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이야기] 김인태 NH농협생명 대표, 금융 불확실성 시대 방향타 역할 '절치부심'···"안정적 수익기조 위한 판매채널 다변화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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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이야기] 김인태 NH농협생명 대표, 금융 불확실성 시대 방향타 역할 '절치부심'···"안정적 수익기조 위한 판매채널 다변화 관건"
  • 윤덕제 기자
  • 승인 2021.10.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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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협 내 대표적 기획전문가로 은행·지주 요직 역임, 합리적 리더십 보유
- 금융시장 통찰력으로 회사 방향성 제시에 촛점, 체질개선 통한 안정적 수익기조 강화 몰입
- 판매채널 다변화가 최대 선결과제···의존도 높은 방카슈랑스 채널 극복해야 지속가능성장 가능

'별의 순간’이란 무엇인가. 한 인간의 미래를 결정하는 운명의 순간이다. 누군가에게는 선대의 말 한마디가 웅장한 울림이 되고, 어떤 이에게는 책에서 읽은 한 구절 또는 사소한 이벤트가 거대한 변화를 일으키는 별의 순간이 되기도 한다.

기업인에게도 별의 순간이 있다. 이 별의 순간은 기업인 개인의 운명은 물론 국가미래까지 변화시키는 ‘터닝 포인트’다. 산업을 재편하고, 일반인의 일상과 사회의 미래까지 바꾸는 거대한 수레바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별의 순간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선대 회장의 밥상머리 교육이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애플의 아이폰을 보고는 스마트폰 시대에 ‘사람이 모이면 돈이 되겠다’는 단순한 생각에 카카오톡을 창업한다. 단순한 생각이 그에게는 카카오를 국민 메신저로 자리잡게 하는 터닝 포인트였다.

<녹색경제신문>은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움직이고, 결정하는 주요 기업인들의 인간적인 면모와 함께 오늘 그들의 성공을 가져온 터닝 포인트와 위기에 임하는 그들의 자세 등을 다루는 ‘CEO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註(주)]

김인태 NH농협생명 대표이사[제공=NH농협생명]

올해로 출범 10주년을 맞은 NH농협생명은 새로운 수장으로 김인태 대표를 선임했다. 

NH농협생명은 지난 1965년 종합농협 생명공제 사업을 시작으로 2012년 물적 분할되면서 독립법인으로 출범했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정부 정책상품인 농업인안전보험을 판매하며 사회안전망 기능도 수행한다. 전국 4700여개의 농축협 판매채널은 타 생명보험사와 차별화되는 강점이다.

다만 공제 기반의 특수성으로 효율성 및 수익성 중심의 경영전략 실행에는 경쟁사 대비 열세라는 평이 우세하다.

영업력 제고를 위한 채널 전반의 체질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김인태 대표의 어깨가 무겁다는데 이견은 없는 분위기다.

[제공=NH농협생명]

◆터닝포인트

금융업에 대한 통찰력으로 미래 방향 제시에 몰입

지난 1991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한 김인태 대표는 NH농협금융지주 경영기획부문장과 농협은행 마케팅부문장, 종합기획부장 및 인사부장 등을 역임하며 기획·재무 분야의 전문성과 경영관리에 대한 통찰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다. 

장기화되고 있는 저금리 기조로 생명보험업계의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환경에서 NH농협생명이 장기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최적임자로 김 대표를 낙점한 것이다. 

금융업계에서는 김 대표의 선임이 보험분야의 세부적인 전문성 보다는 금융시장에 대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회사 방향성 제시에 최고경영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는 판단이 우선됐다는 풀이다.

취임과 동시에 김 대표는 NH농협생명의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가치경영'에서 활로를 찾겠다는 각오다. 

김 대표은 올해 사업전략으로 '지속가능한 가치경영'을 선언하고 디지털, ESG 등을 핵심과제로 선정했다.

