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meets DESIGN] 코로나19 사태 이후 식료품 유통 시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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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eets DESIGN] 코로나19 사태 이후 식료품 유통 시장은?
  • 박진아 IT칼럼니스트
  • 승인 2020.03.26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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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슨차이나, 중국의 코로나19 사태로 본 미래 리테일과 소비자 구매 행동 시나리오
코로나19 사태에 입증된 임시 테크 대책이 뉴노멀로 정착될 듯

신종 코로나19(COVID-19) 바이러스가 전세계를 휩쓸며 정상적인 일상활동이 사실상 올스톱 상태로 접어든 현재, 소비자들의 구매 행동과 리테일 업계의 지형도도 거침없는 변화를 거치고 있다. 유럽과 미국에서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되자 각국 정부들이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대책을 강행하자 시민들의 생필품 및 장기저장가능 식료품 사재기가 이어지고 있다. 후기산업사회에서 물적 풍요와 방만한 소비생활에 익숙해있던 현대인들은 코로나19라는 ‘검정백조’에 대한 공포와 불안감을 사재기라는 소비 행동으로 표출하고 있다.

정보 및 데이터 조사 기업 닐슨차이나(Nielsen China)가 최근인 3월 16일 분석 발표한 소비자포장재(CPG), 소비재(FMCG), 리테일(Retail) 분야 시장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를 계기로 기존 테크 인프라와 뉴 모바일 테크는 중국인들의 일상에 더 깊고 빠르게 침투한 것으로 나타났다. 봉쇄령을 거치는 동안 중국인들은 과거 그 언제보다 모바일 테크를 이용한 해결책에 의존했다. 외출을 해야만 실행가능했던 생활 필수활동들 - 예를 들어, 직장 출되근, 장보기, 등교 등 - 을 온라인드로 해결할 수 있게 되자 리테일 업계는 코로나19를 계기로 근본적이고 영원한 디지털 전환기로 이행시킨 ‘기폭적 모멘트(catalyst moment)’로 보고 있다.

2020년을 기점으로 식료품 유통업계가 주력해야 할 온라인 이커머스 전략은 다음과 같다:

1. 온라인 쇼핑
이미 패션, 관광, 오락은 이커머스를 가장 먼저 도입한 테크 얼리어답터 업계다. 뒤따라 편안하고 안락한 온라인 쇼핑을 선호하는 신세대 소비자들의 소비취향에 부응해 뷰티・화장품 업계와 개인용품(건강 및 위생) 업계가 합세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중국과 한국의 소비자들은 드디어 포장식료품 및 신선식품 장보기와 외식생활도 온라인으로 대거 옮겨간 것으로 드러났다. 이 추세는 향후 코로나19 전파가 종식되고 일상생활이 정상화된 후에도 사회적 거리두기, 불필요한 외부 활동이나 단체활동 절제, 높아진 청결 의식은 뉴노멀로 정착될 것으로 보인다.

자료 출처: Nielsen China 2020
이제까지 패션과 뷰티 부문에 한정됐던 유럽과 호주의 온라인 쇼핑 추세는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신선 및 포장식품 부문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료 출처: Nielsen China 2020

