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이야기] 배터리업계 선도하는 김종현 LG엔솔 대표..."세계 1위 위상 공고히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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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이야기] 배터리업계 선도하는 김종현 LG엔솔 대표..."세계 1위 위상 공고히 할 것"
  • 정은지 기자
  • 승인 2021.10.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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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에너지솔루션 초대 대표이사 'LG맨 김종현'
- 10월 IPO 앞두고 GM 볼트 리콜 이슈 발목 잡아

‘별의 순간’이란 무엇인가. 한 인간의 미래를 결정하는 운명의 순간이다. 누군가에게는 선대의 말 한마디가 웅장한 울림이 되고, 어떤 이에게는 책에서 읽은 한 구절 또는 사소한 이벤트가 거대한 변화를 일으키는 별의 순간이 되기도 한다. 

기업인에게도 별의 순간이 있다. 이 별의 순간은 기업인 개인의 운명은 물론 국가미래까지 변화시키는 ‘터닝 포인트’다. 산업을 재편하고, 일반인의 일상과 사회의 미래까지 바꾸는 거대한 수레바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별의 순간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선대 회장의 밥상머리 교육이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애플의 아이폰을 보고는 스마트폰 시대에 ‘사람이 모이면 돈이 되겠다’는 단순한 생각에 카카오톡을 창업한다. 단순한 생각이 그에게는 카카오를 국민 메신저로 자리잡게 하는 터닝 포인트였다.

<녹색경제신문>은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움직이고, 결정하는 주요 기업인들의 인간적인 면모와 함께 오늘 그들의 성공을 가져온 터닝 포인트와 위기에 임하는 그들의 자세 등을 다루는 ‘CEO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註(주)]


 

2020년 7월, 테슬라는 내연기관차 시장의 절대강자였던 도요타를 제치고 글로벌 자동차업계 시가총액 1위 자리에 올랐다. 전기차 시대의 서막이 오른 것이다.

테슬라의 성공을 기점으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LG엔솔이 LG화학으로부터 분사한 것도 지난 2020년이다. 전문화된 사업에 역량을 집중함과 동시에 사업 특성에 맞는 독립적이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다. 

LG화학은 2020년 11월 26일 실시된 2021년도 정기 임원인사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초대 대표이사로 김종현을 내정했다. 20년동안 LG그룹에 몸담고 있는 그는 LG화학에서도 배터리사업을 이끌며 흑자를 이끌어낸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 터닝포인트 
전기차 시대의 도래...배터리 산업의 폭풍 성장

2017년 11월 30일, LG화학은 2018년 정기 임원인사를 실시하면서 김종현을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부사장)으로 임명했다. 

당시 LG화학 내부 분위기는 흉흉했다. 화학에서 돈을 벌어 배터리에 아무리 부어도 적자행진을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2016년 1분기부터 5분기 연속 적자가 나자 실적 개선이 절실해졌다. 이웅범 전 사장이 전지사업본부장에서 물러나게 된 이유 또한 실적 부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종현이 전지사업본부장 부사장으로 임명된 데에는 과거 그의 실적이 한 몫 했다. 2013년부터 자동차전지사업부장을 맡으면서 글로벌 완성차회사들을 대거 고객사로 확보한 경험이 있었던 것. 공격적으로 상황을 개선해낼 수 있는 개척자가 필요했던 LG화학은 김종현을 내세워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김종현 대표는 LG엔솔이 분사해 나오기 이전인 LG화학에서 수많은 업적을 남기며 배터리 사업을 흑자로 이끌었다. 

김 대표가 공을 들인 부분은 기초 다지기다. 배터리에 들어가는 원재료 공급망을 탄탄히 다지면서 가격 경쟁력을 높였다.  

그는 2018년 중국 최대의 코발트 정련회사인 화유코발트와도 현지 합작법인을 만들어 배터리 양극재와 전구체를 직접 확보한 데 이어 2019년 8월에는 중국 리튬생산회사인 텐치리튬과 수산화리튬을 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높은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은 글로벌 전기차 업체에 배터리를 공급하는데 유리하게 작용했다.

이로 인해 LG화학은 볼보가 2017년 론칭한 고성능 전기차 브랜드인 ‘폴스타’에 탑재될 배터리 수주를 따낸 데 이어 테슬라 및 루시드모터스까지 굴지의 글로벌 전기차 업체들과 계약을 맺으며 규모를 키웠다.

◇ 성공과 실패
IPO 앞두고 GM 볼트 리콜...10월에 IPO일정 밝힌다

김종현의 공격적인 투자 전략은 전지사업본부에서도 이어졌다. 그중 하나는 완성차회사를 고객사로 확보하는 것이었다. 김 대표는 2017년 말 기준으로 글로벌 완성차회사 30곳에서 전기차배터리를 수주한데 이어 이후로도 꾸준히 프로젝트를 따내면서 사업을 확장시켰다.

이로 인해 2018년 글로벌 4위 수준이었던 LG화학은 급격히 점유율을 높여 2020년 글로벌 1위를 차지하기에 이른다. 이후 중국 CATL에 1위자리를 내줬지만 격차는 0.9%로 우열을 가리기 힘든 상황이다.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누적 배터리 사용량 순위에서 LG에너지솔루션(26.2%)은 2위를 유지했다. 1위는 중국의 CATL(27.1%)이다. 올해까지 두 회사의 점유율 차이는 0.9%에 불과하다.

