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대형마트 휴무제' 시행 8년, '망원시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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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 '대형마트 휴무제' 시행 8년, '망원시장'을 가다
  • 박금재 기자
  • 승인 2020.01.20 06: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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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시장, '차별화'와 '초저가 전략' 내세워 주변 상권 공략
SNS를 통해 망원시장 인기 끌며 많은 고객들 붐벼
대형마트 의무 휴무제 효과와는 무관... 휴무일엔 시장도 한산
망원시장 입구. [사진=박금재 기자]
망원시장 입구. [사진=박금재 기자]

지난 1월 12일 서울 망원동에 위치한 '망원시장'을 찾았다. 해당일은 인근에 위치한 홈플러스 합정점의 휴무일이었다.

2012년 처음 시행된 '대형마트 휴무제'의 본 목적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함이었지만, 이는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다. 

소비자들은 대형마트 휴무일에 전통시장에서 장을 보는 대신 집에 머물며 불편함을 느껴야 했고, 쿠팡을 비롯한 여러 인터넷 쇼핑몰이 발달하며 자연스레 대형마트 휴무일에 발생하는 구매수요는 온라인 쇼핑몰로 몰렸다.

망원시장 또한 힘든 시간을 보냈다. 평일과 토요일에는 홈플러스 합정점에 많은 고객을 뺏겨야 했고, 홈플러스 휴무일에는 망원시장에도 고객들의 발걸음이 뚝 끊겼다.

그러나 망원시장은 보란듯이 부활했다. 상인들은 입을 모아 "미디어의 힘이 망원시장의 부활에 큰 힘을 보탰다"고 말한다.

망원동 중심 도로에는 새로운 별명이 생겼다. '망리단길'이라는 이름이다. 어느 순간부터 망원동은 많은 '맛집'과 분위기 좋은 카페가 몰려있는 것으로 SNS와 방송을 통해 유명해지며 '제2의 경리단길'로 여겨져 왔다. 요즘엔 인적이 드문 경리단길과 달리 망리단길은 여전히 젊은 소비층 사이에서 인기가 뜨겁다.

망리단길의 흥행이 망원시장의 부활에 가장 큰 공을 세웠다면, 망원시장 자체는 '차별화'와 '초저가 전략'를 통해 합정과 망원 일대 상권을 공략해내는 데 성공했다.

유튜브 채널 '와썹맨' 망원시장 에피소드 캡쳐. [사진=유튜브 캡쳐.
유튜브 채널 '와썹맨' 망원시장 에피소드 캡쳐. [사진=유튜브 캡쳐.

망원시장은 아이돌그룹 GOD의 전 멤버인 박준형 씨의 유튜브채널 '와썹맨'을 통해 처음으로 큰 주목을 받았는데, 와썹맨에서 대박을 친 아이템은 '닭강정'이다. 실제로 망원시장에는 여러 닭강정 가게가 성행하고 있는데, 단골들 외에도 닭강정만을 맛보기 위해 망원시장을 방문하는 이들 또한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더불어 망원시장에는 보통 전통시장에서 예상할 수 있는 광경들과는 다른 것들도 많이 존재해 눈길을 끌었다. 망원시장에는 최근 '오레오 츄러스'를 파는 가게가 생겼고 일본식 라멘 가게도 생겨 이색적인 면모를 갖추게 됐다.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방문 또한 특이점으로 보였다. 한 일본인 관광객에게 망원시장을 어떻게 알았냐고 물으니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서 알게돼 찾아오게 됐다"면서 "평소 유명 관광지보다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곳들을 찾아다니는 것을 좋아한다"고 답했다.

한편, 망원시장 상인들 사이에서는 대형마트 휴무제가 이미 힘을 잃었다고 보는 의견들이 주를 이뤘다.

망원시장의 한 활어회 가게. [사진=박금재 기자]
망원시장의 한 활어회 가게. [사진=박금재 기자]

활어회 가게를 운영하는 상인 김 모씨는 "대형마트 휴무제를 시행한 첫 두 해 정도는 전통시장으로 유입되는 소비자들이 조금은 있었던 것 같다"면서도 "현재는 홈플러스 합정점 휴무일에는 망원시장도 덩달아 조용해진다. 심지어 그 날엔 아예 문을 닫는 상인들도 많을 정도"라고 말했다.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상인 이 모씨는 "과일 품목에 있어서는 그나마 전통시장이 대형마트와 비교해 가격 부문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타격이 그리 크지는 않다"며 "수입 과일 또한 많이 들여와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몰에 경쟁을 벌일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망원시장에서 설맞이 이벤트 행사를 펼치고 있다. [사진=박금재 기자]
망원시장에서 설맞이 이벤트 행사를 펼치고 있다. [사진=박금재 기자]

망원시장은 다가오는 설을 맞아 '설맞이 이벤트 행사'를 펼치고 있었다. 대형마트의 설맞이 할인행사에 대항하기 위한 방책으로 보였다. 더불어 '배송 서비스' 또한 제공해 소비자들의 쇼핑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힘을 쏟고 있었다. 

온라인 유통채널이 우세한 입지를 점한 가운데 합정·망원 상권에서 펼쳐질 설 대목 오프라인 유통경쟁에서 망원시장이 승리를 거둘 수 있을지를 놓고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박금재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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