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meets DESIGN] 식물성 대체 우유, 식음료업계의 '백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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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eets DESIGN] 식물성 대체 우유, 식음료업계의 '백금'?
  • 박진아 IT칼럼니스트
  • 승인 2020.10.22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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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성 인공육에 이어 식물성 대체우유 니시에서 주류 시장으로 진입
코로나19 시대 건강・웰빙 관심 많고 간편식 즐기는 소비자 겨냥

이달 월요일인 10월 19일, 미국 캘리포니아 소재의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인 임파서블푸드(Impossible Foods)는 이 업체의 시그니쳐 대표 상품 임파서블버거에 이어 식물성 우유를 개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최근 채식주의와 비건주의 소비자의 증가세로 식물성 고기가 담긴 햄버거가 미국에서만 1만 여 식료품점과 버거킹을 비롯한 유명 햄버거 체인에서 버거와 소시지 메뉴의 식재료로 팔리고 있다. 임파서블버거는 올해 안으로 한국 시장에서도 시판을 앞두고 있다.

임파서블푸드는 코로나19 사태에도 아랑곳없이 선전하고 있는 첨단 푸드테크 기업이다. 2011년 창업된 이래 올 2020년에도 투자금액 7억 달러(우리돈 약8천 억원)를 투자유치하는데 성공하고 신제품 라인 개발과 시장 확장 채비에 돌입했다. 임파서블푸드는 향후 12개월 동안 과학자와 식품공학자 150명(총 계획인원 300명)을 추가로 고용하고 연구소 규모와 연구개발팀을 현재의 두 배로 키운다는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임파서블푸드가 개발중인 식물성 ‘임파서블밀크’의 원료나 생산방식에 관한 상세한 정보는 아직 비밀이다. 임파서블밀크의 목표는 시중에 나와있는 두유, 아몬드밀크, 코코넛밀크 보다 더 진한 크림감과 우유에 가까운 맛을 내고 커피 크림용이나 조리용으로써 열을 가해도 응고되지 않는 문자 그대로 '대체 우유'를 개발하는 것이다. 임파서블푸드 측은 이 대체 우유로 메탄 배출과 온실효과의 원인으로 꼽혀온 기존 낙농업계를 디스럽트하는 것이 사업 목표라 밝혔다. 최종 제품명과 시장 출시 예정 시점은 미정이다.

영국의 레벨키친의 식물성 대체 우유 '뮐크(Mylk)®'는 코코넛 과육, 쌀, 캐슈넛이 주원료다. Image: Rebel Kitchen
영국의 레벨키친의 식물성 대체 우유 '뮐크(Mylk)®'는 코코넛 과육, 쌀, 캐슈넛이 주원료다. Image: Rebel Kitchen

지난 8월 22일은 세계 식물성 우유의 날(World Plant Milk Day)이었다. 시장조사기관 민텔(Mintel)의 보고에 따르면, 2013~19년 사이 식물성 우유의 전세계적 매출은 60% 증가해 올 한해 글로벌 식물성 대체우유 시장은 330억 달러를 기록했다(자료: Beverage Industry, 2020년 4월). 우유(牛乳)란 소의 젖을 뜻하기 때문에 유럽연합은 식물성 원료에서 추출한 음료를 식물성 우유(plant-based milk)로 부르는 것을 금한다. 영국에서는 콩류, 견과류, 과일 등의 과육과 물을 섞어 이멀젼 상태로 반액체화 시킨 음료라는 점에서 레벨키친의 제품명을 빌어서 식물성 우유를 두루 ‘뮐크(mylk’)라 부르기도 한다.

지난 5년간 식물 위주 식사생활이 건강과 웰빙에 좋다는 인식과 ‘클린이팅(clean eating)’ 트렌드를 타고 비유제품 대체 우유의 매출은 무섭게 증가했다. 광우병, 항생제 과다주입, 농약사료가 함유된 우유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우유 매출의 정체로 이어지자 우유가공업체들은 아몬드, 호두, 코코넛, 쌀, 시리얼을 가공한 식물성 음료 시장으로 다각화했다. 피트니스 트레이닝광과 노인들 사이에서 근육증강용 프로틴 파우더가 유행하면서 액상형 외에도 물이나 우유를 첨가해 마시는 분말형 견과류 음료도 인기를 끌었다. 예컨대, 영국 업체 휴엘(Huel)은 본래 식사 대용식과 간식용 단백질바와 파우더 제품으로 출발했으나 바로 마실 수 있는 음료로도 제품군을 확장했다. 완벽한 한끼를 기약하는 후엘 파우더와 음료는 각종 곡물과 견과류를 초미세 분말로 가공・배합한 고영양가 기능성 푸드로 마케팅한다.

‘완전식품(Complete Food)’을 슬로건으로 한 영국 식품업체 휴엘의 제품 디자인은 약품 포장을 연상시키며 과학에 기초한 기능성 식품으로 소비자와 소통한다. Huel, Ltd.
‘완전식품(Complete Food)’을 슬로건으로 한 영국 식품업체 휴엘의 제품 디자인은 약품 포장을 연상시키며 과학에 기초한 기능성 식품으로써 소비자와 소통한다. Image: Huel, Ltd.

