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대기업 독점 단체급식 자유경쟁으로..."또 다른 방식의 대기업 나눠먹기" 우려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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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대기업 독점 단체급식 자유경쟁으로..."또 다른 방식의 대기업 나눠먹기" 우려 높아
  • 김지우 기자
  • 승인 2021.04.05 19: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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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현대차, LG, 신세계 등 8개 대기업과 단체급식 일감개방 선포
상위 5개 단체급식 업체는 계열사 및 친족기업과의 수의계약...전체시장의 80% 차지
한 기업에서 직원들이 급식을 받고 있다. [사진=공정거래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가 5일 삼성, 현대차, LG, 신세계 등 8개 대기업과 단체급식 일감개방 선포식을 진행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중소급식업체에 도움이 되기보다 대기업끼리의 돌려막기식 입찰이 진행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5일 공정위에 따르면 단체급식 시장은 급식업체 삼성웰스토리(삼성그룹) 28.5%, 아워홈(LG그룹) 17.9%, 현대그린푸드(현대그룹) 14.7%, CJ프레시웨이(CJ그룹) 10.9%, 신세계푸드(신세계그룹) 7%등으로 상위 5개 업체가 전체 시장(4조3000억원)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단체급식이란 산업체의 공장이나 사무실, 연구소, 학교, 공공기관 등에서 특정 다수인에게 계속적인 식사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공정위는 단체급식 사업은 식품위생법 등 관계법령이 정한 시설을 갖추면 사업을 영위할 수 있어 비교적 중소기업의 진입장벽이 낮다고 설명했다. 이번 단체급식 일감개방을 통해 대기업집단 계열사 및 친족기업이 독점하던 1조2000억원 규모의 단체급식이 순차적으로 경쟁입찰로 전환돼, 독립기업들에게 새로운 사업의 기회가 열린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하지만 단체급식업계의 반응은 이와 사뭇 다르다. 기업이 급식업체 입찰공고를 내면 메뉴 개발 영역, 재무 상황 등을 고려하기 때문에 자유 경쟁이 시작되더라도 대기업 계열사인 급식업체가 타 기업의 급식을 담당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5일 녹색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익명을 요청한 한 대기업 계열사 급식업체 관계자는 "아무리 자유경쟁시장이 열렸다 해도 결국은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 계열의 급식업체들이 타 기업에 입찰될 가능성이 높다"며 "대기업의 수백개의 사업장은 지역이나 산업군별로 메뉴 선정도 다르고, 본사에 쉐프들은 5성급 이상의 호텔에서 경력을 쌓은 쉐프들이거나 자체적인 교육과정이 있는데 그러한 구조를 중소기업이 갖추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인 기업 직원들 입장에서도 불만이 터져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 관계자는 "한번 계약하면 2년간 담당하는 구조인데 소비자인 직원들 입장에서도 피해를 볼 수 있다. 직원들이 총무팀에 업체를 변경해달라고 요청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다음에는 결국 다시 대기업 입찰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소업체들이 단체급식을 진행한 경험이 별로 없다"며 "잘됐다면 이미 공공기관들의 입찰 시장에 중소기업들이 수성했어야 하는데 역량 차이가 드러난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공정위, "대기업 계열사 및 친족기업과의 수의계약 25년가량 지속돼"

공정위는 상위 5개 단체급식 업체는 계열사 및 친족기업과의 수의계약을 통해 안정적으로 일감을 확보함으로써 시장 대부분을 차지할 수 있었고, 이러한 거래관행은 25년 가까이 지속돼 왔다고 설명했다. 

삼성웰스토리는 삼성에버랜드의 급식 및 식자재 유통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해 설립된 회사로,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등 계열사와의 내부거래를 통해 업계 1위로 성장했다. 

삼성전자는 1983년 기흥공장 설립 당시에는 자체 구내식당을 운영하다가 1997년부터 삼성에버랜드(현재 삼성웰스토리)와 수의계약하는 방식을 이어왔다. 삼성전자의 2020년 단체급식 수의계약 규모는 연간 5240만식, 금액으로는 4400억원 수준이다.

아워홈은 대기업집단 계열사는 아니지만 LG그룹 故 구인회 회장의 3남(구자학)이 별도 설립한 회사로서 친족관계인 LG그룹 및 LS그룹(LG에서 계열 분리)과 오랜 기간 수의계약을 통해 거래해 왔다.

현대그린푸드는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현대백화점 등 범 현대家 그룹들의 단체급식 일감을 차지해 왔으며, CJ, 신세계 그룹은 계열회사인 CJ프레시웨이, 신세계푸드와 각각 그룹 내 구내식당 대부분을 수의계약하고 있다.

공정위는 "적극적 소통을 통해 대기업집단의 자발적 일감개방 참여를 유도한 결과, 단체급식 상위 5개사와 거래 중인 삼성, 현대자동차, LG 등 8개 대기업집단 모두가 일감개방에 적극 동참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기업집단 계열사들이 계열사 및 친족기업 간 거래하던 1조2000억원 규모의 단체급식 물량을 독립기업들도 수주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고 발표했다. 

참여기업들은 먼저 기숙사, 연구소 등 소규모 시설들을 대상으로 내년에 약 1000만식 규모의 일감을 개방하고, 향후 대규모 사업장까지 일감개방 범위를 순차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일감 개방 시 지방의 중소 급식업체 등을 우선 고려하거나 직원들이 인근 자영업자 식당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다양한 방안도 적극 검토해 나가기로 했다.

대기업집단 CEO들도 이번 단체급식 일감개방 취지에 공감하며, 경쟁입찰 도입을 통해 독립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고 공존과 상생의 거래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단체급식 일감 개방 선포식에는 삼성전자㈜ 김현석 대표, 현대자동차㈜ 장재훈 대표,㈜LG 권영수 부회장, 한국조선해양㈜ 가삼현 대표,㈜이마트 강희석 대표, CJ㈜ 김홍기 대표,㈜LS 이광우 부회장, 현대백화점㈜ 장호진 대표 등이 참석했다.

김지우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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