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이야기] ‘코로나19 위기를 기회로’... 사업 확장 독려하는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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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이야기] ‘코로나19 위기를 기회로’... 사업 확장 독려하는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 양현석 기자
  • 승인 2021.10.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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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경쟁 관점 떠나자”... ‘고객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가치를 찾아 미래 성장’ 강조
코로나19에도 백화점·아울렛 매장 수 늘여... 패션회사 ‘한섬’은 ‘뷰티’ 영역으로 확대
이커머스 경쟁력 확보 방안 불투명... 2030년 매출 40조원 달성 위해 시장 선점 중요

‘별의 순간’이란 무엇인가. 한 인간의 미래를 결정하는 운명의 순간이다. 누군가에게는 선대의 말 한마디가 웅장한 울림이 되고, 어떤 이에게는 책에서 읽은 한 구절 또는 사소한 이벤트가 거대한 변화를 일으키는 별의 순간이 되기도 한다.

기업인에게도 별의 순간이 있다. 이 별의 순간은 기업인 개인의 운명은 물론 국가미래까지 변화시키는 ‘터닝 포인트’다. 산업을 재편하고, 일반인의 일상과 사회의 미래까지 바꾸는 거대한 수레바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별의 순간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선대 회장의 밥상머리 교육이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애플의 아이폰을 보고는 스마트폰 시대에 ‘사람이 모이면 돈이 되겠다’는 단순한 생각에 카카오톡을 창업한다. 단순한 생각이 그에게는 카카오를 국민 메신저로 자리잡게 하는 터닝 포인트였다.

<녹색경제신문>은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움직이고, 결정하는 주요 기업인들의 인간적인 면모와 함께 오늘 그들의 성공을 가져온 터닝 포인트와 위기에 임하는 그들의 자세 등을 다루는 ‘CEO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註(주)]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 터닝 포인트- 백화점 기업에서 리바트와 한섬 인수로 사업 다각화 성공

2007년 부친인 정몽근 명예회장으로부터 35세의 젊은 나이로 그룹을 물려받은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백화점에 한정됐던 그룹의 역량을 확장해야 한다는 과제에 직면했다.

약 5년간 그룹의 내실을 다지는데 주력했던 정지선 회장은 2010년 비전2020을 발표하며, 새로운 사업으로의 확장을 천명했다. 2012년부터 본격적인 사업확장은 빠른 속도로 현대백화점그룹을 유통기업에서 ‘토털 라이프’ 기업으로의 체질 변화를 이끌었다.

정지선 회장은 먼저 2012년 벽두부터 리바트(현 현대리바트)와 한섬을 각각 인수했다. 두 기업 모두 가구와 패션업계에서 유망한 기업이었지만, 정상권에 있다는 평가를 듣지는 못하는 기업이었다. 그러나 현대백화점그룹으로 인수된 후 두 기업 모두 확장을 거듭하면서 업계 1~2위를 다투는 볼륨을 갖추고 브랜드 이미지도 상승하는 효과를 거뒀다.

특히 한섬은 SK네트웍스 패션도 인수하면서 타미힐 피거 등 브랜드를 대폭 확대하면서 국내 패션업계 정상을 다투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또 최근에는 뷰티 사업에도 진출하며 스위스산 원료를 사용하는 고기능성 스킨케어 브랜드 ‘오에라(OERA)’를 론칭했다.

정지선 회장의 사업 확장에는 5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당시에는 이에 대해 너무 변화의 속도가 늦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도 있었지만, 최근 가구와 패션 모두 인수한 기업들이 정상권에 위치하면서 신중한 선택이 리스크를 줄일 수 있었다는 호평이 나오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더현대서울’ 전경.
현대백화점의 ‘더현대서울’ 전경.

