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이야기] 리딩뱅크 탈환한 허인 KB국민은행장…4연임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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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이야기] 리딩뱅크 탈환한 허인 KB국민은행장…4연임 주목
  • 조동석 기자
  • 승인 2021.11.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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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도 주택도 아닌 장기신용은행 출신
- 지난해 3년만 신한 제치고 ‘리딩뱅크’로
- 규제로 수익악화 전망…새 탈출구 모색
2020년, 3년만에 리딩뱅크를 탈환한 허인 KB국민은행장. 사진은 지난 1일 창립 20주년에서 기념사를 하고 촬영에 임하는 모습. [제공=KB국민은행]

‘별의 순간’이란 무엇인가. 한 인간의 미래를 결정하는 운명의 순간이다. 누군가에게는 선대의 말 한마디가 웅장한 울림이 되고, 어떤 이에게는 책에서 읽은 한 구절 또는 사소한 이벤트가 거대한 변화를 일으키는 별의 순간이 되기도 한다. 기업인에게도 별의 순간이 있다. 이 별의 순간은 기업인 개인의 운명은 물론 국가미래까지 변화시키는 ‘터닝 포인트’다. 산업을 재편하고, 일반인의 일상과 사회의 미래까지 바꾸는 거대한 수레바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별의 순간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선대 회장의 밥상머리 교육이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애플의 아이폰을 보고는 스마트폰 시대에 ‘사람이 모이면 돈이 되겠다’는 단순한 생각에 카카오톡을 창업한다. 단순한 생각이 그에게는 카카오를 국민 메신저로 자리잡게 하는 터닝 포인트였다.

<녹색경제신문>은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움직이고, 결정하는 주요 기업인들의 인간적인 면모와 함께 오늘 그들의 성공을 가져온 터닝 포인트와 위기에 임하는 그들의 자세 등을 다루는 ‘CEO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2017년 11월 KB국민은행장에 취임한 허인 행장은 2020년 3년만에 ‘리딩뱅크’를 탈환하며 KB금융의 새 역사를 썼다.

이런 그가 4연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허 행장은 임기 중 국내 최고 은행 자리를 꿰찼고 지금까지 수성하고 있다. 능력을 성과로 입증한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속에서도 분기마다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 터닝 포인트-국민도 주택도 아닌 장기신용은행 출신

2014년 KB금융은 극심한 내홍을 겪는다. 주전산기 교체를 둘러싼 집안싸움에서 촉발된 KB사태는 지주 회장과 은행장의 동반 퇴진으로 일단락한다.

당시 윤종규 현 KB금융지주 회장이 위기를 수습할 구원투수로 등판한다. 은행장도 겸임한다. 윤 회장 겸 행장은 3년 임기 동안 KB 조직을 재정비한다. 이후 지주 회장만 맡고 은행장을 새로 선임한다.

허인 영업담당 부행장을 발탁했는데, ‘의외의 인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허 행장은 ‘채널’이 없는 장기신용은행 출신이기 때문이다. ‘1채널’(국민은행)과 ‘2채널’(주택은행) 출신이 아니면 수장 자리에 앉기 힘들 때였다.

그런가 하면 장기신용은행 출신을 선임하면서 채널 싸움을 마무리하고 능력 중심의 인사로 공정성을 확보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특히 은행권에서 1960년대생 수장이 나온 것도 처음이다.

이런 그는 뼈속까지 ‘뱅커’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장기신용은행에서 기관영업을 맡았고, 통합을 통해 국민은행에 합류해 기업금융 분야를 주로 맡았다. 이후 여신심사본부 상무에 이어 윤종규호(號) 첫 인사에서 경영기획그룹 전무 겸 KB국민은행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된다.

◇ 성공과 위기

허 행장은 취임하자마자 은행권의 상징 ‘유니폼’을 은행권에서 처음으로 폐지했다. 자유로운 문화에서 창의적 사고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허 행장이 주재하는 회의에는 신입 행원과 대리급도 참석해 임원과 직접 얘기를 나눈다.

디지털은 허 행장이 집중하는 경영화두 중 하나다. 그는 ‘사람 중심의 디지털 전환’을 꾸준히 강조한다. 단순히 기술만 발전시키는 게 아니라 고객에게 더 나은 경험을 주는 기술 기반을 만들자는 얘기다.

허 행장 취임 당시 신한금융의 1위 자리는 견고했다. 그러나 2020년, 3년 만에 리딩뱅크를 탈환한다. KB금융지주의 지난해 순이익은 3조 4552억원으로 신한금융지주보다 406억원 더 많다.

리딩뱅크 탈환 과정에서 찾아온 코로나19 사태로 허 행장은 또다시 시험대에 오른다. 그는 지난 1일 열린 창립 20주년 기념사에서 고객과 직원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 뒤 “미래의 금융은 고객의 일상에 녹아 들어간 ‘초(超)개인화된 생활금융 서비스’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금융과 비금융 영역을 아우르는 종합 서비스를 KB 플랫폼이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는 설명이다. 허 행장은 새롭게 재구축한 ‘KB스타뱅킹’과 젊은 세대에 특화된 ‘리브 넥스트’로 위기를 넘어서고 있다.

◇ 향후 과제

KB국민은행의 올들어 3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이익은 2조 2003억원으로 M&A로 인한 자산증가와 안정적 대출성장에 따른 이자이익이 성장을 견인했다. 그러나 M&A가 마무리 단계에 온데다 대출규제로 이자수익이 크게 늘어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신한과 ‘리딩뱅크’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3분기 KB금융이 우세를 점한 상황에서 신한이 손해보험 부문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뒤집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허 행장은 이달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4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임기 중 신한은행으로부터 리딩뱅크 자리를 탈환했고, 지난해와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실적 기록을 매번 경신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최근 캄보디아 프라삭 100% 지분 인수와 인도네시아 부코핀의 자본 확충 등을 통해 글로벌 현지 금융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허 행장은 “뉴욕, 런던, 동경, 홍콩 등에 이어 올해 말 예정대로 아시아의 금융 허브인 싱가포르에 KB국민은행이 진출하게 되면 글로벌 투자 네트워크가 한층 강화될 것이다”고 전했다.

KB국민은행은 KB금융지주와 함께 기후변화 위기 극복과 환경보호 등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지난해 ‘탈석탄금융’ 선언 이후 ‘적도 원칙’ 가입,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위한 ‘RE100’ 가입, ‘친환경 업무용 차량’ 도입 등과 같은 ESG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조동석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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