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시평]김천식 전 통일부차관 "한미 정상회담서 한미 기술동맹 합의 실제로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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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시평]김천식 전 통일부차관 "한미 정상회담서 한미 기술동맹 합의 실제로 중요"
  • 김의철 기자
  • 승인 2022.05.22 0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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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정상회담의 기본정신은 한미동맹 회복과 강화...한미 기술동맹으로의 발전 중요
- 국제질서의 대전환에 따라 한반도 주변정세도 급변...국가 운영의 방향을 잘 정해야
- 한중관계는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발전해와...中, 한미동맹 강화에 반발하지 않을 것

조 바이든 미국대통령이 지난 2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일만에 한국을 찾았다. 이는 한국 정권교체 후 역대 최단기간에 이뤄진 미국대통령의 방한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면서 신냉전체제가 만들어지고 있고, 북한은 올해 들어 15차례나 미사일을 발사했다. 여기에 핵실험과 대륙간탄도탄미사일(ICBM) 발사 준비까지 마친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은 그 어느때보다 의미가 각별하다. 

이처럼 중대한 시기에 이뤄진 특별한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의 의미와 성과에 대해 국내 최고의 통일전문가로 손꼽히는 김천식 전 통일부차관이 <녹색경제신문>에 혜안을 줬다...<<편집자 주(註)>>

한미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 모습 [사진=제20대 대통령실]

한미정상회담의 기본정신은 한미동맹 회복과 강화...한미 기술동맹으로의 발전 중요

우리의 국익을 위해 한미동맹 강화는 것이 바람직하고 좋은 일이며 미국으로서도 동북아 국제정치에서 한국과의 동맹을 강화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지난 수년 동안 정부는 '한미관계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지만 내막은 그렇지 않았다. 문재인정부 인사들이 초월적 외교, 미중 간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현실에 맞지 않는 외교를 추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나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의 발언, 최근 발간한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 회고록, 존 볼튼 백악관 안보보좌관 등의 회고록 등을 보면 미국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불신했고 불협화음이 있었다는 것이 잘 나타나 있다.

예를 들어 2019년 6월30일 판문점 회동에서 문 전 대통령이 배제된 것은 당시 한미관계의 실상을 보여준 사례다. 

이번 바이든 방한과 한미정상회담은 몇년 동안 지속된 한미관계의 불안정성과 불신을 해소하는 계기가 됐다.

21일 한미정상회담에서 양국은 북한 비핵화 협조와 연합방위태세 강화, IPEF, 공급망 협력, 첨단기술 동맹 등 경제협력 문제, 아시아·태평양과 글로벌 협력 문제 등 세가지 차원의 합의를 했다.

우선 안보문제에 대해서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촉구하면서 대화에 나올 것을 강조하고 있으며, 북한의 현존하는 핵위협에 대처해 확장억제 공약을 재확인했다. 그 동안 중단됐던 한미핵확장억제위원회를 가동해 북핵 위협에 대처하고, 한미연합훈련을 실제화하며, 미국의 전략자산을 전개하기로 했다. 대화에 의한 평화 증진이 실패한 상황에서 힘에 의한 평화 추구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실질적으로 중요한 합의는 한미 기술동맹으로의 발전이다. 공급망의 불안정성은 신냉전이 시작되기 전 첨단기술과 군사가 결합되면서부터 부분적으로 제기됐던 문제지만, 신냉전이 본격화되면서 정치·군사적인 이유로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세계화 시기에는 가격을 비롯한 경제성 중심으로 공급망이 구축됐으나, 신뢰성과 불안정성이 더 중요한 문제가 됐다. 

반도체, 통신장비, 배터리, 원전, 로봇, 바이오, 방위산업 분야에서 우수한 경쟁력을 갖춘 우리나라는 국제공급망이 재구축되는 과정에서 엄청난 기회를 찾을 수 있으며, 미국과 협력하면 훨씬 더 안정적으로 세계시장에 진출하고 성장할 수 있다. 

미국과의 경제 첨단 기술 협력은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을 통해 공정한 무역, 공급망의 안정 등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다. 

