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이야기] '백화점 외길 30년' 강희태 롯데쇼핑 부회장, 만성부진 극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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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이야기] '백화점 외길 30년' 강희태 롯데쇼핑 부회장, 만성부진 극복할 수 있을까?
  • 이용준 기자
  • 승인 2021.10.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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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입사, 백화점 외길 인생 30년
'체험형 백화점' 위한 발 빠른 구조조정 단행
더 콘란샵 유치 등 리빙 품목 확대 통해 '재도약'

‘별의 순간’이란 무엇인가. 한 인간의 미래를 결정하는 운명의 순간이다. 누군가에게는 선대의 말 한마디가 웅장한 울림이 되고, 어떤 이에게는 책에서 읽은 한 구절 또는 사소한 이벤트가 거대한 변화를 일으키는 별의 순간이 되기도 한다.

기업인에게도 별의 순간이 있다. 이 별의 순간은 기업인 개인의 운명은 물론 국가미래까지 변화시키는 ‘터닝 포인트’다. 산업을 재편하고, 일반인의 일상과 사회의 미래까지 바꾸는 거대한 수레바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별의 순간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선대 회장의 밥상머리 교육이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애플의 아이폰을 보고는 스마트폰 시대에 ‘사람이 모이면 돈이 되겠다’는 단순한 생각에 카카오톡을 창업한다. 단순한 생각이 그에게는 카카오를 국민 메신저로 자리잡게 하는 터닝 포인트였다.

<녹색경제신문>은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움직이고, 결정하는 주요 기업인들의 인간적인 면모와 함께 오늘 그들의 성공을 가져온 터닝 포인트와 위기에 임하는 그들의 자세 등을 다루는 ‘CEO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註(주)]


강희태 롯데그룹 부회장 겸 롯데쇼핑 대표이사 [사진=롯데쇼핑]
강희태 롯데그룹 부회장 겸 롯데쇼핑 대표이사
[사진=롯데쇼핑]

강희태 부회장은 1987년 롯데백화점에 입사한 후 30년 넘게 백화점업계에 종사한 잔뼈 굵은 '백화점 고수'다.

일반사원으로서 오랜 경험을 쌓은 덕분에 강 부회장은 현장경영과 리더십이 강하다고 평가받는다.

하지만 최근 롯데백화점 매출부진과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까지 실시하면서 강 부회장의 경영능력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강 부회장은 특유의 강단있는 리더십을 통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거대한 미술관을 방불케 하는 롯데백화점 동탄점 모습.동탄점은 강 부회장식 체험형 백화점의 화룡점정으로 평가받는다. [사진=이용준 기자]
거대한 미술관을 방불케 하는 롯데백화점 동탄점 모습.동탄점은 강 부회장식 체험형 백화점의 화룡점정으로 평가받는다. 
[사진=이용준 기자]

◇터닝포인트

롯데백화점 대표 부임 후 '체험형 백화점' 위한 체질 개선 본격화

그는 2017년 롯데백화점 대표로 부임하면서 백화점 사업에 본격적으로 개입한다. 부임 직후부터 그는 '체험형 백화점'을 강조하며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한다. 2014년 롯데백화점 중국사업본부장을 경험한 강 부회장은 백화점도 혁신이 필요하단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는 2019년 서울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하반기 롯데그룹 밸류 크리에이션미팅’에서 “체험형 마케팅을 늘려가겠다”며 “그게 오프라인 매장이 살 길”이라고 강조하면서 본격적인 백화점 구조조정의 신호탄을 쏜다. 

1인가구 등 인구통계학적 변화와 온라인 유통채널망이 대세가 되면서 롯데백화점도 혁신을 통한 돌파구가 필요했던 것이다.

강 부회장은 먼저 실적이 부진한 점포를 과감히 매각해 백화점 체질 개선에 나선다. 그의 결단은 신속하고 명료했다. 2020년까지 백화점을 포함한 오프라인 부실점포가 100여 곳이나 폐점됐으니 말이다.

강 부회장은 부실점포 매각과 함께 인근 주민들을 위한 체험형 공간을 유치하기 시작한다.

먼저 김포공항점에는 600평 규모의 기존 잡화점을 정리하고 ‘쥬라기 월드 특별전’을 개최해 호평을 받는다. 또 평촌점에는 282평 어린이 체험공간인 ‘챔피언 키즈 카페’를 유치한다.

여기 더해 지난 8월에는 거대한 미술관을 방불케 하는 롯데백화점 동탄점을 오픈해 ‘체험형 백화점’의 화룡점정을 찍는다.

