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최태원·정의선·구광모 '소통 경영'과 닮았다...'수평적 기업문화' 바람 '구내식당·소맥·호칭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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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최태원·정의선·구광모 '소통 경영'과 닮았다...'수평적 기업문화' 바람 '구내식당·소맥·호칭 등'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2.08.2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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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복권 후 구내식당 식사 이어 임직원들과 간담회
- 최태원, 행복토크 100회, 방송 및 SNS 등 '소통에 진심'
- 정의선, 수평적 기업문화 앞장...경청 리더십 돋보여
- 구광모, MZ세대 맞춰 온라인 시무식 등 고객가치 '뚝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복권 후 첫 공식 행보로 기흥캠퍼스 R&D(연구개발)단지 기공식에 참석 후 임직원들과 '소통 경영'에 나선 것은 주요 그룹 총수들과 일맥상통하는 행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은 물론 최태원 SK그룹 회장-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구광모 LG 대표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은 서로 '호형호제'하는 절친이면서도 임직원들과 소통에서도 닮았다"며 "재계 3~4세를 대표하는 총수들이 과거 선대 '회장님' 시대와 달리 유연한 조직문화 조성에 앞장서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라고 설명했다.

"재계 3~4세 총수들이 유연한 조직문화 조성에 앞장서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

이에, <녹색경제신문>은 이재용 부회장, 최태원 회장, 정의선 회장, 구광모 대표 등 4대 그룹 총수가 보여준 '소통 경영'의 변화를 소개한다.

이재용 부회장은 19일 오전 11시 반경 기흥캠퍼스에 도착해 경계현 반도체(DS)부문장(사장) 등 사장단과 구내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한 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생산라인 인근 행사장에서 열린 기공식에 참석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구내식당에서 임직원과 함께 식사하기 위해 식판을 들고 이동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기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열린 반도체 연구개발(R&D)단지 기공식에 참석하러 이동하는 길에 현장 직원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기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열린 반도체 연구개발(R&D)단지 기공식에 참석하러 이동하는 길에 현장 직원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날 구내식당에서 금요일 점심 메뉴인 ‘우삼겹 숙주라면’으로 식사했다. 임직원들은 복권 이후 처음으로 생산현장에 모습을 드러낸 이재용 부회장에게 환영인사를 건넸다. 

기흥캠퍼스 R&D단지는 삼성전자으로서도 역대 최대 규모인 약 10만9000㎡(3만3000여 평) 규모로 지어질 예정이다. 2025년 중순부터 가동될 반도체 R&D 전용라인을 포함해 2028년까지 전체 연구단지 조성에 약 20조 원이 투입된다. 

이재용 부회장은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는 슬로건으로 초격차 도약을 다짐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기공식을 마친 뒤 경기 화성캠퍼스로 이동해 임직원 15명과 소규모 간담회를 갖는 등 소통 행보를 시작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현장의 임직원들과 직접 만나 간담회를 가진 것은 지난 2020년 8월 수원사업장에서 열린 워킹맘 직원 간담회 이후 만 2년 만이다.

이재용, 한 직원의 인증샷 사진 요청에 “그러지 마시고 영상 통화를 한 번 하시죠”

한 직원이 “출근 전에 아내에게 ‘부회장과 단독 사진을 찍어오겠다’고 큰소리쳤다”며 기념사진 촬영을 요청하자 이재용 부회장은 “그러지 마시고 영상 통화를 한 번 하시죠”라며 직접 영상 통화를 하기도 했다. 

간담회가 끝난 이후엔 참석자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기념사진도 촬영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이 19일 삼성전자 화성캠퍼스에서 가진 임직원 간담회에서 한 직원의 가족과 영상통화를 하며 웃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삼성전자 화성캠퍼스를 찾아 임직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다양한 직무 및 연령대를 가진 직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논의하는 시간을 가진 뒤 향후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점차 늘려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또 "어떠한 변화에도 대처할 수 있는 유연한 사고를 갖추기 위해 노력해 달라"고 주문했다.

앞서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6월 유럽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좋은 사람 모셔오고,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유연한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조직문화 변화를 예고한 바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복권 이전 ‘취업 제한’ 등의 이유로 직원과의 스킨십을 자주 갖진 못했지만 앞으로 국내외 사업장 방문 등 임직원과의 만남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소통에 진심'이라는 평가받는 총수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3월, 서울 을지로 SK텔레콤 본사 수펙스홀에서 SK텔레콤의 AI 사업을 담당하는 ‘아폴로TF’ 구성원 350여명을 2시간 동안 만났다. SK텔레콤 회장 겸직에 나선 직후 임직원들과의 첫 공식 만남이었다.

코로나19 방역조치로 현장에는 최태원 회장과 유영상 SKT 사장을 포함한 30여명이 참석했으며 나머지 구성원은 화상회의 플랫폼으로 참여했다.

최태원 "구성원과 직접 소통하며 행복토크를 100회 열겠다” 약속 지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식당에서 행복토크를 가진 모습

최태원 회장은 수평적 소통을 주문하며 자신을 영어 이름인 ‘토니(Tony)’로 불러달라고 요청했다. 앞으로 구성원들 과 소통을 보다 강화하고 AI 조직을 확대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구성원들의 다양한 질문과 의견에도 직접 답하고 이를 반영해 즉석에서 실행을 지시하는 등 소통의 중요성과 실행력 강화를 재차 강조했다.