또 닐슨이 2월 말부터 급격한 질병 전파로 봉쇄 생활에 들어간 北이탈리아 시장을 조사한 결과, 오프라인 위주의 소비생활을 고집해 이커머스 침투율이 낮은 이탈리아에서도 특히 비상용 장기보관가능한 식료품과 건강보조식품의 온라인 구매율이 급증한 것으로 드러나서 타인과의 접촉을 줄이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반영했다. 또한 여태까지 이커머스 전환율이 저조했던 FMCG 부문도 급격한 온라인 구매율 상승을 경험했다. 단, 이탈리아의 톱10 이커머스 플랫폼들은 트로바프레치(trovaprezzi.it/)와 리브리(ibs.it/)를 제외하면 아마존, 이베이, 구글쇼핑, 알리바바 등 해외 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는데, 경우는 프랑스와 스페인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전세계적인 이커머스 선진국인 한국과 중국에서는 이미 온라인 쇼핑이 오프라인 쇼핑보다 선호되고 있다. 게다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서 온라인 쇼핑에 덜 개방적이던 50대 이상의 소비자들도 온라인 쇼핑 트렌드에 합세했다. 중국에서 운영되는 신선식품 온라인 쇼핑 플랫폼 미스프레시(Miss Fresh, 每日优鲜)는 코로나19 절정기이던 1월 말~2월 초 기간 동안 40대 이상 소비자들의 주문율이 237% 증가했다고 보고했고, 징동닷컴(JD.com)의 배달 서비스는 원거리 공급자에 의존하는 대신 주문자의 거주지에서 가까운 지역의 마트와 식료품 상점을 공급자로 소싱해 단시간에 배달해주는 방식으로 1월 말~2월 초 최고 고비에도 급증한 주문량을 무리없이 소화했다(자료: 닐센, 월스트리트저널).

미스프레시 차이나 신선식품 배달 플랫폼은 코로나19를 계기로 급성장을 경험하고 오는 2021년까지 총매출액 140억 달러를 겨냥하며 알리바바와 징동닷컴 다오지아와 조용한 경쟁을 준비하고 있다. Courtesy: MissFresh China (每日优鲜)
미스프레시 차이나 신선식품 배달 플랫폼은 코로나19를 계기로 급성장을 경험하고 오는 2021년까지 총매출액 140억 달러를 겨냥하며 차분히 알리바바와 징동닷컴 다오지아와의 본격 경쟁을 준비하고 있다. Courtesy: MissFresh China (每日优鲜)

2. 위기의 중소사업체, 테크 기반 D2C 판매통로 활용해야
코로나19 확산을 겪고 있는 유럽 국가들과 미국은 정부의 봉쇄 조치와 거국적인 사회적 거리두기 집행으로 대처하고 있다. 수퍼마켓, 드러그 스토어, 약국 등 생활필수 비즈니스를 제외한 모든 개인사업 상점, 레스토랑, 사무실 폐쇄령을 내렸고, 우체국 집배원을 제외하고 그 많던 배달업체 차량과 배달원들의 모습은 눈 씻고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하물며 한국처럼 봉쇄 조치 없이도 국민들의 자발적인 사회적 격리로 자영업자들의 타격은 막대한데, 그같은 극단적인 조치는 특히 국가 경제의 70%를 지탱하는 중소사업체와 그에 소속된 피고용자들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가할 것으로 경제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유통업체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직접 고객을 만나고 바로 소비자에게 판매할 수 있는 D2C(Direct to Customer) 전략은 위기의 중소사업체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닐슨은 분석한다. 온라인 쇼핑의 지속적인 증가세 속에서, 중소업체는 테크를 통한 불필요한 중간매개자를 제거하고 고객과 직접 소통하고 브랜드 신뢰도를 키우며 소비자별 개별화된 욕구충족과 리워드를 제공하는 새로운 소비 경험을 활용해야 한다. 최근 정착하기 시작하는 구독제 서비스, 개별화된 리워드 프로그램, 가격인하 행사, 유려한 결제 자동화 등이 대표적이다. 소비자들의 75%도 테크가 바쁘고 정신없는 일상생활을 간소화시켜줄 것이라고 응답할만큼 D2C 전략을 위한 소비 문화도 무르익었다.

