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소상공인' 살린다던 대형마트휴무제, 지금이 再考의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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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소상공인' 살린다던 대형마트휴무제, 지금이 再考의 시점
  • 이효정 기자
  • 승인 2020.01.31 0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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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는 죽이고 이커머스'만' 키웠다...소비자 불편 꾸준히 제기돼
왼쪽부터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전경.
왼쪽부터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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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이마트를 가야 잘 갔다고 소문이 날까"
필자의 어머니가 얼마 전 설 명절을 앞두고 하신 말씀이다. 설 명절 뿐 아니라 지난 몇 년간 연말연시, 설·추석 연휴가 다가오면 항상 어머니는 명절준비를 위한 최적의 '장보는 날짜' 고르기를 하셨다.

어머니 말씀에 따르면 명절연휴를 앞두고는 '눈치게임'을 잘 해야 공치지 않고, 좋은 품질의 재료를 원하는 만큼 살 수 있다. 마트휴무일 다음날에는 일부 식재료는 평소보다 빠르게 동이 난다. 여기에 연휴 직전이라면 신선식재료를 구매하기 위한 주부들간 '보이지 않는 전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예시를 필자의 어머니로 들었을 뿐, 사실 이 상황은 국내 여러 집에서 보이는 흔한 모습이다. 마트 의무휴무제가 시행된 지난 2012년 이후 약 8년이 지났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마트 휴무제에 불편함을 느끼는 소비자들도 줄어들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전통시장 및 소규모 상권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이었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대형마트 휴무제 제정 당시 등장했던 '원 취지'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휴일에 아예 밖으로 나가지 않게 되면서 마트는 물론 전통시장 및 골목상권까지 이용하지 않는 경우가 늘어났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결과적으로 마트, 전통시장 모두의 매출이 감소하는, '원치 않는 결과'를 낳았다. 

소비자들이 외출하지 않게 되면서 온라인몰에 눈을 돌리게되고 오프라인 유통채널 전체의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오히려 가만히 있던 온라인 이커머스 업계가 반사 이익을 본 셈이다.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CI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CI

 

지난 2017년 한국유통학회가 발표한 '빅데이터를 활용한 유통 규제효과 분석'에 따르면 대형마트 영업규제 도입 후 대형마트 매출액은 물론 덩달아 전통시장 매출도 감소했다. 한편 대형마트 규제로 온라인시장의 매출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8년 국제e-비즈니스학회가 발표한 ‘온라인 쇼핑 확대 시대의 대형마트 의무휴업일로 인한 소비자 행동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대형마트 상권 내 고객의 요일·주차별 온라인 이용 금액 변화를 분석한 결과, 2·4주차 일요일 의무휴업지역의 온라인 이용 금액은 4년 동안 66.78% 증가했다.

일련의 자료의 결과를 종합하자면 대형마트의 영업을 제한함으로써 얻고자 했던 '전통시장 활성화' 대신 '온라인몰의 성장'을 도운 셈이 된다.  대기업의 매출을 제한하고 소상공인의 숨통을 트이려는 데 목적이 있었던 정책이었지만, 소상공인과의 상생 대신 또 다른 대기업들을 키워줬다는 얘기다. 약 8년간의 규제를 통해 생긴 불편함은 소비자 몫이다.

대형마트 휴무제를 포함한 복합적인 이유로 지난해 이마트를 포함한 대형마트들은 처참한 성적표를 받았다. 오프라인 유통의 3대장으로 불리는 신세계그룹, 롯데그룹, 현대백화점그룹이 모두 유통분야의 수장을 교체하는 등의 조치를 강행하기도 했다. 

소상공인을 살리겠다는 최초 목적 달성이 어려워보이는 것은 물론, 소비자들의 불편함이 가중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유통산업발전법'의 수명이 다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지금이 대형마트 휴무제에 대한 재고(再考)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이효정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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