최태원 회장은 “플랫폼 기업들과 그들의 룰대로 경쟁하긴 어려우니 차별화된 전략을 통해 의미있는 도전을 하자”며 “아폴로는 SKT를 새로운 AI 회사로 트랜스포메이션(Transformation·대전환) 하는 역할인 만큼 이를 계기로 새로운 도약을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최태원 회장은 지난 2019년 신년회에서 “올해는 구성원과 직접 소통하며 SK, 그리고 이해관계자들의 행복이 더 커질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하는 행복토크를 100회 열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약속을 지켰다.

최태원 회장은 마지막 행복토크에서 “구성원들의 긍정적 에너지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던 100번의 행복토크는 매 순간이 인상적이었다”며 “SK가 추구하는 행복경영은 구성원 행복뿐 아니라 우리가 속한 사회의 지속가능성도 함께 키우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태원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서도 소통에 적극적이다. 임직원과의 소통은 물론 아예 '국가발전 프로젝트'로 국민과의 소통에도 나설 정도다. 최태원 회장은 경제 토크쇼 ‘식자회담(SBS)’에서 직접 ‘식자단장’을 맡아 한식의 세계화를 이끌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도 활발한 소통에 나서고 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최태원 회장은 소탈하면서도 친근한 소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과거 총수들과 차별화된다"며 "재계 '컨트롤타워 역할'은 물론 어떤 포지션도 소화하는 1인 다역 '올라운드 플레이어'의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정의선 "각자 행복하고, 가정과 회사에서도 행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저의 목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임직원들과 소통에 적극적이다.

정의선 회장은 조직의 원활한 소통 촉진은 물론 '굿 리스너(Good Listener)'로 불리는 경청의 리더십으로 유명하다. 구성원들과 수평적 소통으로, 미래를 향한 변화에 앞장 서고 있다는 평가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 6월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열린 '마음 상담 토크 콘서트 : 요즘, 우리'에서 "모든 구성원이 건강하게 일을 잘하도록 돕는 것이 저의 일"이라며 "각자 행복하고, 가정과 회사에서도 행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저의 목표"라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직원들과 타운홀 미팅 후 인증샷 사진을 찍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 2019년부터 조직 문화 개선을 위해 임직원들과 대화 '타운홀' 미팅에도 나서고 있다. 정의선 회장 이후 현대차의 수직적 군대식 문화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는 진단이 나온다.

지난해 3월에는 코로19 상황인 만큼 온라인 타운홀 미팅을 열어 당시 직원들의 성과급 불만에 대해 소통하며 개선을 약속했다. 

정의선 회장은 “성과급 이슈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직원들이 회사에 기여한 데 비해 존중을 받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굉장히 죄송스럽게 생각했고, 저 자신도 책임감을 많이 느꼈다”고 설명했다. 올해 3월 현대차·기아는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1인당 400만원 규모의 특별격려금을 지급했다.

또한 재택근무 가능성에 대해서도 긍정적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남양연구소는 1주일에 최대 2번 재택근무를 하도록 노사 합의했다. 

구광모 "회장이 아닌 대표로 불러달라"...'겸손과 배려의 리더십'

구광모 LG 대표는 '경청과 질문형 리더'로도 불린다. 

구광모 대표는 지난 2018년 6월, 40세 나이에 회장직에 오른 직후 (주)LG 임직원들에게 "회장이 아닌 대표로 불러달라"고 주문해 신선한 충격을 줬다. 

당시 부친 구본무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상무에서 회장으로 직행한 구광모 대표가 임직원들과 격의없는 소통을 위한 조치라는 평가가 있었다. 하지만 구광모 대표가 임원들과 마주할 때 깊게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등 경험한 사람들에 의해 '겸손과 배려의 리더십'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또 구광모 대표는 '임직원들을 믿고 맡기는 리더십'이라는 평가다. LG의 자율경영 전통인 셈이다. 구광모 대표는 고객가치에도 일관성있게 뚝심을 보여주고 있다.

구광모 LG 대표가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한 모습

구광모 대표는 젊은 MZ세대 소통에도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구광모 대표는 2019년부터 32년 간 이어온 오프라인 시무식을 없애고 전세계 임직원들이 시간과 장소에 구애 없이 PC나 모바일 기기로 신년 메시지를 접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 2021년 12월말, 구광모 대표는 전세계 LG 임직원에게 2022년 신년사를 담은 디지털 영상 '안녕하십니까, 구광모입니다'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보냈다.

구광모 대표는 "고객이 느끼는 가치는 사용하기 전과 후의 경험이 달라졌을 때,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것을 느꼈을 때 만들어진다"며 "우리가 고객에게 전달해야 할 것도 바로 이런 '가치 있는 고객 경험' 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렇듯 이재용 부회장, 최태원 회장, 정의선 회장, 구광모 대표가 주도하는 재계는 수평적 소통이 대세가 됐다. 따라서 재계 3~4세 젊은 총수들이 경영 전면에서 나서면서 '소통 경영'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한 경제평론가는 "이재용 부회장의 구내식당 식사에서 보듯이 4대 그룹 총수는 호칭, 소맥(소주+맥주) 회식, 유튜브 및 SNS, 간담회 등 모든 수단을 활용해 소통에 활발하다"며 "과거 수직적이었던 기업문화가 수평적으로 변화하면서 글로벌 경쟁에서 유연하게 대응해 살아남을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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