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 화재 '선제 방어' 내놓은 삼성SDI, 김해 화재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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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 화재 '선제 방어' 내놓은 삼성SDI, 김해 화재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 서창완 기자
  • 승인 2019.10.31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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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 화재, 삼성SDI 배터리 사용 ESS서 없던 ‘패턴’이어서 눈길
배터리 전문가, 삼성SDI 특수 소화 시스템은 'A급 대책'
전영현 삼성SDI 사장(가운데 오른쪽)과 허은기 전무(가운데 왼쪽)가 지난 23일 자사 울산 사업장 안전성 평가동에서 실시한 소화시스템 시연에 참석해 ESS 안전성 대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삼성SDI]
전영현 삼성SDI 사장(가운데 오른쪽)과 허은기 전무(가운데 왼쪽)가 지난 23일 자사 울산 사업장 안전성 평가동에서 실시한 소화시스템 시연에 참석해 ESS 안전성 대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삼성SDI]

특수 소화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삼성SDI가 발표한 바로 뒤에 에너지저장장치(ESS)에 불이 나 관심을 끌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 23일 계속되는 ESS 화재에 대응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수 소화시스템 구축이 그것이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30일 김해 화재는 그동안 삼성SDI와 관련된 8건 ESS 화재와 조금 다른 양상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삼성SDI와 관련된 이전 8건의 화재는 취급 부주의와 외부 요인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김해 화재는 '취급 부주의와 외부 요인'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이번 김해 사고는 지금까지 삼성SDI의 ESS 사이트에서 발생한 화재와 경향성이 약간 다르다”며 “삼성SDI가 김해 사고를 면밀히 분석해야 할 필요성은 이런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정확한 화재 원인은 나오지 않았다. 이르면 11월 첫째주 정부 조사단이 현장 조사에 나설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삼성SDI 측은 "화재 원인이 아직 구체적이지 않아 조사 결과를 기다려 봐야 한다"며 "이전 화재와 어떻게 다른지, 왜 일어났는지 등 정확한 분석 결과는 2~3개월 뒤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23건이던 ESS 화재는 최근 두 달 사이 5건이나 늘었다. 지난 6월 내놓은 ‘민·관 합동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위원회’ 대책이 무용지물이었다는 사실을 잇따르는 불이 증명하고 있다. 이 가운데 삼성SDI의 ‘특수 소화 시스템’이 주목받는다.

지난 27일 삼성SDI 배터리를 사용한 경남 김해의 태양광 연계형 ESS에서 불이 났다. 시점이 미묘했다. 삼성SDI가 불과 나흘 전 기자단을 초청해 올 초부터 준비해 온 특수 소화 시스템을 시연한 뒤였기 때문이다. 강렬했던 시연에 이은 김해 화재,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31.3% 감소한 분기 실적까지 공격받기 좋은 연결고리가 형성됐다.

삼성SDI가 마련한 특수 소화 시스템은 앞으로 6~8개월에 걸쳐 삼성SDI 배터리를 사용한 ESS 사이트에 설치될 예정이다. 김해는 물론 현재 설치된 사이트는 아직 한 곳도 없다. 시연과 김해 사이 연결고리가 없는 셈이다.

1차 조사위는 ESS 화재사고 23건을 살펴봤다. 그중 삼성SDI 배터리를 사용한 곳에서 일어난 사고는 8건이다. 삼성SDI의 자체 화재 감식 보고서를 보면 3건은 취급 부주의, 5건은 외부 요인으로 인한 훼손이었다. 배터리 문제와는 거리가 멀었다. 

조사위가 정리한 삼성SDI의 사고 유형을 봐도 ‘수리 점검중’ 3건, ‘설치 중’ 2건, ‘충전 후 휴지 중’ 2건, ‘충전 후 방전 중’ 1건이다. LG화학 사고 유형이 ‘충전 후 휴지 중’ 11건, ‘충전 중’ 1건인 점과는 대조적이다. 이번 김해 화재 당시 배터리는 방전 대기중이었고, 배터리 충전율(SOC)은 95%로 운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계속되는 ESS 화재를 두고 "업체의 선제적 대응은 물론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1차 조사위가 분석한 23건의 ESS 화재 경향. [자료=산업부]
1차 조사위가 분석한 23건의 ESS 화재 경향. [자료=산업부]

사실상 양대 배터리사 가운데 배터리 문제로 인한 화재 가능성이 있다고 보인 곳은 LG화학 배터리를 사용한 사이트였다.

1차 조사위는 “일부 배터리셀에서 결함이 발견돼 이를 모사한 시험을 했는데 배터리 자체 발화로 이어질 수 있는 셀 내부단락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다만, 제조결함이 있는 상황에서 배터리 충방전 범위가 넓고 만충상태가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경우 자체 내부단락으로 인한 화재발생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SDI로서는 상당히 공교로운 시기에 화재가 터져버렸다는 질문에 박 교수는 “선제적 조치가 먹혀들 가능성은 생겼다”고 설명했다. 그는 “삼성SDI 사고는 지금까지 대부분 셀에 기인하지 않았다고 확신할 수 있는 단발성이 많았다”며 “그런데도 선제적 조치가 이미 마련돼 있었고 C급 숙제를 받았는데, A급 대책을 준비했더니 마침 시험장에 A급 문제가 터져버린 셈”이라고 설명했다.

삼성SDI는 이번 ESS 화재 대책에 분기 영업이익에 견줄 만큼의 투자를 계획했다. 특수 소화시스템 등 화재 대책에 예상 투자액은 2000억 원 정도에 이른다. 이는 지난 29일 발표한 3분기 영업이익 1660억보다 많다.

이는 권영노 삼성SDI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이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밝힌 것처럼 ‘신뢰’에 기반한 투자 기조가 통했다는 의미다. 권 부사장은 컨퍼런스콜에서 “ESS 안전대책은 단순히 일회성비용이 아니다라며 “매년 40% 이상 성장하는 세계 에너지저장장치시장에서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고객의 신뢰를 높이는 투자”라고 말했다.

정부가 최근 꾸린 ESS 화재 2차 조사위 결과에 기대하기보다 자구책을 마련하는 게 낫다는 조언도 나왔다. 2차 조사위의 조사 범위는 지난 8월 30일 충남 예산 ESS 화재와 지난달 24일과 29일 평창, 군위에서 일어난 ESS 사고로 제한돼 있다. 지난 21일 경남 하동, 이번 김해 화재는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1차 조사위 범위인 23건 역시 마찬가지다.

박 교수는 “정부를 믿기보다는 삼성SDI가 자체적으로 원인을 분석해 자구책을 찾는 방향으로 대책을 세우는 게 더 나은 방법이 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서창완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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