350개 리테일 협력업체와 북미권 25,000개 매장의 물품 배달을 대행하는 인스타카트의 ‘문 앞 배달(Leave at My Door Delivery) 서비스. Courtesy: Instacart
"현관문 앞에 놓고 가세요" 350개 리테일 협력업체와 북미권 25,000개 매장의 물품 배달을 대행하는 미국 인스타카트의 ‘문 앞 배달(Leave at My Door Delivery)' 서비스. Courtesy: Instacart

3. 테크가 주도된 체험형 쇼핑
신선식재료 유통은 여태까지 온라인 전환율이 어려운 리테일 부문이었으나 코로나19 사태는 식료품 쇼핑의 온라인화의 물꼬를 튼 계기가 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본다. 실제로 닐슨의 조사에 따르면 이번 코로나 사태로 중국의 전체 유통업체들중 42%는 매출이 감소했지만 동시에 44%는 매출 급성장을 경험했으며 그 중 28%는 5% 이상 큰 폭으로 성장했다. 단, 매출 성장을 경험한 유통업체는 전염율이 최고조에 달할 당시, 과감하게 온라인 서비스를 확장하고 쇼설미디어 통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소비자들과 직접 만나는 전략을 사용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영국의 온라인 식료품 배달 플랫폼 오카도(Ocado)는 지난 두 주 유럽 내 코로나19 확산과 봉쇄 조치로 주문이 폭주하자 이에 대응하지 못해 일시적인 서비스 중단→브랜드 가치 추락→주가 하락이라는 치욕을 경험했다.

징동닷컴은 약 2년에 걸쳐 농촌 지역 물품배달 서비스를 위한 파일럿 드론배달 실험을 거쳐 2017년부터 실시중이다. Courtesy: JD.com
징동닷컴은 약 2년에 걸쳐 농촌 지역 물품배달 서비스를 위한 드론배달 실험을 거쳐 2017년부터 실시중이다. 지방의 중소 농수산품 및 공산품 생산자와 도시 소비자 윤활한 물류체제를 구축하여 지역의 골고른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Courtesy: JD.com

반면, 이번 코로나 사태로 한국과 중국의 소비자들은 식료품과 개인용품의 구매 선택에 위생과 건강이 중요한 기준이 됐다. 그같은 추세는 유럽과 미국의 소비자 사이에서도 뒤따라 반영될 것으로 보여 마케팅 업계는 타인과의 접촉을 하지 않고도 상품과 서비스를 취하는 ‘언택트의 시대’가 더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본다.

그러나 아무리 온라인 쇼핑이 주류로 정착하더라도 오프라인 쇼핑을 하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의 욕구는 사라지지 않는다. 구매하기 전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보고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매장내 쇼핑(in-store shopping)의 매력을 활용해야 하는 이유다. 이미 현대 소비자들의 51%는 보다 몰입감있는 쇼핑 경험을 위에 AR/VR 기술을 거리낌없이 포용할 의사가 있다고 한다(자료: 닐슨). 한국의 40대 이하 테크에 익숙한 소비자들을 공략하기 위해  마케팅은 이 테크를 솔루션으로 적극 도입할 태세다.

중국 내 21개 도시에 150개 매장을 운영하는 알리바바의 ‘허마(Hema)’ 수퍼마켓. 오프라인와 온라인이 융합된 종합 하이테크 컨셉 수퍼마켓. Courtesy: Alizila
중국 내 21개 도시에 150개 매장을 운영하는 알리바바의 ‘허마(Hema)’ 수퍼마켓. 오프라인와 온라인이 융합된 종합 하이테크 컨셉 수퍼마켓이다. Courtesy: Alizila

실제로 5G 이동통신 인프라가 뒷바침된 AR/VR 기술로 소비자들이 스마트 기기 하나로 가상 수퍼마켓을 거닐며 쇼핑하며 인공지능과 IoT 환경에서 제품 및 브랜드 정보와 소통하면서 편리하게 자동 결제할 수 있는 테크-기반 쇼핑 경험은 이미 2015년부터 중국에서는 현실화됐다. 예컨대 중국의 알리바바의 허마(Hema) 수퍼마켓은 오프라인 쇼핑공간-온라인주문 유통센터-레스토랑이 한데 결합된 컨셉 스토어로 미래 수퍼마켓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유통업계의 오프라인의 온라인으로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은 위기 사태의 임시적 테크 대책이 영원한 뉴노멀(new normal)로 정착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진아 IT칼럼니스트  gogree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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