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이야기] '자나깨나 KT 생각' 구현모, 일찌감치 ‘이통사 탈통신’ 준비하고 있었던 ‘정통 KT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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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이야기] '자나깨나 KT 생각' 구현모, 일찌감치 ‘이통사 탈통신’ 준비하고 있었던 ‘정통 KT인’
  • 고명훈 기자
  • 승인 2021.10.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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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핵심 요직 두루 경험하며 기업 비전·전략 고민...기업 이해도 높은 내부인 찾던 이사회에 적임자로 지목
-이통3사 CEO 중 ‘탈통신’ 관심 가장 높아...5G 기반 디지털 플랫폼 기업(디지코) 전환 선포
-코로나 시대 ‘5G B2B’ 공략, AI 등 ICT 기술 결합해 가치 창출 극대화할 신분야 모색하는 것이 관건

‘별의 순간’이란 무엇인가. 한 인간의 미래를 결정하는 운명의 순간이다. 누군가에게는 선대의 말 한마디가 웅장한 울림이 되고, 어떤 이에게는 책에서 읽은 한 구절 또는 사소한 이벤트가 거대한 변화를 일으키는 별의 순간이 되기도 한다.

기업인에게도 별의 순간이 있다. 이 별의 순간은 기업인 개인의 운명은 물론 국가미래까지 변화시키는 ‘터닝 포인트’다. 산업을 재편하고, 일반인의 일상과 사회의 미래까지 바꾸는 거대한 수레바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별의 순간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선대 회장의 밥상머리 교육이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애플의 아이폰을 보고는 스마트폰 시대에 ‘사람이 모이면 돈이 되겠다’는 단순한 생각에 카카오톡을 창업한다. 단순한 생각이 그에게는 카카오를 국민 메신저로 자리잡게 하는 터닝 포인트였다.

<녹색경제신문>은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움직이고, 결정하는 주요 기업인들의 인간적인 면모와 함께 오늘 그들의 성공을 가져온 터닝 포인트와 위기에 임하는 그들의 자세 등을 다루는 ‘CEO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註(주)]

구현모 회장. [사진=KT]
구현모 회장. [사진=KT]

한 기업을 이끄는 수장은 누구보다 그 기업을 가장 잘 알고 애정이 깊어야 한다고 했던가. 이 말대로라면 지금 KT는 아주 적임자를 만났다.

구현모 KT 대표는 지난해 CEO직으로 선임될 당시 KT가 기존 ‘회장’ 직급을 ‘사장’으로 바꾸고 CEO 1인 체제에서 최고경영진 간 의사결정 체제로 전환, 급여 등의 처우마저 이사회가 정하는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불평불만도 없이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구 대표가 이사회의 요청을 순순히 받아들였던 건, 역시 KT에 대한 지긋한 애사심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제 그는 KT를 바꾸려 한다. 통신사로 달려왔던 KT에 정보통신기술(ICT)이라는 커다란 날개를 달고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서 하늘 높이 날 계획을 펼치고 있다.

◆터닝포인트

KT 핵심 요직 두루 경험한 34년차 '정통 KT인'...기업 이해도 높은 내부인 찾던 이사회에 적임자로 지목

구현모 대표는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를 나와 카이스트에서 경영과학을 전공해 석사와 박사 과정을 마치고 1987년 평직원으로 KT에 입사해 현재 수장 자리에까지 오른 무려 34년차 정통 KT인이다. 군대로 따지면 이등병으로 입대해 별까지 다는 코스를 밟은 셈이다.

KT에 입사하고 줄곧 연구소에서 근무하던 구 대표는 2007년 KT전략 CFT그룹 전략1담당에서 상무대우직을 맡으며 본격 임원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KT 내 핵심 요직을 두루두루 경험했다. 그룹전략, CorporateCenter 경영전략, 개인고객전략과 더불어 개인Sales&CS본부장을 맡았으며, T&C부문 T&C 운영을 총괄하기도 했다. 2015년부터는 본격 경영지원을 총괄하는 부사장에 이어 2년 뒤 사장 자리에 올랐다. 그 이듬해에는 남북협력사업개발TF장과 커스터머&미디어부문 부문장 사장직을 겸임했다.

KT 내에서의 다양한 경험 덕분에 구 대표는 기업의 가장 깊은 속까지 알게 된 죽마고우가 됐고, 앞으로 이 기업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게 하는 동기가 됐다.

차기 대표직으로 기업의 집중 분야와 미래 가치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내부 인물을 찾고 있던 KT 이사회에 구 대표는 적임자 중의 적임자였다. 

구 대표의 CEO 취임 당시 김종구 이사회 의장은 “구현모 대표는 ICT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통찰력을 갖췄으며 4차 산업혁명 등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민첩한 대응이 가능하고 확실한 비전과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해 KT의 기업가치를 성장시킬 최적의 적임자라고 판단했다”라고 평가했다.

오직 KT만 바라보고 살아온 구 대표에게 드디어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그는 5G 통신과 ICT 역량을 기반으로, 디지코(DIGICO) 기업으로서의 전환을 도모하겠다고 선언했다.

구현모 대표는 “KT 임직원 모두는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에 최우선을 둘 것”이라며, “그간 쌓아온 디지털 역량으로 다른 산업의 혁신을 리딩하고, 개인 삶의 변화를 선도하는 한편 핵심사업을 고객 중심으로 전환해 한 단계 더 도약시키고 금융, 유통, 부동산, 보안, 광고 등 성장성 높은 KT그룹 사업에 역량을 모아 그룹의 지속 성장과 기업가치 향상을 실현하겠다”라고 목표를 설정했다.

