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방한을 앞두고 삼성엔지니어링 사옥에서 삼성 건설 부문의 중동 비즈니스 역량 점검에 나섰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서울시의 약 44배에 달하는 스마트시티 '네옴(NEOM) 시티' 건설 등을 추진 중에 있어 삼성으로서는 첨단 IT기술이 융합된 건설 부문에서 '기회의 땅'이 될 수 있어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챙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엔지니어링 사옥을 찾은 것은 지난 2019년 6월 이후 두 번째"라며 "당시 이재용 부회장은 빈 살만 왕세자 방한을 앞둔 시점이어서 공교롭게도 이번에도 똑같은 패턴 데자뷰"라고 전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24일 서울 강동구 상일동 삼성엔지니어링 글로벌엔지니어링센터(GEC)를 방문해 건설 부문 경영진과 만나 주요 사업 현안 점검 및 글로벌 비즈니스 전략을 논의했다. 

이날 현장 방문은 지난 19일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반도체 R&D(연구개발) 단지 기공식에 참석에 이어 5일 만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날 회의에서 최성안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을 비롯 삼성물산 건설 부문 경영진 등으로부터 ▲설계·조달·시공(EPC) 사업 현황 ▲중동·미주 등 대형 프로젝트 진행 상황 ▲친환경 사업 추진전략 ▲글로벌 시장 동향 등을 보고받고 중장기 사업전략에 대해 논의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현재 1조4000억원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자푸라 가스 처리시설, 4조5000억원 규모의 멕시코 타바스코주 도스 보카스 정유 프로젝트 등 해외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삼성물산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지하철 공사, 미국 텍사스 테일러에 착공 예정인 파운드리 2공장 건설 등을 담당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엔지니어링 방문은 오는 11월경 방한 예정인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의식한 것이란 관측이다. 

중동 사업 프로젝트는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관심을 갖고 챙기는 분야 중 하나라는 점에서 '절친'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은 각별하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2019년 6월 한국을 방문한 빈 살만 왕세자를 삼성그룹 영빈관인 승지원으로 초청해 AI(인공지능)·5G·IoT(사물인터넷) 등 미래 성장산업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어, 같은 해 9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를 방문해 빈 살만 왕세자와 면담했다.

특히 빈 살만 왕세자는 석유에서 탈피한 국가 미래 준비 차원에서 국가개혁 프로젝트 '비전 2030'을 추진하고 있다. AI·IoT·신재생 에너지 등 첨단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시티 '네옴'과 국가 에너지원을 신재생으로 전환하는 '에너지 트랜스포메이션' 등이 대표적이다.

스마트시티 '네옴', 서울의 44배에 달하는 초대형 미래도시...총 671조원 투입 예상

스마트시티 '네옴'은 약 2만6500㎢ 크기로, 서울의 44배에 달하는 초대형 미래도시다. 

삼성물산은 현대건설과 손잡고 '네옴'의 '더 라인'의 철도터널 공사를 수주하기도 했다. '더 라인'은 도시 전체를 길이 170㎞·폭 200m 유리 벽에 담은 건축물이다. 도시 양 끝을 고속철도로 20분 안에 이동할 수 있다. 집·학교·공원·직장은 걸어서 5분 안에 도착할 수 있다. 또 100%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전력을 공급해 기후 변화와 상관없이 1년 내내 도시 기온을 완벽하게 조절한다.

'네옴'의 또 다른 프로젝트인 '옥사곤'은 전 세계 40%를 비행기로 6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고, '트로제나'는 1년 내내 야외 스키와 각종 스포츠 활동이 가능하다. '네옴' 시티 건설에 약 5000억 달러(약 671조원)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추정한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2019년 9월, 삼성물산이 건설 중이던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도심 지하철 공사 현장을 방문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당시 "중동은 탈석유 프로젝트를 추구하면서 21세기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되고 있다"며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아랍에미리트 등 다른 중동 국가 사업에도 관심이 큰 편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비공개 포럼에서 모하메드 빈 자이드 UAE 대통령(당시 아부다비 왕세제) 등을 만나 반도체, AI 등 신산업 분야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이재용 부회장이 앞장서 대형 중동 프로젝트 등에서 성과를 보인다면 국가경제에도 기여할 수 있는 길"이라며 "건설 부문은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등이 첨단 기술 역량을 융합해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12일 복권이 되자 "국가 경제를 위해 열심히 뛰겠다"고 밝혔다. 

이재용 부회장이 3년 전 2019년에 삼성엔지니어링 방문 때도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을 앞둔 시기였다. 

이재용 부회장은 당시 "중동지역 국가의 미래 산업 분야에서 삼성이 잘 해낼 수 있는 부분을 찾고 협력 강화 방안을 마련해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며 "기회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틀을 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용 부회장,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식사 후 인증샷...최성안 사장이 '찍사' 역할 

한편, 이재용 부회장은 이날 삼성엔지어링 방문에서 이동 중에 손을 번쩍 들어올려 직원들과 인사를 나눴다. 점심식사는 구내식당에서 임직원들과 함께 했다. 

식사 이후에는 식당 앞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기다리던 직원 한 명 한 명의 촬영 요청에 흔쾌히 응했다. 최성안 사장은 '찍사(카메라맨)'가 돼 기념사진을 촬영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건물 1층의 삼성엔지니어링 홍보관 '엔지움'에 방문해 둘러본 뒤 근처에 있던 사내 어린이집도 찾았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은 8·15 광복절 특별사면 복권 이후 활발한 현장경영을 보이고 있는데 임직원들과 친근한 소통이 특징"이라며 "중동에서 사업 기회를 창출하기 위해 건설 관련 사장단 회의에 나서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