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ESS 화재, '배터리' 안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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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ESS 화재, '배터리' 안전한가
  • 서창완 기자
  • 승인 2019.10.24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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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 화재 LG화학 15건 vs 삼성SDI 9건
지난 21일 오후 4시 14분께 경남 하동군 진교면 관곡리 한 태양광발전소 내 ESS 설비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사진=경남소방본부]
지난 21일 오후 4시 14분께 경남 하동군 진교면 관곡리 한 태양광발전소 내 ESS 설비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사진=경남소방본부]

또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다. 2017년 이후 27번째다. 지난 6월 정부가 내놓은 ‘민·관 합동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위원회’ 결과 발표 뒤로도 벌써 4번째다. 지난 8월 30일 충남 예산을시작으로 두 달도 채 안 돼 4건이 발생했다. 그 가운데 LG화학 배터리를 사용한 ESS 충전소에서 난 화재가 3건이다. LG화학의 이름이 화재 때마다 오르내리는 이유다. 기민한 대응을 하는 삼성SDI와 비교하면 LG화학은 원인도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27번째 화재는 지난 21일 오후 4시 14분께 경남 하동군 진교면 관곡리 한 태양광발전소 내 ESS 설비에서 발생했다. 당국은 화재 발생시간을 따져볼 때 배터리가 만충상태에서 방전 대기 중 발화했다고 보고 정확한 원인 규명에 나설 예정이다.

이번 화재 발생 지역이 불이 나기 나흘 전 안전을 강화했다는 승인까지 받은 점에서 LG화학과 정부는 더 곤란해졌다. 해당 ESS는 전기 이상 보호장치, 비상 정지장치 설치 등 정부 방침에 따라 4가지 추가 안전조치를 취했고, 전기안전공사 등의 확인을 거쳐 안전관리위원회도 최종 승인을 해줬다.

◆기민한 대응 삼성SDI, 화재 추가되는 LG화학

총 27건의 ESS 화재 가운데 LG화학 배터리를 쓴 곳은 이번 화재까지 포함해 모두 15곳이다. 삼성SDI 제품은 9건이다. 두 회사의 배터리 제품이 국내 ESS 시장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화재의 원인이 어디든 발화점이 배터리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배터리 제조사로서는 억울할 수 있는 측면도 있다. 다만, 두 배터리사의 화재 대응 행보를 보면 삼성SDI 쪽이 좀 더 기민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삼성SDI는 ESS 화재에 대해 고개를 숙이면서도 재발 방지에 대한 자신감도 나타난다. 반면, LG화학은 제대로 된 화재 원인조차 특정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지난 14일 삼성SDI가 ‘안전성 강화조치’를 내놓자 LG화학이 같은 날 ‘안전 강화 대책과 화재원인 규명’ 자료를 뒤따라 발표한 것도 양사 대응의 차이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두 회사가 내놓은 대책을 보면 삼성SDI는 지난 1년 동안의 배터리 안전 대책을 바탕으로 한 ‘고강도 재발 방지책’을 내놨다는 인상을 준다. 반면, LG화학은 화재 원인도 찾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 LG화학이 제대로 된 원인조사도 하지 않고 삼성SDI를 따라 대책 발표를 낸 게 자충수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 배터리 전문가는 “ESS 화재에 있어서 삼성SDI와 LG화학은 서로 상황이 다른데도 전략과 생각 없이 삼성을 따라 급하게 발표한 느낌이 든다”며 “위기 극복 의지가 있었다면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해 일주일쯤 뒤에 삼성SDI처럼 정식으로 기자회견을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은기(오른쪽) 삼성SDI 중대형시스템개발팀장(전무)이 23일 울산 울주군 삼성SDI 공장에서 불에 녹아 구멍이 난 일반 ESS 모듈과 달리 특수 소화시스템이 적용돼 화재 손상을 입지 않은 모듈을 손으로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다. [사진=삼성SDI]
허은기(오른쪽) 삼성SDI 중대형시스템개발팀장(전무)이 23일 울산 울주군 삼성SDI 공장에서 불에 녹아 구멍이 난 일반 ESS 모듈과 달리 특수 소화시스템이 적용돼 화재 손상을 입지 않은 모듈을 손으로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다. [사진=삼성SDI]

