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천식 전 통일부차관 "신냉전체제에 맞는 대북 전략 세워야...통일은 민족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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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천식 전 통일부차관 "신냉전체제에 맞는 대북 전략 세워야...통일은 민족의 꿈"
  • 김의철 기자
  • 승인 2022.04.22 0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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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식 전 통일부차관은 통일을 이루겠다는 특별한 꿈을 가졌다. 김 전 차관이 30년 넘게 통일부에서 근무하며 수많은 대북협상에 참여한 풍부한 경험과 쉼 없는 연구를 통해 만들어진 꿈이다. 그래서 그 꿈의 무게가 가볍지 않다. 

그 어느때보다 남북관계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정권이 교체된다. <녹색경제신문>은 그에게 남북관계와 통일에 대해 물었다...<<편집자 주(註)>>    

김천식 전 통일부차관 [사진=녹색경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짚어달라

1985년 소련의 페레스트로이카(개혁) 이후 중국까지 개방되면서 30년 넘게 세계화가 진행됐다. 우리나라는 이 과정에서 경제적으로 이익을 본 나라다. 세계화가 끝난 것은 결과적으로 아쉽지만, 10여년 전부터 미중 간 전략경쟁이 진행되어 점점 강화됐고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다시 신냉전 체제가 확고하게 재생했다. 특히 러시아의 침공은 국제 질서가 야만의 시대로 전환됐음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도 언제든 전쟁으로 인해 국민의 생명을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됐다는 뜻이다. 

이전까지의 대북정책은 탈냉전과 국제화에 기반했다. 냉전이 해체되고 세계화가 확산된 이후의 흐름에 편승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과 러시아를 세계체제에 끌어들이는 방향으로 세계화가 진행됐는데, 대북포용정책이나 북방정책이 그런 흐름에서 나온 셈이다. 지금은 지난 30년간 그러한 세계조류가 바뀜으로써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대북정책을 지속하기 어려워졌다. 한마디로 전혀 달라진 세상이 됐다.

신냉전으로 진영이 재편되는 중이고, 반세계화로 공급망 재구축이 이뤄지고 있다. 또한 4차산업혁명으로 기술혁명과 기술보호주의도 강화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금 방향을 잘 정해야 한다. 75년전 세계가 냉전을 시작하면서 사회주의 계획경제와 공산권 연대를 택한 북한과, 친사회주의로 방향을 정했던 제3세계 국가들이 얼마나 어려워졌나. 자유주의와 개방체제를 택한 한국만 선진국이 됐다. 그만큼 국가의 방향 선택이 중요하다. 지금 다시 격동기를 맞아 방향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나중에 큰 결과의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 

그 동안 우리나라가 지향해왔던 자유, 개방, 선진문명국가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서방과의 연대, 특히 미국과의 동맹이 중요하다. 한미동맹을 튼튼히 발전시키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방과 안보가 최우선으로 다뤄져야 하는 상황이 됐고, 전쟁의 위협을 없애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됐다.

우리 민족의 도약을 위해서는 통일로 가야하는데, 그 이전에 비핵화를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남북한 분단 고착화와 북한 핵무력 강화, 그리고 세계정세 급변 과정에서 통일에 대한 회의적 입장이 나오고 있지만, 일관성있게 통일을 지향해야 한다.

통일은 국력이 대폭 강화되고 민족이 도약하는 계기와 기회가 될 것이 확실하다.

동북아 질서를 선도하고 지역강국으로 성장하는 민족의 꿈을 가져야 한다. 개인이든 국가든 지금 갖고 있는 꿈은 미래의 모습이면서 그것은 또한 현재를 사는 우리나라의 모습을 규정한다.

올해 들어 북한의 미사일 시험이 잦아졌고, 핵실험 징후도 포착된다. 북한 비핵화에 대한 새 정부의 정책기조에 대해 조언해달라

지난 5년은 핵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남북관계 개선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증명해준 시간이다. 앞으로도 북핵이 해결되지 않으면 남북간에 할 수 있는 것은 상당한 제약이 있다.

아무리 어려워도 북한 비핵화는 포기할 수 없는 목표이며, 우리는 비핵화를 위한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북한이 전략무기 개발을 지속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경제적인 문제로 북한 인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고, 북한 주변에는 북한보다 국력이 약한 나라가 없기 때문에 북한이 아무리 군사무장을 강화해도 이를 수수방관할 나라는 없다. 미국, 중국, 러시아는 물론이고 한국과 일본도 북한이 전략무기를 개발할수록 더욱 무장을 강화하게 된다. 만일 군비경쟁이 가속화되면 경제력이 약한 북한이 가장 먼저 어려움에 처하게 될 수 밖에 없다.

현정부는 통일 대신 평화를 강조했다. 새정부에서는 통일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남북한 주민은 5천년 역사를 공유하고 있고, 최소한 1300년 이상 한 나라를 이루고 살아왔으며 언어가 같은 한 민족이다. 남북한 주민이 한반도에서 하나의 나라를 이루고 사는 것이 바람직하고 자연스럽다. 이것이 통일을 지향하는 원천적인 힘이다. 남북한 주민은 언어와 문화의 유전자가 같기 때문에 동질성의 복원이 가능하다고 본다. 

남북한의 주민들이 민족 정체성을 공유해야 한다. 언어가 달라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 노력이 통일 노력의 첫 번째다.

