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휩쓰는 '여풍(女風)', 사외이사 이어 최초 이사회 의장 탄생...LG·현대차·효성 등 'ESG 바람 가속도'
상태바
재계 휩쓰는 '여풍(女風)', 사외이사 이어 최초 이사회 의장 탄생...LG·현대차·효성 등 'ESG 바람 가속도'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1.06.11 00: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효성, 재계 최초로 여성 이사회 의장 선임...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
- LG, 현대차, 포스코, 환화 등 여성 사외이사 모시기 '열풍'
자본시장법 개정, 내년 8월부터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 여성 이사 의무화
- 여성이사 작년 42명→올해 80명선 2배 증가
- 카카오, 90년생 최연소 사외이사 재선임

올해 들어 여성이 사외이사에 대거 입성한 데 이어 민간 기업 최초로 이사회 의장직에도 등극하는 등 여풍(女風)이 재계를 휩쓸고 있다.

올해 주주총회를 통해 267개 상장사 가운데 30여 곳이 처음으로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했고 효성그룹은 여성 이사회 의장을 배출했다.

재계 관계자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따른 '여성 사외이사 모시기' 열풍이 불고 있다"며 "ESG 경영 트렌드가 이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고 전했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효성은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을 그룹 지주사 (주)효성 이사회 의장을 맡게 됐다.

효성 측은 “김명자 의장이 지난 2019년 3월 사외이사로 이사회에 합류했고다”며 “올 3월 이사회를 통해 선임돼 의장으로 활동을 개시했다”고 설명했다.

조현준 효성 회장이 내려놓은 이사회 의장직에 김 전 장관이 선임된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여성 환경전문가를 그룹 의사결정단계 가장 높은 곳에 배치한 데 의미가 있다”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트렌드가 재계 이사회 구조를 완전히 바꾸고 있다”고 전했다.

재계 최초로 효성그룹 이사회 의장에 오른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

재계에서 지주사는 물론 계열사에 여성 이사회 의장이 선임된 것은 효성그룹이 처음이다.

앞서 KT가 지난 2006년 여성인 윤정로 의장(카이스트 교수)을 선임한 적이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최대주주인 KT의 지배구조를 감안할 때 민간기업인 효성과는 차별화된다.

효성은 조현준 회장의 지시로 올 초 ESG경영위원회를 설치하고 그룹 전반에 ESG 기반 혁신에 나섰다. ESG위원회는 김 의장을 비롯한 4명의 (주)효성 사외이사와 김규영 대표로 구성됐다. ESG위원장은 사외이사인 정상명 이사(전 검찰총장)이 맡고 있다.

조 회장은 "ESG경영은 효성이 글로벌 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아이덴티티"라고 강조한 바 있다.

조 회장은 지난 2018년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던 관행을 깨고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났고, 이후 효성 이사회 의장은 사외이사가 맡아 왔다.

이같은 ‘우먼 파워’ 여풍은 올해 들어 자본시장법과 ESG 경영 트렌드와 맞물려 강하게 불고 있다,

개정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2022년 8월부터 국내 자산 2조원 이상 상장 대기업은 여성 사외이사를 1명 이상 둬야 한다.

올해 주주총회를 통해 267개 상장사 가운데 30여 곳이 처음으로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했다. 약 40명의 여성 사외이사가 신규로 선임되면서 여성 사외이사 수가 작년의 2배 수준으로 늘어났다.

100대 기업 사외이사 성비[자료 CXO연구소]

<녹색경제신문> 취재 결과 올해는 LG그룹을 비롯 현대자동차, 한화, 포스코 등 주요 그룹이 여성 사외이사 선임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LG 등 LG그룹 계열사와 ㈜한화 등 한화그룹은 올해 처음으로 여성 사외이사를 선발했다.

올해 신규로 후보에 오른 여성 사외이사 43명의 직업은 절반이 넘는 24명(55.8%)이 교수 등을 역임한 학계 출신으로 조사됐다. 또 관료 출신이 11명(25.6%), 재계 출신이 6명(14%)이다.

LG그룹은 올해 ㈜LG와 LG전자, LG유플러스 등 5개 계열사에 이어 내년에는 LG화학, LG생활건강,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이 여성 사외이사 선임 계획이다.

100대 기업 중 여성 사외이사-이사회 멤버 현황[자료 CXO연구소]

LG 관계자는 “다양한 분야에서 뛰어난 역량을 지닌 여성 전문가들의 이사회 참여를 확대해 이사회의 다양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중장기적으로 기업 가치를 제고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자동차도 이지윤 KAIST 항공우주공학과 부교수를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현대모비스는 강진아 서울대 기술경영경제정책대학원 교수를, 기아는 조화순 연세대 정치외교학 교수를, 현대글로비스는 윤윤진 KAIST 건설·환경공학 부교수를 여성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포스코도 이명박 정부에서 환경부 장관을 지낸 유영숙 기후변화센터 이사장을, 현대건설기계는 박순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삼성생명은 전북 익산에서 4선을 지낸 조배숙 전 의원을 신임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SK텔레콤은 지난 2018년 3월 윤영민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교수를 선임한 데 이어 올해 재선임했다.

KT는 지난해 3월 여은정 중앙대학교 교수를 여성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KT 관계자는 "여은정 이사는 공학도 출신의 경제학 박사로서 핀테크 분야에 대해 풍부한 식견을 겸비하고 있다"며 "KT가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돼 여은정 이사를 선임했다"고 말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ESG 경영 기조와 맞물려 최근 통신업계에서도 여풍(女風)이 불어오고 있음을 실감한다"며 "특히 그간 남성 임원밖에 없었던 사업 분야에 여성 임원이 승진하거나 고위직에 오르는 등, 인사 체계에 있어 성과와 전문성이 강조되고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내년에도 100대 기업에서 사외이사 150여명이 임기 만료...여성 사외이사 수가 더 늘어날 것”

카카오가 올해 재선임한 최연소 사외이사, 박롬 성신여대 교수

카카오는 박새롬 성신여대 융합보안공학과 교수를 사외이사로 재선임GOt다. 박 교수는 1990년생으로, 지난해 신규 선임 당시 국내 대기업 최연소 사외이사로 관심을 모았다. 롯데쇼핑은 1981년생 전미영 트렌드코리아 컴퍼니 대표를 영입했다.

CXO연구소에 따르면 100대 기업 기준으로 사외이사 중 여성이 최소 한 명이라도 포함된 기업은 지난해 30곳에서 올해 50곳으로 많아졌고, 전체 사외이사 중 여성 비율도 지난해 7.9%에서 올해 13.4%로 늘었다.

올해 새로 선임되는 사외이사 97명은 남성 66명(68%), 여성 31명(32%)으로, 신규 선임 사외이사 3명 중 1명이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내년에도 100대 기업에서 사외이사 150여명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여성 사외이사 수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