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건설, 한진칼 주총 코앞...경영권 분쟁 향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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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건설, 한진칼 주총 코앞...경영권 분쟁 향배는?
  • 이석호 기자
  • 승인 2020.03.23 0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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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주총 대결 앞두고 연일 날선 공방 ‘점입가경’...지분보유목적 허위보고 공방 향배는?
- 경영 불참 선언에 부동산 개발 막히고, 시세차익 시 비난 감수해야...진퇴양난될 수도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와 ‘3자연합’을 결성하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면서 이전투구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코앞으로 다가온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명분과 실리를 지킬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27일 주총 대결 앞두고 연일 날선 공방 ‘점입가경’...지분보유목적 허위보고 공방 향배는?

오는 27일 열리는 한진칼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3자연합과 조 회장 측이 연일 날선 공방을 벌이며 양측간 갈등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이번 주총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이 처리될 예정으로 양측의 의결권 확보 결과에 따라 호각지세를 이루던 세력 다툼도 일단락이 될 것으로 보여 명분과 실리를 건 투쟁 분위기가 한층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12일 3자연합은 조 회장 측 우호 지분에 속하는 대한항공 자가보험, 사우회 등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 3.7%에 대해 이번 주총에서 의결권 행사가 금지돼야 한다는 내용의 가처분신청을 서울지방법원에 제출했다.

이에 맞서 조 회장 측은 권 회장의 행보를 걸고 넘어졌다. 반도건설 측이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바꾸기 직전에 권 회장이 조 회장 측에 한진그룹 경영권을 요구했다는 주장을 내놓은 것이다. 즉, 시세차익을 노리고 투자한 것이라는 당초 입장과 달리 권 회장 측이 애초부터 경영참여를 목적으로 한진칼 지분 확보에 나섰다는 것.

조 회장 측은 권 회장의 요청으로 지난해 12월 10일과 16일 두 차례에 걸쳐 조 회장과 만나 자신의 한진그룹 명예회장 후보 추천과 한진칼 등기임원·감사 선임권, 부동산 개발권 등 회사 경영 참여를 요구했다는 근거를 내세웠다. 이에 권 회장 측은 당시 이뤄졌던 대화 중 일부만을 악의적으로 발췌했다는 입장이다.

한진칼은 지난 16일 금융감독원 기업공시국에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해 3자연합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대한 조사요청서를 제출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5% 이상 주식을 보유하게 된 자는 보유목적을 금융당국에 보고하도록 돼 있다. 만약에 조 회장 측 주장이 맞다면 반도건설 측이 한진칼 지분의 보유목적을 허위로 보고해 이 같은 의무를 위반한 것이 된다. 이 경우 반도건설 측은 5%를 초과한 지분을 모두 처분해야 한다.

반도건설 측이 보유목적을 경영참여로 변경한 올해 1월 10일 기준으로 대호개발, 한영개발, 반도개발 등 계열사들을 동원해 끌어모은 한진칼 지분율은 8.28%다. 금융당국의 판단에 따라 이번 주총에서 3.28%를 제외한 5% 지분에 해당하는 의결권만을 행사하게 될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이번 주총 전에 조 회장 측 주장이 인정되면 권 회장 측은 한진그룹 경영권을 노리고 고의로 발톱을 숨겨왔다는 지적에 대한 여론의 비난과 함께 자본시장법 위반행위로 오는 27일 주총에서 의결권마저 잃게 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된다.

3자연합 측은 한진칼보다 한발 앞선 지난 3일 이번 주총에서 반도건설 측 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하게 해달라는 내용의 가처분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해 양측간 대결이 팽팽하게 진행되고 있다.

 

대한항공 서소문 사옥. [사진 연합뉴스]
대한항공 서소문 사옥. [사진 연합뉴스]

 

▲경영 불참 선언에 부동산 개발 막히고, 시세차익 시 비난 감수해야...진퇴양난될 수도

한편, 권 회장을 둘러싼 이 같은 의혹이 깊어지며 수세에 몰리자 3자연합은 지난 18일 ‘경영 불참’을 명시한 주주간 계약서까지 공개하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3자연합이 체결한 계약서에는 주주들이 한진칼 경영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전문경영인 또는 외부전문가로 이사회를 구성해 회사를 경영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3자연합이 밝힌 계약서의 취지대로라면 반도건설 측이 한진칼 경영권을 쥐게 되더라도 한진그룹이 보유한 유휴 부동산에 대한 개발 이권을 가져오는 데 상당한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어 사업적인 시너지를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조현아 부사장이 애착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진 칼호텔네트워크 소유의 국내외 호텔 등 주요 부동산 외에도 한진그룹 유휴 부동산 가운데 가장 높은 가치로 평가되는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와 지난 2008년 인수 후 지금까지도 영업을 중단하고 사실상 방치된 제주도 파라다이스 호텔 등이 개발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이외에도 한진그룹 계열사인 한국공항이 제주도에서 보유하고 있는 제주 민속촌, 제동목장, 생수공장, 정석비행장 등과 육상물류회사인 한진이 보유한 물류창고와 항만 운영권, 정석기업이 보유한 오피스 빌딩 등도 반도건설과 사업적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대상이지만 섣불리 뛰어들면 오해와 의혹만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이번 주총에서 조 회장 측이 승기를 잡게 되면 유휴 부동산 자산 매각에 더욱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조 회장은 항공운수사업 주력과 그룹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우선적으로 유휴 부동산 정리에 나설 의지를 밝혀왔으며, 현재도 매각 주간사 선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자산의 덩치가 커 매각 작업에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예상보다 빨리 진행될 경우 권 회장 측이 경영권을 빼앗아오더라도 개발 기회를 놓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출구전략도 녹록치 않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한진그룹을 두고 벌어지는 경영권 분쟁에 여론의 비난이 거센 상황에서 만약에 권 회장 측이 지분을 정리해 막대한 시세차익만 챙겨 빠져 나갈 경우 ‘먹튀’ 논란을 피하기 어렵게 된다. 한진칼 주가는 지난 20일 종가 기준 상한가로 마감한 5만 3300원을 기록해 코로나19 영향에도 지난 1년 전과 비교해 무려 12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국내 항공업계는 지난해 한·일 무역분쟁에 이어 코로나19 글로벌 확산 여파로 사상 최악의 시련을 겪고 있는 상태다. 이에 경영진과 임직원들이 온 힘을 합쳐 위기에 대응해도 부족할 판에 진흙탕 싸움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보이는 양측에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증권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예상되는 대한항공 영업손실은 대략 2000억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만일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돼 업황 회복이 지연될 경우 경영난이 더욱 가중될 수밖에 지경이다.

대한항공은 객실 승무원과 외국인 조종사를 대상으로 무급휴직까지 진행 중으로 임직원들의 고용 불안이 심해지고 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최악의 업황으로 인해 대한항공의 현금창출 능력은 악화되고 외부 자금 조달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며 “영업손익의 악화와 외화환산손실 5340억 원 발생으로 대한항공의 1Q20 당기순손실은 6600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자본 보충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올해 1분기 말 대한항공 부채비율이 1100% 수준까지 높아져 외부 자금 확보에 불리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석호 기자  re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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