가치경영 실천을 위해 △장기가치 중심의 보험손익 견고화 △협동조합 보험사로서의 정체성 강화 △디지털,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 등 미래 환경 대응 △소비자 본위의 신뢰 구축 △성과중심 조직문화 정착 등 5가지를 핵심과제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김 대표는 농협중앙회로부터 분리된 지 10년을 맞은 농협생명이 그간 양적으로는 많이 성장했지만 회사의 전반적인 전략을 재점검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 기반을 '내실'과 '질적성장'에서 활로를 찾고 '농협'이라는 다소 보수적 이미지 개선을 위해 MZ세대 공략에도 공을 들이겠다는 전략이다.

[제공=NH농협생명]

◆성공전략

체질 바꾸고 순익 껑충, 태생이 ESG경영에 부합
 
김 대표의 가치경영 추구를 위한 확고한 체질개선의 뚝심은 취임 6개월 만에 성과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올해 상반기 NH농협생명은 실적 개선과 함께 연간 당기순이익 1000억원 돌파도 가시권에 들었다는 전망이다.

NH농협금융지주에 따르면 NH농협생명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98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143.1% 급증했다. 농업지원사업비 공제 전 기준으로는 1268억원의 당기순익을 거뒀다.

NH농협생명은 지난 2017년 순익이 1000억원대 아래로 추락한 후 2018년에는 1141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김 대표가 취임하면서 꾸준히 강조한 체질개선 영향이 순익 회복세를 이끌었다는 풀이다. 수익성 중심의 보장성보험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개선하고 전 영업채널이 수익 증대에 집중한 결과다.

김 대표는 보장성보험 중심 영업 기조와 함께 디지털화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취임때부터 디지털 생태계 구축역량 확보로 신사업의 전환을 가속화하는데 유달리 애를 쓰고있다.

지난 2월 김 대표는 AI전문기업인 에자일소다와 함께 'AI·빅데이터 기반 비즈니스 모델' 개발을 위한 상호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보험 청구서류 분석 및 자동심사를 위한 ‘AI OCR’, ‘보험금 자동심사’ 등을 공동으로 연구·개발해 향후 고객 중심 디지털 전환을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지난 5월에는 온라인보험 모바일 화면을 전면 개편했다. 상품명 위주로 구성했던 기존 화면과 달리 판매 중인 상품특징과 보험료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화면 글씨 크기도 확대해 모바일 환경에서도 가독성을 높일 수 있도록 개선했다.

아울러 간편비밀번호(PIN) 인증방식을 도입해 온라인보험 가입 편의성도 높였다. 번거로운 공동인증서를 사용하지 않아도 본인명의 핸드폰으로 6자리 숫자 비밀번호를 사용해 전자서명이 가능하다.

'실손보험금 간편청구'를 통해서는 복잡한 서류 절차 없이 보험 청구 절차를 간소화해 업계 주목을 받고 있다. 고객이 보험금 청구를 위해 진단서 및 영수증 발급, 청구서 작성 등 서류를 작성하고 영업점에 방문하는 등의 복잡한 과정을 대폭 개선해 모바일 클릭만으로 보험금 청구가 가능토록 설계했다.

[제공=NH농협생명]

경영 효율을 높이기 위한 업무환경 개선도 김 대표는 놓치지 않았다. 대표적인 사례로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 프로젝트의 실행이다.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는 단순반복적인 업무를 복제해 PC 기반의 프로그램에 입력해 동작시키는 시스템으로 단순 반복적 업무를 RPA로 대체하면 직원들이 고부가가치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오류 가능성도 제거하고 효율적으로 업무 환경을 개선하는데 큰 효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1분기RPA 1단계 프로젝트를 실시한 결과 8개 부서, 10개 업무에서 연간 업무량 1만800시간을 절감했다. 지난 5월부터는 6개월 간 RPA 2단계 프로젝트에 착수해 고효율 업무 30개에 대해 RPA를 추가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또한 김인태 대표는 올해 새로운 도약을 표방하며 '가치경영' 체계 확립의 핵심과제 중 첫번째로 ESG경영을 꼽고 있다. NH농협생명은 타사와 달리 협동조합 보험사로서 태생 자체가 ESG경영에 부합하고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일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난 4월 김 대표는 ESG추진협의회를 구성해 조직 기반을 마련하고 신재생 에너지, 에너지 효율화 등 친환경 투자 활동에 적극적 행보를 보였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총 5000억원의 ESG 채권을 발행했으며 신재생에너지 등 K-뉴딜 관련 민간투자사업에 총 3690억원 투자를 완료했다. 앞서 지난 2월 농협금융의 탈석탄 선언으로 석탄발전소 신규 PF지원 및 회사채 인수는 중단했다.

