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홍사 반도 회장, 한진칼 지분 추가매입에 1400억 원 실탄 투하...2대 주주 등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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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사 반도 회장, 한진칼 지분 추가매입에 1400억 원 실탄 투하...2대 주주 등극
  • 이석호 기자
  • 승인 2020.02.21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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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도건설, 이달 계열사·관계사 자금 동원해 1423억 원 실탄 소모...2대주주 올라
- 지분 경쟁 계속되며 장기전 전망도...반도 행보, 1997년 ‘미도파’ 경영권 분쟁 떠올라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 <반도건설 제공>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 [사진=반도건설]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에 참전한 반도건설이 이달 들어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 확보에 막대한 실탄을 쏟아 부으면서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에 이어 2대주주 자리를 꿰찼다.

▲반도건설, 이달 계열사·관계사 자금 동원해 1423억 원 실탄 소모...2대주주 올라

한진칼 공시에 따르면, 반도건설(회장 권홍사)은 계열사인 대호개발과 한영개발을 통해 지난 13일부터 20일까지 한진칼 주식 297만 2017주를 장내에서 사들이며 막강한 화력을 과시했다.

반도건설 측이 이 기간에 한진칼 지분 5%를 추가 매수하면서 투입한 자금만 무려 1423억 원에 달한다.

특히, 대호개발은 지난 13일 단 하루 동안 102만 9118주(한진칼 지분 1.74%)를 4만 5864원에 사들여 472억 원을 투입했으며, 이후로도 18일부터 3일 연속 매수세를 이어가며 120만 1424주(2.03%)를 추가 매입했다. 대호개발이 이 기간에 지분 3.77%(223만 542주)를 확보하기 위해 쏟아 부은 실탄만 약 1063억 원에 달한다.

한영개발도 지난 18일과 19일 양일간 74만 1475주(1.25%)를 거둬들이는 데 359억 원 가량의 실탄을 소모했다.

공시에 따르면, 반도건설 측은 이번 한진칼 주식 추가 매입 자금을 한영개발 자기자금(보유예금 약 156억 원)과 관계사 차입금을 통해 조달했다. 대호개발은 한길개발 외 6곳의 관계사를 통해 1100억 원을 차입했으며, 한영개발은 한길개발에서 200억 원을 빌렸다.

반도건설 측은 이번 한진칼 주식 추가 매입으로 대호건설과 한영개발이 각각 7.39%, 5.07%을 보유 중이며, 반도개발이 가진 0.85%(50만 주)를 포함하면 총 13.31%(787만 1542주)를 확보하게 됐다.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KCGI(17.3%)에 이어 델타항공을 제치고 2대주주 자리에 오른 것이다. 이달 강 대표 측이 매입한 한진칼 주식은 단 200주다.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KCGI 주최로 열린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 기자간담회에서 강성부 KCGI 대표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KCGI 주최로 열린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 기자간담회에서 강성부 KCGI 대표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지분 경쟁 계속되며 장기전 전망도...반도 행보, 1997년 ‘미도파’ 경영권 분쟁 떠올라

지난 20일에는 강 대표가 오는 3월 한진칼 주주총회를 앞두고 서울 여의도 글래드 호텔에서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 기자간담회’를 열어 조원태 한진 회장 측에 맞서 경영권 분쟁에 나선 명분과 목적을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KCGI, 반도건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 이른바 3자 연합이 확보한 한진칼 지분율은 37.08%다. KCGI 측에서는 향후 1000억 원 가량의 추가 펀딩을 통해 추가 지분 매입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혀 조 회장 측과 지분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전략을 내비치기도 했다.

강 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조원태 회장의 경영 기간을 비롯해 한진그룹의 총체적 경영 실패가 있었다”며 “집안 내 싸움으로 변질되는 모습으로 많이 비치는데, 저희가 제시하는 회사의 장기적 미래와 비전에 대한 부분을 비중 있게 봐줬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분 경쟁과 관련해서는“이미 대세가 기울었다”며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반면에 한진그룹 측은 이번 간담회를 ‘흠집내기식’이라고 폄하하며 항변에 나섰다. 한진그룹은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조현아 주주연합의 이번 기자간담회는 명확한 비전도, 세부적인 경영전략도 제시하지 못했다”며 “주주연합의 근본적 목표는 '차익실현'을 노리는 투기세력일 뿐 국내 기업의 중장기적 발전과 사회적 가치의 추구라고 볼 수 없다”고 각을 세웠다.

또한 "차익만을 노린 사모펀드 등의 경영권 위협은 한진그룹의 중장기적 발전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명확한 비전과 전문적인 경영 능력,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를 갖춘 조 회장 체제가 장기적인 투자가치 측면에서는 훨씬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내달 주총에서는 이번 반도건설 측이 추가로 확보한 지분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어 이번 경영권 분쟁이 주총 이후에도 전개되며 장기전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도 일각에서는 나오고 있다.

한편, 이번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에 참전한 반도건설의 행보가 지난 23년 전 ‘미도파’ 경영권 분쟁에서 성원건설이 보였던 모습과 비교된다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 1997년 1월 당시 신동방그룹은 대농그룹 미도파 경영권에 대한 적대적 M&A를 시도하면서 치열한 분쟁을 벌였다. 신동방은 미도파 지분 15.64%를 확보하며 대농 측과 지분확보 경쟁을 펼쳤고, 이 과정에서 성원건설은 대한창업투자, 성원파이낸스 등 계열사를 동원해 12.63%까지 끌어모아 신동방을 지지했다.

대농 측은 계열사 주식 매각을 통해 미도파 지분 확보 자금을 마련했으며, 재계에도 도움을 청해 백기사를 끌어들이기도 했지만 경영권 방어에 투입되는 자금이 점차 늘면서 그룹 전체가 위태로운 상황에 처하게 됐다.

결국은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적대적 M&A에 공동 대처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면서 3개월 간 숨가쁘게 진행된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됐고, 경영권 확보에 실패한 성원건설은 보유 중이던 미도파 주식 전량을 대농그룹에 매각하면서 사태가 마무리됐다. 이때 성원건설 측이 챙긴 시세차익만 당시 돈으로 307억 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농그룹은 경영권 방어에 자금을 무리하게 동원하다 위기에 처했고, 이후 외환위기를 거치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신동방그룹 역시 경영난을 겪다 지난 2004년 그룹이 해체됐다. 박용학 전 대농그룹 회장과 신명수 전 신동방그룹 회장은 2014년 같은 해에 별세했다. 

 

 

이석호 기자  re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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