삼성SDI의 자신감은 르포단을 꾸리는 데까지 나아갔다. 삼성SDI는 지난 23일 기자단을 초청해 자사 울산사업장을 공개했다. 울산사업장의 외부 공개는 2009년 배터리 생산을 시작한 뒤로 처음 있는 일이다. 그만큼 최근 쏟아지는 ESS 화재사고를 극복하려는 삼성SDI의 의지가 엿보이는 지점이다.

전영현 삼성SDI 사장은 기자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최근 국내 화재가 계속되면서 죄송스럽다”며 “안전성 개선 노력을 통해 ESS 생태계를 하루빨리 복원시키겠다”고 말했다. 국내 산업 생태계를 일으켜 세계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정부 대책, 기대할 수 있을까

이런 상황인 만큼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는 데 있어 삼성SDI와 LG화학의 ESS 화재 패턴을 달리 보고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3건의 화재에 대한 2차 조사위 출범을 한 정부가 이전 조사위가 점검한 23건 화재 조사가 잘 이뤄졌는지 여부를 ‘검토’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당시 조사위는 “일부 배터리셀에서 결함이 발견돼 이를 모사한 시험을 했는데 배터리 자체 발화로 이어질 수 있는 셀 내부단락은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제조결함이 있는 상황에서 배터리 충방전 범위가 넓고 만충상태가 유지되는 경우 자체 내부단락으로 인한 화재발생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조사위의 이런 발표는 최근 마무리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국정감사 ‘봐주기’식 조사였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김규환 자유한국당 의원은 “조사위가 시료를 가지고 와 현장도 아닌 다른 곳에서 검사를 한다는 건 오류 발생 의구심을 들게 한다”고 질타했다.

김준호 LG화학 부사장이 지난 7일 열린 국회 산자위 국감에서 답변하고 있다. [사진=서창완 기자]
김준호 LG화학 부사장이 지난 7일 열린 국회 산자위 국감에서 답변하고 있다. [사진=서창완 기자]

당시 국감에서는 LG화학이 겪고 있는 문제점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LG 배터리 화재가 2017년 중국 남경 공장에서 만들어진 제품에서 모두 발생했다. 이 정도면 LG를 위해서도 국민 안전을 위해서도 리콜해야 한다”고 하자 김준호 LG화학 부사장이 “지난해 제품은 사용 기간이 짧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답한 것이다.

김 부사장 말처럼 지난 21일 화재가 발생한 ESS 시스템에 사용된 LG 배터리는 중국 남경 공장 생산 제품이 아닌 국내 생산 제품이다. 차라리 2017년 남경 제품 생산에 문제가 있었으면 문제해결이 더 쉬웠을 거라는 시장 관측이 들어맞은 셈이다. ‘남경’이 아닌 ‘LG화학’의 문제라면 손실 규모가 이루 말할 수 없이 커진다.

화재 이전 만난 LG화학 관계자는 “2017년이 원인이었으면 깔끔하게 다시 시작할 수 있을 텐데, 원인을 모르는 상태라 힘들다”며 “내부적으로 리콜을 할 경우보다 많은 돈을 쓰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아직까지 ESS 화재를 보는 정부의 공식 입장은 ‘복합’ 원인이다. 정부가 최근 3건의 화재에 대한 2차 조사위 출범을 시작한 지 이제 일주일 남짓 됐다. 회의는 한 차례 진행됐다. 매주 수요일마다 회의가 열릴 예정인데 새로운 원인 조사결과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2차 조사위가 다루는 화재는 27건 가운데 단 3건이 될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2차 조사위에 참가한 한 국회 인사는 “이번 화재까지 조사 대상에 포함하는 식이면 끝이 없어질 수 있다. 1차 조사위 범위였던 23건의 화재도 따로 염두에 두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서창완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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