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LG에게 최악의 시나리오...코나EV 리콜비용 분담 '3:7'이 가진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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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LG에게 최악의 시나리오...코나EV 리콜비용 분담 '3:7'이 가진 의미는
  • 김국헌 기자
  • 승인 2021.03.05 1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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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 코나EV 리콜비용 70% 부담...약 1조원 예상
예상치 못한 비용 발생했지만 LG에너지솔루션이 믿는 '한 수'...SK이노베이션과의 합의금
LG에너지솔루션의 전기차 배터리를 쓰는 고객사들의 동요가 중대 문제...향후 글로벌 수주 악영향

LG에너지솔루션이 최악의 시나리오에 직면했다. 코나EV 화재로 인한 리콜비용의 70%를 부담하는 것으로 확정되면서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가 주요 문제였다는 것을 사실상 인정하게 됐다. 고객사들의 동요가 불가피해 보이며, SK이노베이션과의 배터리 소송 합의금에 목을 멜 수 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코나 EV에 대한 리콜 비용을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각각 3대 7로 분담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리콜 결정에 따라 국내외 차량 총 8만1701대를 대상으로 배터리 교체를 실시할 계획이다. 해당 기간에 생산된 차량의 고전압 배터리 시스템(BSA)을 전량 교체한다는 것이다. 리콜 비용은 총 1조원~1조4000억원이 거론된다.

4일 현대차는 연결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을 2조7813억원에서 2조3947억원으로 정정 신고했다. 코나EV의 배터리를 전량 교체하는 데 3866억원의 리콜 충당금을 반영했다. 

같은 날 LG에너지솔루션의 분사직전 법인인 LG화학 역시 재무제표 변동 공시에서 지난해 영업이익이 6736억원에서 1186억원으로 줄었다고 정정 공시했다. 차액은 5550억원으로 코나 EV 등 리콜 비용을 충당금으로 반영했다. 

업계에서는 양사가 지난해 4분기 적립한 충당금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해서는 약 1200억원, 현대차에 대해서는 약 4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번에 코나 EV 등 화재 건으로 LG에너지솔루션이 약 6750억원, 현대차가 약 4266억원의 금액을 지난해 4분기 실적에 충당금으로써 반영시킨 셈이다. 

지난해 7월 28일 강원도 강릉시 한 사무실 옆 노상에서 주차 중이던 코나EV 차량 한대가 불타고 있다.

결국 배터리가 코나EV 화재의 핵심 문제...간접적 시인 해석

업계는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의 3:7이라는 리콜비용 분담 비율에 주목하고 있다. 사실상 화재 원인이 배터리 문제였음에 양사가 합의를 도출했다는 해석이다. 

이미 배터리 문제로 판명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국토부는 지난 2월 25일 1차 원인결과를 발표했다. 국토부는 현대차서 제작, 판매한 코나 전기차(OS EV) 등 3개 차종은 LG에너지솔루션 중국 남경공장에서 초기 생산(‘17.9~’19.7)된 고전압 배터리 중 일부에서 셀 제조불량(음극탭 접힘)으로 인한 내부합선으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확인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당시 LG에너지솔루션은 입장문을 내고 즉각 반박했다. 지난해 10월 8일 국토부는 차량 충전 완료 후 코나 전기차에서 고전압 배터리의 셀 제조 불량으로 인한 합선으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확인됐다고 밝혔지만 이 때에도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자체결함으로 볼 수 없다"며 조사결과를 부정했었다. 두번째 조사결과에도 또 다시 부정한 것이다. 

화재 원인이 배터리 자체 문제로 결론났음에도 LG에너지솔루션이 계속 부정했지만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한 LG에너지솔루션이 높은 비중의 리콜비용을 부담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번에 3:7의 리콜비용 분담비율에 합의하면서 LG에너지솔루션은 코나EV 화재원인이 배터리 문제였음을 간접적으로 시인하게 됐다. 

