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이야기] 정승일 한전 사장, 흑자전환과 탄소중립 두마리 토끼 잡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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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이야기] 정승일 한전 사장, 흑자전환과 탄소중립 두마리 토끼 잡을 수 있을까
  • 김의철 기자
  • 승인 2021.11.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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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피아 오명 벗으려면 2030탈석탄 선언하고 탄소중립 적극 모색해야

‘별의 순간’이란 무엇인가. 한 인간의 미래를 결정하는 운명의 순간이다. 누군가에게는 선대의 말 한마디가 웅장한 울림이 되고, 어떤 이에게는 책에서 읽은 한 구절 또는 사소한 이벤트가 거대한 변화를 일으키는 별의 순간이 되기도 한다. 기업인에게도 별의 순간이 있다. 이 별의 순간은 기업인 개인의 운명은 물론 국가미래까지 변화시키는 ‘터닝 포인트’다. 산업을 재편하고, 일반인의 일상과 사회의 미래까지 바꾸는 거대한 수레바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별의 순간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선대 회장의 밥상머리 교육이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애플의 아이폰을 보고는 스마트폰 시대에 ‘사람이 모이면 돈이 되겠다’는 단순한 생각에 카카오톡을 창업한다. 단순한 생각이 그에게는 카카오를 국민 메신저로 자리잡게 하는 터닝 포인트였다.
<녹색경제신문>은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움직이고, 결정하는 주요 기업인들의 인간적인 면모와 함께 오늘 그들의 성공을 가져온 터닝 포인트와 위기에 임하는 그들의 자세 등을 다루는 ‘CEO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註(주)]

[사진=한전]
정승일 사장의 취임식 모습 [사진=한전]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은 전형적인 관피아(관료+마피아)다. 정 사장은 지난해 11월까지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으로 있다가 올해 6월 한전 사장직을 맡게됐다. 정부(KDB산업은행 32.9%, 산업부 18.2%)가 51.1%의 지분을 가진 공기업인 만큼 낙하산 인사가 조금은 자연스럽기도 하다. 

정 사장은 행정고시(33회)를 거쳐 산업부의 전신인 동력자원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해 주로 에너지정책을 담당해왔다. 기업은 처음이지만, 한전은 낯선 곳이 아니기도 한 셈이다. 

 

터닝 포인트

위기를 겪어보지 않은 엘리트 관료가 한전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그는 1984년 당시 신흥명문인 마포의 경성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 경영학과에 진학해 석사학위까지 마쳤다. 1989년 행시에 합격해 청와대 행정관을 거치는 등 별다른 굴곡없이 차관까지 지냈다. 

우리나라에서는 누구도 부인하기 힘든 엘리트 관료의 길을 걸어왔다. 또한 전임 김종갑 사장과는 달리 민간 기업에서 근무한 경험이나 경영자로서의 경험은 없다. 

그런데, 한전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위기에 놓여 있다. 

올해 2분기 말 기준 한전의 부채규모는 무려 137조원에 달한다. 올해 당기순이익이 2조원 이상 적자가 날 전망인데다, 석탄을 비롯한 모든 연료 가격이 상승하고 있어서 적자폭이 깊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력요금 인상도 공기업인 만큼 제약이 심하다. 오는 2025년에는 165조원까지 부채가 늘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로 인해, 소액주주들의 피해도 심각하고 이들은 단체행동을 통한 자구책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전 소액주주연대는 상장폐지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16년 5월말 6만3000원까지 기록했던 주가가 지난 1일 기준 2만2650원으로 떨어졌다. 

한편으로는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한전의 발전자회사들은 단일 기업집단으로는 국내 탄소배출의 28%를 차지해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고 있다. 2위인 포스코그룹의 13%에 비해서 2배가 넘는다. 그런데 2050년까지 석탄발전을 유지하겠다고 문재인 대통령은 밝혔다. 

물론, 이것은 지난달 말(현지 시간) 유럽에서 열린 COP26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이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내로 억제하기로 합의한 것과는 다르다. 적어도 2030년까지 탈석탄을 달성해야 이같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 대다수 환경단체의 지적이다. 

[사진=한전]
바라카 원전 전경 [사진=한전]

▲성공과 위기

최고의 원전기술 보유하고도 탈원전 서둘러 위기 자초

그가 성공하기 위한 답은 이미 정해져 있는지도 모른다. 정부가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부랴부랴 서두르는 것은 모두 올해의 일이다. 그런데 탈원전은 이번 정부 집권초기인 2017년 부터다. 문재인 정부는 탄소중립에 대한 위기의식 없이 탈원전을 선행했다. 이것이 근본적인 위기를 초래했다. 

다행히 2030탈석탄까지 아직 시간이 남아있다. 한전이 중심이 돼서 활발히 소통해나가면 원전에 대한 오해를 줄이고 석탄발전을 멈출 수도 있다. 또한 이는 한전의 재정적 위기를 타개하는 확실한 타개책이 될 수 있다. 탈석탄과 탄소중립은 지구촌 모두의 당면한 절대과제이기 때문이다.

