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많고 탈많은 6살 '코세페', 한국대표 쇼핑행사로 크려면 정부 손길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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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많고 탈많은 6살 '코세페', 한국대표 쇼핑행사로 크려면 정부 손길 '절실'
  • 이효정 기자
  • 승인 2020.10.2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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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일 보름간 개최...'실효성없다' 비판 벗어날까
'한국형 블프' 만들기 위해 '행사구조'변경 불가피...정부 지원 필수적?
2020 코리아세일페스타 로고
2020 코리아세일페스타 로고

 

올해로 개최 6년을 맞는 '코세페'가 당초 취지처럼 '한국대표 쇼핑행사'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5년 동안 코세페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한국형 블프'를 표방하며 시작된 코세페는 낮은 할인율, 참여기업에 대한 지원 부재 등의 이유로 형식적인 행사라고 비판받아왔다.

매년 등장하는 비판의견을 수렴해 코세페는 매년 변화점을 제시했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다. 행사에 참여하는 제조사·유통채널들은 코세페가 흥행하기 위해서는 '전면적으로' 바뀌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오는 23일 코세페 추진위원회가 주요 소비재별, 업태별 할인행사 및 이벤트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예정된 가운데, 올해의 코세페가 제조사·유통사·소비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행사의 장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코리아블랙프라이데이
코리아블랙프라이데이

 

2015년 10월 1일,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엔 아무 것도 없었다

2020년 코로나19가 소비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듯, 5년 전엔 메르스가 내수시장을 얼어붙게 했다. 당시 정부는 메르스로 인해 위축된 소비 활성화의 일환으로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이하 코리아 블프)'를 추진했다.

2015년 10월 1일부터 10월 14일까지 2주간 진행된 '코리아 블프'는 '아무 것도 없었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충분한 준비기간을 거치지 않고 갑작스럽게 추진된 행사였다는 것. 

먼저 참여기업 수와 종류가 현저히 적었다. '코리아 블프'에는 백화점, 온라인쇼핑몰 등 92개사가 참여했다.

'블프'의 핵심 중 하나인 가전제조업체인 삼성전자, LG전자 등은 행사에 참여하지 않았다. 화장품·의류·명품기업들도 세일을 하지 않아 할인행사라는 체감을 느끼기 어려웠다. 전통시장의 경우 9월말에 홍보가 되기 시작하면서 사실상 참여하기 어려웠다. 전국 1만5000여개의 전통시장 중 '코리아 블프'에 참여한 곳은 200여개 남짓에 불과했다. 

정부에서 추진한 행사임에도 정부 지원책 및 행사 마케팅도 사실상 부재했다. 행사를 추진하기 위한 정부지침만 있었을 뿐 구체적인 방향 제시 및 유통채널·제조사에 대한 지원전략은 사실상 없었다고 관계자들은 회상했다. 매대 등에서 공식 로고조차 찾아보기 어려웠을 정도. 

소비자들이 체감할만한 할인혜택도 찾기 어려웠다. 참여 기업들은 기존 정기 세일 행사 시기를 앞당겨 '코리아 블프'에 맞추거나, 이미 진행중인 할인 행사에 '코리아 블프' 로고를 끼워넣기 하는 등 사실상 기존 자체 행사와 차이가 없는 수준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정기세일과 크게 다르지 않은 할인율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행사이기 때문에 기업들이 어쩔 수 없이 참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 이미 기획했던 행사에서 타이틀과 시기만 약간 조정해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코리아세일페스타 연혁. [사진=코리아세일페스타 홈페이지]
코리아세일페스타 연혁. [사진=코리아세일페스타 홈페이지]

 

'코세페'로 바꿨는데, 해마다 바뀌는 행사포인트

지난 2016년 행사명을 '코리아 세일 페스타'로 바꾸고 새출발을 시도했다. 정부 주도 하에 쇼핑·관광·문화축제 등을 통합한 쇼핑축제로 포지셔닝하면서 기업과 소비자측에 어필했다. 

2016년과 2017년에 열린 코세페의 특징 중 하나는 행사기간이 길어졌다는 점이다. 9월말부터 10월말까지 각각 33일, 34일간 진행된 코세페는 백화점을 포함한 유통채널 및 제조사들이 참여했다. '코리아 블프'와 비교했을 때 다양한 품목이 추가됐다. 

2018년 코세페부터는 행사기간이 10일로, 1/3수준으로 줄어들었다. 2018 코세페의 핵심전략은 '쇼핑축제' 분위기를 구축, 소비심리 확대에 있었다. 기간을 줄여 집중도를 높이고 전야제, K-POP 콘서트, 참여형 이벤트 진행 등을 기획하면서 소비자들의 이목을 끄는 이벤트 마련에 나섰다. 이외에도 '핵심품목(킬러아이템)'을 선보이고 할인폭을 높이는 등 쇼핑 중심 프로그램 강화를 추진하기도 했다.

