된다. 

토지임대부 주택공급은 윤 대통령은 물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여러차례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는 만큼 국회가 적극적으로 법률 개정에 나서 줄 것으로 본다. 

윤석열 대통령·원희룡 장관, '부동산 기득권 카르텔' 잘 알고 있어...의지와 실천이 중요

윤석열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이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는데 그치지 않고, 부동산 기득권 카르텔 해체를 거듭 강조한 바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대장동 일타강사'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부동산 카르텔 범죄에 대한 전문적 식견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정부가 아직 뚜렷한 부동산 정책방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점은 아쉽다. 부동산 기득권 카르텔의 핵심이 국토부 관료들과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 공기업, 건설업계와 재벌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고 오랜 세월 뿌리를 내려왔기 때문이다. 

그 중에도 가장 핵심은 국토부 관료들과 LH의 혁신이다. 원희룡 장관이 뚜렷한 리더십과 일관된 의지를 갖고 이를 실천해주기를 기대한다. 

최근 집값 하락세, 수요·공급론자들 어디 갔나...엉터리 진단은 엉터리 처방을 부른다

이전 정부의 김현미 국토부장관은 취임하면서 투기적 거래 규제하겠다고 말만 하고 오히려 투기를 자극했다. 수요를 억제한다고 했지만, 정작 투기수요를 자극했고, 공급을 늘리겠다고 해놓고 현물 주택의 공급은 차단했다. 정부가 집값을 스스로 끌어 올린 셈이다. 

신규 주택 건설만을 공급으로 여기는 논리의 배후에는 건설사들이 택지 확보 목적이 있다. 3기 신도시가 대표적이다. 

일부러 놓치는 것인지 몰라서 놓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실수요만 수요라고 보고 '투기적 수요'는 매번 놓친다. 

최근 집값이 하락세다. 이번 정부는 수요를 규제하거나 공급을 늘리지 않았다. 수요와 공급을 얘기하던 전문가들은 어디에 갔는지 궁금하다.

금리인상을 집값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주목하는데, 금리를 고정시킬 것이 아니라면 향후에는 집값이 다시 오를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된다. 

따라서, 원희룡 장관이 밝힌 대로 집값이 오른 만큼 충분히 하락하기 위해서, 그리고 장차 금리가 오르더라도 집값이 이전처럼 폭등하지 않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토부 관료들과 LH 직원들이 기득권 카르텔에서 떨어져 나오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분양원가나 실제 자산을 공개하라는 것은 공기업이 당연히 해야하는 것이고, SH가 첫번째 펭귄이 돼서 시범이 보이고 있는데도 하지 않고 있다. 

국토부 관료들과 LH 임직원들은 20년째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심도있게 논의하겠다.우리도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예산과 인력이 부족하다'고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다. 

국토부, 국민들이 쉽게 보고 알 수 있도록 부동산 통계부터 바로 잡아야

한국부동산원 등 국토부 산하 기관들이 밝히는 통계는 일반 국민들이 보기도 어렵고 이해하기도 어렵다.

누구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지역별 주택 보급률, 공공주택 공급률, 자가 보유율 같은 통계가 있어야 문제를 찾아낼 수 있고 해결하는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서울의 주택보급률은 이미 한참 전에 100%를 넘었는데, 자가 보유율은 45%내외에 불과하다. 집이 모자란 것이 아니라, 다주택소유자가 서울에 많다는 반증이다. 결국, 집값이 안정되려면 다주택 소유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된다. 

그런데도, 이전 정부는 3주택 이상 임대사업자들에 대한 세제 혜택과 대출 특혜를 허용했다. 이는 투기적 수요를 자극했다. 동시에 서울지역의 주택공급은 다양한 방법으로 제한해 집값을 견인했다.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