정 사장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가 이것이다. 이번 정부의 탈원전기조는 원자력공학자들의 전문적인 견해가 철저히 배제된 상태에서 진행돼왔다. 

취재과정에서 중대한 문제들이 드러났다. 

반핵단체와 탈원전론자들은 원전 건설에 12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로 2030년까지 탈석탄을 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원자력 공학자들은 5년이면 원전건설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이것은 한전이 기술적 검증을 통해 누구 말이 맞는지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한국의 경수로 원전은 아직 1명의 사망자도 나오지 않았을 만큼 안전하다. 핵폐기물이나 방사능 유출에 대한 우려나 일부 증거에 대해서도 한전이 사실 검증을 통해 얼마나 위험한지 밝히면 오해를 풀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원전의 비용에 대해서도 한국형 경수로 원전은 미국에 비해 4배 이상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국내 환경운동을 주도층은 대부분 미국에서 배운 지식에 기반해 원전이 비싸다고 주장한다. 이것도 한전이 사실관계를 검증할 수 있다.

양측이 같은 사실을 알고나면 사회적합의를 이루는 것은 어렵지 않다. 

또 한가지는 정치적 입김이다. 적어도 이 시점에서 에너지 정책은 정치적으로 휘둘리면 안되는 문제다. 

일례로 전라남도 나주의 특급 학교인 한국에너지공과대학(한전공대)이 개교하는 과정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그 단면을 보여줬다. 추미애, 이해찬, 이낙연 씨 등이 당대표만 되고나면 나주로 내려가 한전공대 설립을 압박했고, 기어코 5년만에 개교해 내년에 신입생을 모집한다. 이낙연 전 당대표는 한전공대 특별법 입법을 주도하기도 했다. 

학교부지를 기부한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법원의 유죄판결과는 상관없이 수감된지 불과 몇달만에 지난 8월15일 특별사면으로 풀려났다. 또한, 잔여부지에는 5000채 이상의 아파트가 건설되면서 특혜시비가 잇따르고 있다. 

다행히 정 사장은 엘리트 관료 출신이다. 만일 그가 의지를 갖고 나선다면 기업에서 정부와 정치권을 설득해야 하는 상황에서 누구보다도 적임자일 수도 있다. 

만일 한전이 정해진 시간내에 필요한 만큼의 에너지전환을 이뤄내지 못하면 국내 제조업은 물론, 국가 전체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지구촌의 위기를 초래하는 공범이 될 수 있다. 

한전이 공기업이라지만, 1억원의 연봉 수준과 각종 복지혜택을 국민이 언제까지 눈감아 줄지 장담하기 어렵다. 

[사진=한전]
정승일 사장이 바라카 원전을 둘러보는 모습 [사진=한전]

향후 과제

합리적인 가격의 녹색에너지 공급위한 장기 로드맵 만들어야 

한전은 기업이다. 그러니 경쟁력있는 가격의 전기를 공급해야 한다. 그리고 적정한 이윤을 붙여 요금을 매겨야 한다. 그리고 내부의 낭비요인을 최소화하고 합리적인 경영을 해야 한다. 이건 모든 기업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다. 그래야 부채를 줄여나갈 수 있다. 

전기 수요는 늘어날 수 밖에 없는데, 화석연료 사용은 급속히 줄여나가야 한다. 그래야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다. 이건 선택의 영역이 아니라 당연한 책무다.  

이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대한 빨리 2050년까지 세부적인 탄소중립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 정 사장의 임기만 생각하면 안된다는 뜻이다. 이 세가지를 해결할 수 있는 답을 찾고,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야 하는 것이 정 사장이 당면한 과제다. 언젠가 달성해야하는 과제지만, 당장 시작해야하는 숙제이기도 하다. 

여기에 절대 전제가 하나 더해진다. 에너지 안보의 문제다. 최근, 중국의 전력난에서도 보여지듯이 에너지는 다른 나라에 의존해서는 안되는 문제다. 언제든 에너지 위기는 파국적인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경제규모가 확대되고 산업이 발달할수록, 생활수준이 높아질수록 전력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에 에너지 안보는 국가와 국민의 생존을 좌우할 수 있는 문제로 인식돼야 한다. 그러니까, 중국이나 러시아에서 전기를 수입하겠다는 식의 발상은 하면 안된다. 

재생에너지와 원전말고는 답이 없다. 재생에너지 비중을 최대로 늘리되 태양광이나 풍력의 한계와 문제점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 원전기술도 소형모듈형원전(SMR)을 포함해 지속적으로 개발해나갈 필요가 있다. 수출경쟁력이 있다면 탄소중립이 우리나라에 큰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무탄소 전원으로 각광받는 수소나 암모니아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하겠지만, 무리하게 상용화되지 않은 기술을 전제로 목표설정을 하는 어리석음에 대해서도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참으로 중차대한 시점에 막중한 사명이 정 사장에게 주어졌다는 점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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