국제질서의 대전환에 따라 한반도 주변정세도 급변...국가 운영의 방향을 잘 정해야

우리나라가 직면하고 있는 정세는 탈냉전 질서가 끝나고 신냉전으로 전환되면서 진영의 재편이 이루어지고 있고, 이러한 국제구조의 변화와 맞물려서 세계화가 퇴조하고 공급망이 재구축되고 있으며, 뉴프론티어 분야(신기술, 사이버, 우주, 기후변화)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이러한 분야의 다자적 협력질서가 새롭게 구축되고 있다. 

남북관계는 우리가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포용정책을 전개해 왔으나 북한이 핵무장을 완성하고 선제핵공격 가능성까지 열어두는 등 핵으로 우리 안보를 위협하고 한반도 질서를 자기 주도로 재편하려고 한다. 

국내적으로는 대북정책과 외교문제까지 진영화되고 포퓰리즘이 영향을 미치는 등 초당적 대응이 마비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도 탈냉전 시기의 정책에 안주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한 구태의연한 생각으로는 우리의 앞길을 개척하기 어렵다. 

국제질서의 전환기에는 국가의 방향을 잘 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75년 전 냉전질서가 본격화되던 전환기에 우리는 자유주의와 개방체제를 선택했고, 그 결과 선진국이 됐다. 이는 전후 신생국가 중 유일한 사례다. 당시 신생국 대부분은 사회주의와 억압적 체제를 선택한 결과 여전히 경제적, 문화적 낙후와 정치적 혼란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에 기반한 공화국을 건설하고 자유와 인권, 평화를 지키기 위해 자유세계와 연대하며, 과학 기술의 혁신과 진보를 이뤄낸 선진국과 연대하겠다고 천명했다. 매우 적절하게 국가의 좌표를 정했다고 할 수 있다. 

한미 동맹은 안보, 자유민주적 가치, 인권, 경제, 과학기술 등 전반적으로 국가의 방향에 영향을 미친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그러한 의미에서 새로운 전략적 한미관계를 이끌어 갈 독트린을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

미국으로서도 한미동맹 강화가 중요해졌다. 미국은 새로운 국제질서 재편 과정에서 인도·태평양지역 내 쿼드, 오커스 등 동맹체제를 재구축하고 있고, 동맹국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하는 상황이다. 한국은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성장했지만 이제 첨단 기술력과 국력이 크게 성장해 미국의 협력 파트너로서도 중요해졌다. 

▲한중관계는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발전해와...中, 한미동맹 강화에 반발하지 않을 것

국제정치는 다원적이고 중첩적이다. 우리는 한미동맹 관계를 바탕으로 한중수교를 했고 이를 발전시켜왔다. 이것이 우리 외교의 현실이고 중추다. 일부 한미동맹관계의 심화 발전이 한중관계를 해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으나, 이는 과도한 분석이고 기우다.

현재 정세가 과거 탈냉전시기와는 다른 것이 사실이나 그렇더라도 우리 외교의 중심축은 한미동맹이고, 이같은 질서 안에서 한중관계를 진행하는 것은 변함 없다. 그것은 중국도 잘 이해하고 있을 것이며, 중국정부도 한중관계가 한미관계를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이 우리의 외교교섭과 안보조치에 대해 보복한 일이 있었으나 이것은 옳지 않으며, 더구나 정부가 이에 굴복하는 것은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대다수 국민의 반중정서가 고조된 것은 중국의 경제보복과 이에 대한 문재인정부의 무능한 대응에 대한 반발에서 비롯됐다.

한미동맹 강화와 한중 간 전략적 협력관계 발전은 동시에 병행해 나갈 수 있다. 한·중은 상호 존중의 자세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김천식 전 통일부차관 [사진=녹색경제]
김천식 전 통일부차관 [사진=녹색경제]

김천식(65세, 북한학 박사) 전 통일부 차관은 전남 강진에서 태어나 서울 양정고, 서울대 정치학과를 나왔다.

행시 28회로 통일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해 남북회담운영부장, 교류협력국장, 통일정책실장을 거쳐 이명박정부에서 차관을 역임했으며, 국내 최고의 통일정책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남북교류협력법, 남북협력기금법, 남북관계발전법, 통일교육지원법 등을 기초하고 추진해 통일정책의 기틀을 잡았다.

지난 2000년 김대중.김정일 정상회담에 통일부 정책총괄과장으로 배석해 6.15남북공동선언을 작성하는데 참여하는 등 1990년 남북고위급회담 때부터 퇴임시까지 120여 차례 남북대화에 직접 참여했다.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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