2019년 코세페는 정부주도 행사에서 민간주도 행사로 추진체계를 변환했다. 제조 및 유통업체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했다. 당시 신세계의 '쓱데이', 롯데의 '블랙페스타', 이베이코리아의 '빅스마일데이', 11번가의 '십일절' 등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민간주도로 바뀌면서 업계는 행사진행 전반적으로 자율성을 얻게 돼 참여하기가 용이했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2020년 코세페는 오는 11월 1일부터 15일까지 보름간 열린다. 코로나19로 인해 침체된 소비심리를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1일 기준으로 1084개의 기업이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신청기간이 아직 열흘 가량 남은 것을 고려했을 때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될 전망이다.

눈여겨볼 점은 앞서 진행된 코세페에서 침묵하던 전국 지자체들이 추경예산 등을 집행, 코세페행사 참여를 적극 독려한다는 점이다. 행사기간을 '쇼핑주간'으로 명명하고 각 기업의 마케팅을 해당 기간에 집중시키고, 소비자에게도 11월이 '쇼핑축제의 달'이라는 것을 인식시키겠다는 취지가 강하다. 

코세페 관계자는 "코로나로 유통업계가 전반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코세페에 참여를 희망하는 기업수도 크게 늘었다"며 "쇼핑주간=11월을 소비자들에게 인식시켜 '대한민국 대표 쇼핑축제'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코리아세일페스타 매출표. [자료=코리아세일페스타 운영사무국]
코리아세일페스타 매출표. [자료=코리아세일페스타 운영사무국]

 

해를 더하면서 참여 유통기업 및 매출이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코세페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와 비교했을 때 한국 유통산업구조의 차이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한국형 쇼핑행사'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전 등 제조업이 크게 발달한 미국에서의 블랙프라이데이는 '재고 소진'에 초점을 맞춘 행사라는 성격이 강하다. 또 국토면적이 넓어 배송비가 많이 드는 유통산업 특성상 '블프'에서의 가격 할인율이 높을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반면 한국의 유통산업구조상 평시와 다른 큰 할인폭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제조사와 유통사가 각자의 마진을 줄여야 한다. 코세페가 제 살 깎아먹기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유다. 여기에 정부차원에서의 지원금 등이 수반되어야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할인행사가 만들어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코세페 참여는 정부 눈밖에 나지 않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참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참여해봤자 크게 이익이 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행사의 구조가 변화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정부의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2019 코세페 '롯데블랙페스타' [사진=연합뉴스]
2019 코세페 '롯데블랙페스타' [사진=연합뉴스]

 

모두가 만족할 할인율...'코세페 브랜드 강화'가 숙제

코세페가 한국을 대표하는 쇼핑행사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참여주체인 제조사·유통사·소비자 모두를 만족시킬만한 '킬링 콘텐츠'가 필연적이라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여기서 말하는 '킬링 콘텐츠'란 결국 할인율이다. 

현재 '코세페'라는 행사가 부각되기 보다는 참여 기업의 브랜드 행사명이 더욱 도드라지는 점도 남은 숙제로 꼽힌다.

코세페 개최에 정부 및 단체 역할이 여전히 중요한 만큼, 업계는 정부의 지원 등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제조사 및 유통사에 지급하는 지원금 등을 확대한다면 큰 할인율이 나올 것이고, 소비자들이 '코세페에서만 만날 수 있는 가격'에 물건을 구매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는 올해 정부가 국민에게 지급했던 재난지원금, 정부가 현재 추진중인 '소비쿠폰' 등이 대안으로 제시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침체된 내수경기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코세페' 행사기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지원금을 국민들에게 지급하는 방식은 어떨까 생각한다. 앞서 재난지원금이 지급된 뒤 외식업계가 활기를 띄었듯, 코세페도 비슷한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그는 이어 "곧 발행될 소비쿠폰도 코세페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을 접했다. 소비쿠폰의 종류와 금액 등을 다양화 한다면 충분히 실현가능한 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코세페 브랜드 강화'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지난해 코세페 기간동안 선전했던 신세계의 '쓱데이', 롯데의 '블랙페스타', 이베이코리아의 '빅스마일데이', 11번가의 '십일절' 등의 행사는 해당유통기업의 브랜드명을 단 자체 행사로 보였다는 지적이다. 해당 행사들이 '코세페'와 연관짓기 어려웠다는 의미다. 

코세페 관계자는 "단기간에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꾸준히 코세페의 성공사례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올해는 참여기업들에게 코세페행사임을 잘 알릴 수 있도록 적극적인 홍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서 '코세페'를 통해 내수 및 소비심리를 올려 판매자와 소비자가 함께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효정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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