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ESS 화재 2차 조사위, 한 점 부끄럼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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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ESS 화재 2차 조사위, 한 점 부끄럼 없기를
  • 서창완 기자
  • 승인 2020.01.14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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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27일 오후 경남 김해시 한림면 장방리 한 태양광발전설비 에너지저장장치(ESS)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다. 28번째로 발생한 ESS 화재 사고로 이후 발생한 ESS 화재 사고는 없다. [사진=경남소방본부]
지난해 10월 27일 오후 경남 김해시 한림면 장방리 한 태양광발전설비 에너지저장장치(ESS)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다. 28번째로 발생한 ESS 화재 사고로 이후 발생한 ESS 화재 사고는 없다. [사진=경남소방본부]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2차 조사위 결과 발표가 늦어지고 있다. 지난 연말쯤 나올 것으로 예상됐던 발표 시기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조사위로서는 어떤 발표를 내놓아도 반발을 피하기 어려운 처지다. 업계 이익과 국민 의혹 해소, 조사위 스스로의 명예회복 등 이번 발표가 짊어져야 할 것들은 많다. 결과 발표 전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일어날 수 있는 오류를 최소화하겠다는 조사위의 고충이 엿보인다.

조사위 관계자 말을 들어 보면 15일 열리는 전체회의에서 명확한 발표 시점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이번 주, 늦으면 설 이후로까지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ESS 화재 조사가 미뤄지는 건 배터리 업계와 조사위 간 견해차 때문이다. ESS 화재와 배터리의 연관성을 확인한 조사위가 배터리 제조사인 LG화학과 삼성SDI에 요구해 업체들의 소명이 이어지고 있다.  

2차 조사위 국면에 삼성SDI 실무진 사이에서는 ‘배터리 연관성’ 발표가 나게 되면 따로 기자회견을 열어 소명하자는 말이 나오고 있다.

LG화학은 사고 가운데 일부의 연관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해도 배터리 전체 문제로 몰아가기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삼성SDI 측의 반박에 동조한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5개 화재 사고현장 가운데 일부 사이트에서의 배터리와의 연관성이 나왔다던 조사위 관계자도 “내일 회의 결과가 나와봐야 알 것 같다”고 조심스러운 의견을 보였다.

2차 조사위 결과 발표가 어느 쪽이든 업계에 미치는 파장은 클 전망이다. 먼저, 화재와 배터리의 연관성이 인정되면 배터리 업계로서는 신뢰성에 큰 타격을 입는 문제인 만큼 강력한 대응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조사위 스스로도 찝찝한 결과다. 23건의 화재를 조사하고도 ‘복합 원인’이라는 결론을 냈던 지난 1차 조사위 결과를 뒤집는 꼴이라서다. 조사위 발표를 입증할 만한 이론적 토대가 제대로 마련돼야 한다.

역설적으로 ‘배터리 연관성 없다’는 결론 역시 조사위에는 부담스러운 선택지다. 지난해 6월 1차 조사위 결과 발표 이후 연달아 5건의 화재가 발생하면서 꾸려진 조사위로서는 뭔가 다른 ‘결과물’을 내놓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 한국전기안전공사를 필두로 산·학·연 조사단에 국회 감시단까지 꾸린 2차 조사위로서는 여러모로 난처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사위를 지휘하는 전기안전공사에서는 업계와 관련된 실험 관련 정보를 비공개한 채로 조사에 조심스럽게 임하고 있다. 전기안전공사 측은 “공정한 업무 수행과 업체의 이익 보호를 위해서”라고 전했다. 민감한 사안인 만큼 공식 발표가 있기 전까지 잡음을 최소화하려는 건 정부 기관으로서는 당연한 조치다.

다만, 결과 발표 뒤에는 과정까지 투명하게 공개해 국민에 알려야 한다. 과정이 투명해야만 업계 반발과 국민적 의혹을 스스로 씻어낼 수 있다. 전기안전공사 관계자가 통화에서 “조사결과 발표가 난 뒤에도 해당 실험 문서 자료들은 공개하기 어렵다”고 한 말이 이해되지 않는 이유다.

1차 조사위 때와 다른 결론이 나온다면 지난 조사위의 미흡했던 점에 대해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놓는 것도 2차 조사위가 짊어진 책무다.

ESS 화재 2차 조사위가 꾸려진 지는 3개월 정도가 지났다. 정확한 결과를 위해서라면 발표가 조금 늦어지는 것도 나무랄 일만은 아니다. 제대로 된 화재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명확한 화재 원인조사가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곧 있을 화재 조사 발표가 한 점 부끄럼 없는 결과로 채워지기를 기대해 본다.

서창완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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