중국 청두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청두환구중심점 모습. 롯데백화점은 마지막 남은 선양점과 청두점 정리 여부를 논의중에 있다.[사진=롯데백화점 제공]
중국 청두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청두환구중심점 모습. 롯데백화점은 마지막 남은 선양점과 청두점 정리 여부를 논의중에 있다.
[사진=롯데백화점 제공]

◇성공과 실패

뼈 아픈 중국 백화점사업 철수와 실적부진

강 부회장은 2019년 경쟁사 신세계를 따돌려 롯데백화점 영등포 역사점을 수성하고 인천터미널점을 오픈하면서 명실상부 백화점 전문가로서 방점을 찍는다.

롯대백화점 영등포역사점은 1만2100평 규모로 한 해 평균매출액이 5000억원에 달하는 노른자 점포였다. 강 부회장의 전두지휘 아래 롯데백화점은 최대 경쟁사 신세계 백화점을 제치고 2020년 1월부터 최대 20년 연장운영이 가능해진 것이다.

인천터미널점도 신세계와 수년 법정 공방 끝에 탈환에 성공한 값진 성과물이었다.

강 부회장(당시 대표이사 사장)은 백화점 체질개선에 대한 공적을 인정받아 같은 해 유통BU장 부 회장 겸 롯데쇼핑 통합대표이사 겸임으로 승진한다.

하지만 강 부회장의 단호한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롯데백화점은 타사에 비해 변화가 느리고 경쟁력이 약하단 평가를 받아왔다.

실제로 강 부회장이 사장으로 부임한 2017년에 롯데백화점은 국내 백화점3사 가운데 유일하게 실적부진을 기록하며 시장점유율이 39%대로 하락했다.

또 2010년 초반 7~8조원을 기록하던 롯데백화점 매출이 2018-2019년 3조원대로 추락하더니 지난해는 2조6550억원까지 급감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기저효과로 소폭 회복했지만 2019년에 비해 여전히 매출액은 9.1%, 영업이익은 29.2%나 감소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롯데쇼핑 매출도 내림세를 보이며 2018년 17조 8200원, 2019년 16조 1000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에는 16조 1844억원으로 소폭 회복하지만 영업이익은 3461억원으로 2019년(3461억원)에 비해 줄었다. 올 상반기도 영업이익은 29.6% 소폭 늘었지만 매출은 7조 7826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2% 감소했다.

상황이 이러하자 강 부회장의 경영 능력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사실 강 부회장의 경영능력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14년 롯데백화점 중국사업부문장 당시 “중국에 20여개 점포를 출점하겠다”는 포부와 함께 중국사업을 이끌었지만 영업손실이 이어져 2019년 중국 진출 10년 만에 철수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사업은 사드 보복 등 외부악재가 겹쳤고 신동빈 회장의 무한 신임을 받으며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강 부회장이 야심차게 출시한 온라인몰 ‘롯데온’ 마저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면서 부회장 부임 이래 최대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롯데백화점 잠실 리빙관에 입점한 로쉐보보아 전경[사진=롯데백화점 제공]
롯데백화점 잠실 리빙관에 입점한 로쉐보보아 전경
[사진=롯데백화점 제공]

◇향후과제

롯데백화점, 글로벌 홈퍼니싱 기업으로 도약한다

강 부회장은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실패하면서 체면을 구겼지만 한샘 인수에는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최근 MZ세대를 중축으로 홈퍼니싱 시장이 인기를 끌면서 롯데도 발 빠른 대응에 나선 것이다.

이외에도 롯데백화점은 최근 건대스타시티점에 리빙 편집샵 테일러드홈을 론칭했다. 데일러드홈은 최근 유행하고 있는 하이엔드 브랜드 ‘까시나’ 등 국내외 인기 리빙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동탄점에는 영국 프리미엄 리빙 편집숍 ‘더 콘란샵’ 2호점을 오픈했다. 콘란샵은 강 부회장이 직접 영국 본사를 방문할 정도로 신경쓰는 롯데백화점의 주력사업이다.

그 결과 콘란샵 오픈 간담회에 참석한 휴 왈라 더콘란샵 CEO는 "강희태 사장과 만났을 땐 롯데가 더 콘란샵을 한국에서 가장 잘 구현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호평했다.

강부회장은 건대스타시티점과 동탄점의 주 고객층이 MZ세대란 점을 반영해 리빙 카테고리를 확대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1~8월 리빙 품목에 대한 MZ세대의 1인 평균 소비액이 전체 평균 보다 1.5배 높았다.

또한 지난 6일에는 롯데백화점 잠실점 리빙관을 '프라임 메종 드 잠실'로 재단장해 화제가 됐다. 프라임 메종 드 잠실은 더 콘란샵을 운영하는 콘란앤파트너스와 협업해 최고급 리빙관을 구성할 계획이다. 

강 부회장은 롯데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30년이 넘게 롯데를 지킨 대표적인 ‘롯데맨’이자 백화점전문가로 통한다. 그가 홈퍼니싱 시장을 선점하고 롯데쇼핑의 오랜 부진을 극복할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이용준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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