[사진=KT]
[사진=KT]

◆성공과 위기

이통3사 CEO 중 ‘탈통신’ 관심 가장 높아...5G 통신 기반 디지털 플랫폼 기업(디지코) 전환 선포

코로나19 위기를 떠안은 채 KT를 이끌게 된 구현모 대표가 위기 극복을 위해 최우선으로 내건 전략은 ‘탈통신’으로 넘어가는 동시에 5G 통신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의 도약, 즉 ‘디지코’ 전환에 속도를 내는 것이었다.

구 대표는 “디지코로의 전환은 정체된 통신 시장을 넘어 미래 성장을 위해 통신에 기반하여 디지털 플랫폼 사업자로 진출하기 위한 것”이라며, “디지털 플랫폼은 수요와 공급을 연결해 수익을 낸다는 개념으로 이해하면 되겠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KT가 말하는 ‘디지코 KT’는 현재 KT가 보유한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역량을 기반으로 고객 중심의 사업을 펼치는 디지털 플랫폼 기업을 의미한다.

KT와 더불어 SKT, LG유플러스 이통3사 모두 더 이상 통신사업만으로는 경쟁력을 키울 수 없다고 판단, 나란히 탈통신을 선언한 가운데 이중 KT 구현모 대표의 탈통신 관심도가 가장 높다는 분석이 나올 만큼 그는 일찌감치 디지코 전환을 준비하고 있었다.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가 올 3월 뉴스·커뮤니티·블로그·카페·유튜브·트위터·인스타그램·페이스북·카카오스토리·지식인·기업/조직·정부/공공 등 12개 채널 22만개 사이트에서 각 이통사 CEO 이름과 ‘탈통신’ 키워드가 들어간 포스팅 수를 조사한 결과 ‘정보량’ 면에서 구현모 대표가 박정호 SKT 사장과 황현식 LG유플러스 회장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서의 KT는 현재 AI 콘텍트 센터 솔루션(AICC), AI 로봇플랫폼 사업 등 AI 등 ICT 역량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실증을 시도하는 동시에, 금융·유통·부동산 등 다방면에서 업체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사업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최근 바이오·헬스 분야로의 진출이 눈에 띈다. 클라우드,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대규모 바이오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기본 인프라를 확보한 KT는 이를 토대로 원격의료 모니터링과 디지털치료제, 의료 AI솔루션 등 구체적인 사업 준비를 위해 국내외 대표 사업자들과 제휴를 추진 중이며, 현재 자체 헬스케어 플랫폼 ‘케어몬’ 정식 출시까지 앞둔 것으로 전해졌다.

구 대표는 “바이오·헬스 관련된 사업이 지속적으로 성장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며 KT 역시 바이오·헬스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더라도 연장선상에서 무궁무진한 사업기회가 있다고 판단한다”라며, “IT 기반 의료서비스로 해외에 진출하는 것도 새로운 시장 개척 방안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끊임없는 도전과 성과 덕분이었을까. 구현모 대표는 지난해 11월 전세계 통신사의 CEO급 임원 등으로 구성된 이동통신업계 최고 의사결정기구, 세계이동통신협회(GSMA)의 이사회 멤버로 선임됐다. KT의 5G, AI, 빅데이터 등 디지털 혁신 역량과 글로벌 통신산업에 대한 기여도를 인정받은 것이다.

GSMA 마츠 그란리드 사무총장은 구현모 대표를 향해 “5G를 선도하고 AI,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해 혁신적인 성과를 보여주는 KT가 한국의 대표사업자”라고 칭송하며, “30여년간 통신전문가로서 보여준 탁월한 식견과 리더십으로 GSMA 이사회 활동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갈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사진=KT]
[사진=KT]

◆향후 과제

코로나 시대 ‘5G B2B’ 공략, AI 등 ICT 기술 결합해 가치 창출 극대화할 신분야 모색하는 것이 관건

구현모 대표는 향후 2025년까지 KT의 B2B·디지털 플랫폼 매출 비중을 50%까지 높이겠다고 포부를 밝히며, 이를 위해서는 고품질 5G 기반의 안정적인 통신망 서비스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5G는 네트워크를 뛰어넘는 플랫폼이라는 시각으로 여러 사업자 및 소비자들과 함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이 통신사업자들의 역할”이라며, “세계 최초 5G를 주도해온 차별화된 기술력과 다양한 적용사례를 발굴해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KT가 5G B2B 영역의 무한한 가능성을 실현해 보이겠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또 “지금까지는 모바일 통신이 B2C 중심이었다면, 5G의 중심은 B2B로 전환될 것”이라며, “5G는 단순한 네트워크가 아니라 AI·빅데이터·클라우드와 함께 결합해 폭발적인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플랫폼이며, KT가 5G로 다른 산업의 혁신을 끌어낼 것”이라고 본격 B2B 시장 진출을 선포했다.

5G B2B 확산을 위해 구 대표는 5G 모듈이 탑재된 B2B 단말 확대하고 각 산업 영역에 대한 정확한 이해, 그리고 기존 네트워크와 차별화된 가치 창출 등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무엇보다 자사의 ICT 역량을 적용해 가치 창출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신분야를 찾아내는 것이 관건이라는 것이다. 구 대표는 특히,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시대가 도래함으로써 변화한 시장 구조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 대표는 “현 시점에서 코로나19가 불러온 5G를 비롯한 통신시장의 기회를 잘 살펴야 한다”라며, “코로나 이후 확산하는 온라인교육, 재택근무, 원격의료 등 전 산업에 걸친 디지털 혁신과 비대면은 일시적인 사회 현상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지속될 커다란 변화의 흐름이 될 것이며, 이 속에서 통신사업자들에게 새로운 사업기회가 등장할 것”이라고 전했다.

고명훈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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