그 다음 주민간 접촉을 시작하고 확대해야 한다. 서로의 언론, 출판, 방송을 보면 상대방의 생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상대방의 삶에 대해 관심을 갖고 동포애적 차원에서 도움이 필요할 때는 인도적 지원도 해줘야 한다. 민족의 외형적 동질성 유지와 동포애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임산부와 어린이의 영양부족 해소에 도움을 줘야 한다. 민족의 외형적 동질성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특히 임산부와 어린이의 영양부족 해소에 도움을 줘야 한다. 남북 분단에 따른 인도적 고통을 외면하면 안 된다. 이산가족, 국군포로, 납북자, 탈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하며 이것은 혈연적 연대 확인의 일환이다.

세계적인 어젠다인 기후변화 등에 대해서는 공동대처가 필요하다. 남북한이 공동으로 노력해야하는 주제다. 그린데탕트(Green Detente)를 추진해서 미세먼지와 자연재난을 포함한 기후위기 공동대응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서해 한반도와 중국간의 서해경계선 문제는 남북이 공동대처하면 효과가 커진다.

사실 하나씩 찾아보면 남북간에 해야 할 일이 매우 많다.

문재인정부의 통일정책에 대해 평가한다면

문재인정부는 너무 낙관적인 접근을 했다. 문 정부는 북핵문제 등에 있어서 큰 진전을 기대했지만, 정세를 오판했다.

우리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얘기했지만, 북한은 핵무장을 완성했다. 북한이 핵무장을 하자 국제사회는 북한을 차단했다.

그런데, 문 정부는 평화를 증진시킴으로써 경제협력을 증진시키고, 경제협력이 다시 평화를 확대하자는 선순환 논리를 내세웠지만, 북한의 핵무장으로 한반도 평화는 더 위태로워졌고 국제사회가 북핵에 대해 제재를 하는 상황에서 남북한의 경제협력이 성과를 거둘 수는 없다. 평화경제가 작동할 수 없는 구조였고 결과적으로 아무 것도 이룩된 것이 없다.

북한은 핵무장을 강화하는데 평화를 얘기하고, 국제사회의 제재가 강화되는데 경제협력을 주장하니 국제적으로도 신뢰를 상실했다.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은 형용모순이다. 문 대통령 스스로도 종전선언은 한미동맹이나 정전체제에 아무 영향이 없다고 얘기했다. 아무런 효과도 없는 정치적인 선언은 어떤 도움이 안 된다.

그런데, 북한과 미국은 종전선언이 실질적인 효과가 있다고 봤다. 북한은 종전선언에 따라 적대시 정책의 철회, 즉 제재해제나 군사훈련 중단, 한미동맹 약화 등을 기대했다.

미국은 종전선언이 되면 북한이 유엔사 해체, 주한미군 철수, 한미연합훈련 중지 등의 요구를 할 것이고 그러한 주장이 한국사회 일부에서 터져 나올 수 있다는 우려를 할 수 있다. 이는 안보 전략상 안 되는 일이다. 미국의 입장에서 동북아 안보전략에 변수가 확대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측면이 있다.

남북대화는 종합적인 전략적 구상과 세부적인 로드맵이 필요하다.

예를 들자면, 1971년도에 적십자회담을 했는데, 당시는 이산가족 문제가 명분이었지만, 남북한이 서로 '상대방이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탐색하는 것'이 실제 목적이었다. 그런데 또 그것이 7.4 공동성명으로 이어진 것이다. 

남북한의 접촉은 언제든 명분과 의도가 다를 수 있고, 또 의도와는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 

▲대북정책을 단기와 장기 목표로 구분해서 실천 목표를 제시한다면

단기적으로는 인도적 문제를 해결을 목표로 해야 하지만 그 전에 남북한의 소통채널을 복원하고 남북간의 위기관리를 해야 한다. 비핵화는 지금까지의 연장선상에서 지속해야 한다.

통일은 지향점이자 궁극적인 목표다. 통일만 하면 된다는 통일지상주의도, 통일이 어려우니 할 수 없다는 비관론도 모두 잘못됐다. 남북한 개인 개인의 자유와 인권, 복리가 증진되는 온전한 통일이 돼야 국가적, 국민적 이익이 일치될 수 있다. 

남북간의 대화와 한미, 북미 대화에 대해 각각의 의미에 대해 짚어달라

한미간의 대화채널이 더욱 강화될 것이다. 한미의 공통 관심사는 북한 비핵화, 한반도 정세 안정이다. 새정부는 한미간에 질 높은 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남북간의 대화는 소재가 워낙 많아서 어디서부터 시작해도 좋다.

북한이 현재는 남북 대화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북한은 이같은 입장을 바꿔야 한다.

한반도 질서를 남한을 배제하고 북한이 혼자 주도하거나 다른 외국과 함께 도모하는 것은 민족적 양심에 어긋나는 일이다. 남한을 외면하고 미국과 대화한다는 것이 바로 사대주의다. 이 점을 북한은 똑똑히 알아야 한다. 

 

김천식(65세, 북한학 박사) 전 통일부 차관은 전남 강진에서 태어나 서울 양정고, 서울대 정치학과를 나왔다.

행시 28회로 통일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해 남북회담운영부장, 교류협력국장, 통일정책실장을 거쳐 이명박정부에서 차관을 역임했으며 최고의 통일정책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남북교류협력법, 남북협력기금법, 남북관계발전법, 통일교육지원법 등을 기초하고 추진해 통일정책의 기틀을 잡았다.

지난 2000년 김대중.김정일 정상회담에 통일부 정책총괄과장으로 배석해 6.15남북공동선언을 작성하는데 참여하는 등 1990년 남북고위급회담 때부터 퇴임시까지 120여 차례 남북대화에 직접 참여했다.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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