[자료=SNE리서치]

연내 상장을 통해 자금력을 조달받고 더욱 공격적으로 밀어붙이려던 김 대표에게 위기가 닥쳤다. LG엔솔의 배터리가 들어간 GM의 볼트EV차량 화재발생에 이어 테슬라 초대형 에너지저장장치(ESS) '메가팩'에도 화재가 발생하는 등 배터리 이슈가 연달아 발생한 것이다.

지난 7월 GM 볼트EV차량 6만8600대에 대한 리콜이 결정난데 이어 최근 7만3000대 가량을 추가 리콜하는 것으로 결정나면서 LG엔솔이 감당해야 하는 리콜 관련 충당금 비용이 급격히 늘어났다.

2분기에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받은 합의금과 IPO를 통해 조달받는 자금을 토대로 공장 설립이나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려던 김 대표는 우선 리콜과 관련한 불확실성을 털어 업계의 신뢰도를 회복하는 데에 집중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현재 추진 중인 IPO와 관련해서는 GM 리콜 조치 방안,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면밀히 검토한 후 올해 안에 상장 완료를 목표로 IPO를 지속 추진할지 여부에 대해 10월까지 결정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힌 상태지만 10월에 접어든 현재까지도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황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녹색경제신문에 "LG배터리는 전 세계적으로 공급량이 많기 때문에 그만큼 문제의 중심에 서는 경우가 많지만 높은 기술력 또한 보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실제로 자동차 화재사고의 원인으로 배터리 결함이 지목돼 리콜 비용의 절반 이상을 감당하고는 있지만 배터리만이 문제되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고 말했다.

GM 볼트EV차량 6만8600대에 대한 리콜이 결정난데 이어 최근 7만3000대 가량을 추가 리콜하는 것으로 결정나면서 LG엔솔이 감당해야 하는 리콜 관련 충당금 비용이 급격히 늘어났다. [사진=GM]

◇ 향후 과제
전기차 및 UAM 시대, 리튬배터리 안정화 및 차세대 배터리 개발 박차

LG엔솔은 배터리 리콜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명실상부한 글로벌 1위 배터리 기업이기도 하다. 

업계에서는 CATL이 현재 차지하고 있는' 배터리업계 1위' 자리가 중국 시장의 수요에 의한 것일 뿐이라며 실제로는 LG엔솔이 1위인 것이나 다름없다고 보고 있다.

그렇지만 CATL의 기술력과 공격적인 투자를 간과해선 안된다. 최근 CATL은 리튬이온 배터리의 주원료인 리튬 광산을 또 인수하면서 핵심 원료 공급망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CATL은 “리튬을 장기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인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값비싼 리튬 대신 나트륨을 이용하는 '나트륨 배터리'를 개발하는 등 신제품 개발에도 한창이다. 신기술이 미래의 생존을 좌우한다는 판단에서다.

CATL이 공개한 나트륨 배터리 [사진=CATL]

김 대표도 차세대 배터리 개발 투자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최근에는 꿈의 배터리라고도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기술을 한 단계 높이는 성과를 이뤄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상온에서 충전할 수 있는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개발한 것. LG엔솔은 이번 기술 개발로 전고체 배터리의 개발은 물론 상용화 경쟁에서도 앞서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고체 배터리는 최대 800㎞까지 주행할 수 있어 꿈의 배터리로 불리지만 에너지 밀도가 높아 상온에서 빠른 속도로 충전할 수 없다는 점이 난제로 꼽혀왔다. 

LG엔솔은 지난달 24일 "미국 샌디에이고 대학(UCSD)과 공동으로 기존 60도 이상에서만 충전할 수 있었던 전고체 배터리의 기술적 한계를 넘어 상온에서도 빠른 속도로 충전할 수 있는 장수명 배터리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LG엔솔 관계자는 "실리콘을 적용한 전고체 배터리 중 상온에서 충·방전 수명이 500회 이상인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공동 연구 결과는 이날 저명한 과학저널인 '사이언스'지에 실렸다.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가벼우면서도 에너지 밀도가 높은 리튬황 배터리 개발에도 한창이다. 

LG엔솔은 지난해 8월 리튬황 배터리 시제품을 탑재한 무인기를 영하 70도의 지구 성층권으로 띄워 올렸다. 국내 최초로 고도 22㎞를 13시간 동안 비행하면서 리튬황 배터리의 안전성과 성능을 확인하는 성과를 올렸다.    

리튬황 배터리의 특징중 하나인 '가벼운 무게'는 향후 다가올 UAM(도심항공모빌리티) 시대에 더욱 빛을 발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드론과 같은 기체를 띄워 사람이나 화물을 운반하려면 배터리 무게가 가벼울 수록 좋기 때문이다. 

2024년에 기체개발을 완료하고 2025년부터는 상용화를 목표로 둔 한화시스템은 기체에 탑재할 배터리가 가벼울 수록 좋다는 입장이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현재 연구중인 기체는 조종석 포함 5인승이다. 많은 인원을 태워 오랜 시간 비행하는 데에는 가벼운 배터리가 더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정은지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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