사회공헌활동도 적극적이다. 국민과 농민을 먼저 생각하는 보험사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다.

NH농협생명은 태풍·산불 등 자연재해에 대한 금융지원, 농촌순회 무료 진료사업, 임직원 농촌 봉사, 소외계층에 대한 기부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페이퍼리스(Paperless) 환경 전환도 눈길을 끈다. 전자약관·모바일안내장 등을 통한 종이 감축과 태블릿PC를 이용한 페이퍼리스 회의문화 정착은 물론 ‘내맘N+ 모바일청약시스템’ 오픈 등으로 지난해 기준으로 약 5000만장, 탄소배출 150톤을 절감하는 효과를 거뒀다.

김 대표는 "ESG경영은 NH농협생명과 사회의 모든 구성원에 함께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아주 중요한 밑거름"이라며 "ESG 실천이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생활 속 습관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제공=NH농협생명]

◆향후 과제

'판매채널 다변화'로 의존도 높은 방카슈랑스 극복해야

생명보험업계에서는 향후 김인태 대표의 선결과제는 NH농협생명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판매채널 다변화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NH농협생명은 태생부터 농축협 판매채널을 활용한 방카슈랑스(은행에서 보험 판매) 채널에 의존해 왔다. 과거 농축협에서 농어민을 대상으로 고액 저축성보험 판매에 집중하며 생명보험 업계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출범 5년만인 지난 2016년 말 기준으로 NH농협생명의 총 자산은 61조원으로 생보 빅3 다음인 4위를 기록했다.

문제는 전체 초회보험료에서 방카슈랑스 채널 의존도가 매우 심하다는 점이다. 지난 2016년말 기준 NH농협생명이 거둔 초회보험료 중 방카슈랑스채널이 96.4%로 압도적 비중을 차지했으며 전속설계사 2.07%, 보험대리점 1.45%였다.

올 7월 기준으로는 방카슈랑스가 97.3%의 초회보험료를 거둬 비중은 더욱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NH농협생명의 지나친 방카슈랑스 채널 의존도는 수익성 변동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김인태 대표가 GA나 온라인 채널을 중심으로 보장성보험 판매를 확대하고 장기적으로 설계사조직도 늘리겠다는 전략을 강조하고 있는 이유도 이런 맥락에서다.

또한 판매 채널이 방카슈랑스에 치중됐다는 점은 업계 4위를 다투는 신한라이프와의 경쟁에서도 큰 약점이다.

올해 7월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가 협병한 신한라이프는 자산규모 71조원으로 65조원의 NH농협생명을 뛰어넘어 생보업계 4위로 올라섰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신한라이프 출범으로 생보업계 중상위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며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가 각자 주력 상품과 영업 채널이 달라 합병으로 인한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농협생명이 판매 채널을 어떻게 다각화할지가 경쟁의 관건이 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신한생명은 텔레마케팅과 방카슈랑스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채널에서 영업경쟁력을 발휘해 왔고 오렌지라이프는 보험설계사 중심의 대면채널이 주력 분야라 양사가 통합하면서 기존 생보업계 판도에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출범 10년을 맞이한 올해 NH농협생명의 지휘봉을 잡은 김인태 대표가 어려운 경영환경을 헤치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끌 전략 방향성에 업계 관심이 쏠리는 시점이다.

[제공=NH농협생명]

 

 

윤덕제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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