 

◆ 성공과 위기- 오프라인 집중으로 양날의 검... 코로나19로 면세점 사업 타격

업계에 따르면, 정지선 회장의 현대백화점그룹은 3분기 예상 매출 78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9%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업이익 역시 613억원으로 37%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호성적은 지난해 11월 경기도 남양주에서 문을 연 프리미엄 아울렛 ‘스페이스원’과 올해 2월 오픈해 여의도의 랜드마크가 되고 있는 ‘더현대서울’의 분전 덕인 것으로 분석된다.

정지선 회장은 유통업계 최대의 화두인 ‘온라인 경쟁력 강화’에는 이상하리만큼 큰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 경쟁사인 롯데와 신세계가 ‘롯데온’과 ‘쓱닷컴’으로 막대한 마케팅을 진행하는 동안에도 오히려 오프라인 매장 확대와 면세점 사업 확장에 매진했다.

지난해부터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오프라인 유통 분야가 침체되자 현대백화점그룹에도 큰 위기가 찾아왔다. 특히 야심 차게 확장한 면세점 사업은 개점휴업 상태가 1년 넘게 지속되면서 그룹에 큰 부담을 안기고 있다. 이에 더해 백화점에서도 지난 여름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하는 등 코로나로 인한 리스크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정지선 회장은 그룹의 방향성을 유지할 방침이다. 정 회장은 올해 초 ‘고객의 본원적 가치를 찾는 것’을 그룹 사업의 기준으로 제시했다. 특히 업계끼리의 경쟁적 관점에서 벗어날 것을 주문하면서 “기존의 사업 프로세스와 일하는 방식에서 군더더기를 뺀 ‘의미 있는 단순화(Meaningful Simplicity)’를 구현해 고객 입장에서 의미 있고 유용한 가치를 창출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오프라인에 기반한 현대백화점그룹의 방향성에 대해 ‘양날의 검’으로 평가한다. 다른 경쟁사들이 온라인을 강화하면서 오프라인을 축소시킬 때 과감하게 M&A와 매장 확대를 통해 사업을 확장한 정 회장의 승부수를 높게 평가하면서도 코로나19의 영향력이 어디까지 갈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리스크 관리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올해 3분기 현대백화점그룹의 실적이 높게 전망되자, ‘위드 코로나’ 시대에서는 오프라인 확대와 사업 다변화에 힘을 준 현대백화점그룹이 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전망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한섬의 첫 뷰티 브랜드 ‘오에라’ 매장.
한섬의 첫 뷰티 브랜드 ‘오에라’ 매장.

 

◆ 향후 과제- 아쉬운 온라인 경쟁력... 온라인 플랫폼에 과감한 승부수 던질 수도

1972년생인 정지선 회장은 올해 한국 나이로 50세를 맞았다. ‘지천명(知天命)’, 즉 하늘의 뜻을 안다고 하는 ‘쉰살’을 맞은 정지선 회장은 올해 ‘비전2030’을 통해 유통과 패션, 리빙의 3대 축으로 하고, 뷰티·헬스케어·바이오·친환경 등 신수종 사업을 개발해 2030년 매출 4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신수종 사업 중 가장 먼저 현실화 된 것은 뷰티 사업이다. 한섬이 추진하는 ‘오에라’ 브랜드로 이미 시장에 진입 중이다. 향후 바이오와 헬스케어, 친환경 등의 사업 방향도 구체화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정지선 회장이 현대백화점그룹의 약한 고리라고 평가받는 온라인 분야를 이대로 두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M&A 또는 대규모 신규 플랫폼 론칭이 됐든 어떠한 형식으로든 과감한 승부수를 통해 온라인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정지선 회장은 언젠가는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동생 정교선 부회장과의 계열분리도 숙제로 남아있다. 아직 정몽근 명예회장이 건재한 상황이라 그룹에서도 “전혀 계획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지만, 조만간 유통과 비유통 계열사 간 지분 정리를 통해 현대백화점그룹이 분리될 가능성은 현실성 있는 시나리오다.

양현석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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