인류가 식물성 원료로 우유와 비슷한 영양 음료를 만들어 마신 것은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일찍이 14세기 중국에서 두유가 만들어져 요리에 사용됐고, 이후 19세기 유럽으로 건너가 프랑스에서 처음 생산되기 시작해 1980년대부터 유당불내증 소비자를 겨냥한 F&B 업계의 니시 제품으로 정착했다. 고대 중동에서도 14세기부터 아몬드를 갈고 배합한 아몬드우유를 요리에 활용했는데, 이후 19~20세기 영국으로 건너가 참깨, 쌀, 보리, 캐슈넛 등의 분말과 배합한 음료로 개선돼 팔렸다. 신대륙 미국 샌프란시코에서는 전통 스페인 요리에서 온 멕시코식 쌀 음료가 소비됐다. 그 후 20세기 후반부터 경제적 풍요와 식음료품가공업의 발전으로 고기와 유제품 위주의 단백질 식생활이 장려되며 식물성 음료는 거의 자취를 감췄다.

테트라 브릭 종이패키징에 포장된 오리지널 알프로 아몬드 두유. Courtesy: Alpro
테트라 브릭 종이패키징에 포장된 오리지널 알프로 캐슈넛우유. Courtesy: Alpro

10여 년 전까지만해도 식물성 대체 우유라 하면 영국의 알프로(Alpro, 다논 소유)와 미국의 실크(Slik)의 두유(豆乳)를 뜻했다. 요즘 소비자들은 쌀, 콩, 아몬드 등 단일 재료의 식물성 음료 보다 영양가가 강화된 다원료 배합 음료를 원하는 추세다. 아몬드, 헤이즐넛, 땅콩, 타이거넛(견과류가 아닌 아프리카산 덩이뿌리과 수퍼푸드), 호두, 캐슈넛 등 견과류와 코코넛, 퀴노아, 스펠트밀, 병아리콩, 완두콩 심지어 대마 등이 식물성 원료로 활용된다. 특히 병아리콩과 완두콩은 견과류에 비해 가공이 쉽고 가공배합 후 식감이 더 부드러워서 최근에 식음료 가공업계가 마케팅을 촉진하는 원료로 떠올랐다.

건강에 유익하고 환경친화적인 천연 비유제품 이미지를 소통하는 스웨덴의 오틀리(Oatly) 포장디자인은 인스타그램을 사용하는 도회거주 젊은 세대 소비자들에게 어필한다. Image: Oatly
건강에 유익하고 환경친화적인 천연 비유제품 이미지를 소통하는 스웨덴의 오틀리(Oatly) 포장디자인은 인스타그램을 사용하는 도회거주 젊은 세대 소비자들에게 어필한다. Image: Oatly

가공법은 습식가공과 건식가공법이 주를 이루는데 중독성 있는 맛과 향, 내용물의 안정적 조합을 위해 수많은 첨가제를 절묘한 배합율로 조합해 타깃 소비자군에 어필하는 것이 브랜드 성패를 좌우한다. 예컨대, 2016년에 뉴욕 부유촌과 힙스터 상권에 귀리우유를 시그니처로 한 수입고급 식물성 우유로 진출한 스웨덴 업체 오틀리는 현재 미국 시장 내 판매량 2위 업체가 돼 식물성 우유, 요거트, 아이스크림, 디저트 외에도 온라인 기초 패션과 인테리어 악세서리 분야로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총체적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변신중이다.

‘시간에 쫏기는 도시인에게 이동(on-the-go)중 한 병으로 한끼를!’ 디자인된 대체식품 브랜드 소일렌트의 영양 파우더, 드링크, 스낵. 소일렌트 밀크의 식감은 크리미하지만 동물성 재료는 일체 들어있지 않다. 주원료는 콩과 해바라기씨유. Courtesy: Soylent
‘시간에 쫏기며 항상 움직이는 현대인(on-the-go)에게 한 병으로 한끼를!’ 영양과 간편이라는 메시지를 담은 미니멀한 패키팅 디자인으로 소통하는 대체식사 브랜드인 소일렌트의 영양 파우더, 드링크, 스낵 제품군. 소일렌트 밀크의 식감은 우유와 유사하지만 동물성 원료는 일체 들어있지 않다. 주원료는 콩과 해바라기씨유. Courtesy: Soylent

채식주의와 비거니즘 트렌드는 탄소제로 그린뉴딜 경제 정책과 깊이 맞물려있는 정치적인 라이프스타일 선택이기도 하다. 의료전문가들은 동물성 우유와 식물성 우유 사이의 선택은 건강 보다는 라이스타일과 개인적 취향에 따른 선택 사안이라고 말한다(자료: <하버드헬스퍼블리싱>, 2020년 3월호). 요즘처럼 비슷비슷한 품질의 무수한 브랜드들이 경쟁하는 시대도 없었다. 그런 시장 환경 속에서 라이프스타일 제안 만큼 강력한 마케팅 수단도 없다. 가공식음료 업계도 소비자 취향 변화와 유행에 따라 급속히 변한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건강과 웰빙에 대한 관심이 과거 그 언제보다 높아진 지금, 식물성 대체 우유 시장의 성장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박진아 IT칼럼니스트  gogree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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