이와 관련 현대차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과 리콜 비용 분담에 대한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 냈다"고 밝혔고, LG에너지솔루션도 "소비자 안전을 최우선하여 리콜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필요한 비용에 대해 양사가 분담을 하기로 협의했다"고 공식 밝혔다.

자칫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화재원인 책임 소재를 놓고 법정싸움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예상도 나왔지만 양사는 소비자 안전을 최우선하여 리콜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대승적 결단을 내렸다. 

LG에너지솔루션이 3:7의 비율에 합의하게 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현대차라는 고객사를 잃고 싶지 않은 LG에너지솔루션이 이같은 비율을 인정했다고도 분석한다. 

예상치 못한 비용 발생했지만 LG에너지솔루션이 믿는 '한 수'가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리콜 비용으로 약 1조원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전기차 화재와 관련해 총 2차례 충당금을 쌓았다. 이날 현대차는 정정 공시를 통해 3866억원을 충당금으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현대차가 전기차 화재로 쌓은 충당금은 총 4250억원이다. 이를 토대로 리콜 비용을 환산하면 1조4000억원으로 추정된다. 70%로 계산하게 되면 LG에너지솔루션의 리콜비용 부담은 1조원에 달하게 된다. 

LG에너지솔루션 입장에서 이같은 막대한 비용이 부담스럽지만 비용마련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약 7000억원의 충당금 설정으로 3000억원의 비용만 추가적인 충당금 설정으로 마련하면 된다. 리콜비용 부담 자체가 1조원 수준으로 예상보다 적은 수준이다.

더욱이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과의 미국 ITC 소송전 승리로 거액의 합의금을 챙길 심산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날 오후 1시 컨퍼런스콜을 열고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제시하는 합의금 수준은 조 단위 차이가 난다"면서 "총액에 어느 정도 근접해야만 각론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SK가 조 단위 합의금을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LG에너지솔루션은 "피해를 정당하게 보상받기를 원하며 만일 경쟁사가 우리가 생각하는 금액에 근접한다면 SK의 사업적 피해가 최소화되는 방향으로 합의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합의금 산정 기준에 대해서는 미국 '영업비밀보호법(DTSA)'을 근거로 제시하며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기술 탈취로 LG에너지솔루션이 입은 과거의 손해 △미래에 입게될 손해 △징벌적 배상(200%까지 가능) △변호사 비용 등의 비용 청구 등을 모두 합산할 방침이다. 이 경우 합의금 규모가 수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코나EV 화재로 인한 리콜 비용 부담이라는 악재를 SK이노베이션과의 합의금으로 덮고도 남는 규모다. 

LG에너지솔루션의 전기차 배터리를 쓰는 고객사들의 동요가 중대 문제

그러나 중대한 문제가 남아있다. 바로 LG에너지솔루션의 전기차 배터리를 쓰는 고객사들의 동요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왕좌’를 두고 국내 업체와 중국 업체와 경쟁 중인데, 화재가 발생해 치명타를 입게 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순위에서 25% 수준을 차지하며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능력을 확보하여 차세대 에너지 시장에서의 선두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해 나갈 계획 자체가 흔들리는 상황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주요 고객사는 한국의 현대차, 기아를 비롯해, 미국의 GM, 포드, 크라이슬러, 유럽의 폭스바겐, 르노, 볼보, 아우디, 다임러, 메르세데스벤츠, 재규어, 포르쉐 등이다.

업계 관계자는 "화재의 중대한 원인이 배터리 결함으로 추정되며 리콜비용의 70%를 떠안게 되면서 LG에너지솔루션의 향후 글로벌 수주에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 입장에서 최악의 경우의 수는 또 있다. 리콜을 시행한 자동차에서 또 다시 화재가 발생하고, 이 또한 배터리 문제일 경우다.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될 최악의 사태로 이 경우 LG에너지솔루션은 전세계 자동차사들의 동시다발적인 소송에 휘말릴 우려가 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셀 제조사로서의 책임을 다하고자 화재원인 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해 고객사와 지속적으로 협력하고, 제품 설계 단계부터 제조, 검사 등 모든 과정에서 안전성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국헌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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