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임기 절반 만에' 역대 최다 재벌 총수 만난 대통령...이재용·정의선과 올해만 7번째 만남 '문제는 경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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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임기 절반 만에' 역대 최다 재벌 총수 만난 대통령...이재용·정의선과 올해만 7번째 만남 '문제는 경제였다'
  • 박근우 기자
  • 승인 2019.10.17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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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 대통령 취임 후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과 11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9회 만남
-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 이 부회장과 만남 언론 보도에 불만 표출하기도
- 문 대통령의 대기업 밀월관계에 '노무현 시즌2' 비판 터져 나와

문재인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을 잇달아 만나면서 '밀월관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현 정권의 재벌정책이 급선회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공교롭게도 문 대통령은 올해에만 두 사람과 각각 7회씩 만나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17일 정계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2년 반 만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9번,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과 11번의 만남을 가져 역대 대통령 중에서 재계 총수와 가장 많이 만난 기록을 세우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문 대통령이 지난 15일 화성시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를 찾아 정의선 수석부회장과 회동했고, 그 닷새 전 10일에는 삼성디스플레이 아산공장을 방문해 이재용 부회장과 만났다. 

한 노동계 인사는 "이로써 문 대통령은 '국정농단 친재벌'로 상징되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기록을 갈아치웠다"며 "최근 행보를 보면 대선 당시 공약했던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을 전면 폐기한 듯하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10일 충남 아산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에서 열린 ‘신규 투자 및 상생협력 협약식’이 끝난 뒤 문재인 대통령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실제로 문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 보다 더 많이 만났다. 박 전 대통령은 5년 동안 이 부회장과 3번의 독대를 포함해 총 8번 만났다. 문 대통령은 임기 절반 기간 만에 박 전 대통령보다 이 부회장을 더 많이 만난 것이다. 

더욱이 문 대통령은 10월 현재 올해에만 이 부회장과 정 수석부회장을 7번이나 각각 만나 진기록을 세웠다. 

또 문 대통령의 삼성 공장 방문도 역대 최다 기록을 앞두고 있다. 문 대통령은 현재까지 3차례 삼성공장을 방문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각각 4회 방문한 것에 1회 모자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2회 방문은 이미 넘어섰다. 문 대통령이 임기 30개월 만에 이 정도 방문이라면 앞으로 역대 최다 대기업 방문 기록이 될 공산이 크다. 

문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의 만남이 거듭되는 동안 두 사람의 친밀감도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부회장은 10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에서 2025년까지 'QD(퀀텀닷) 디스플레이' 개발에 13조1000억원을 투자키로 한 계획을 문 대통령 앞에서 직접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께 좋은 소식을 전해주신 이재용 부회장,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등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우리 삼성"이라고도 했다. 이 부회장을 직접 거명하며 거듭 감사를 표했다. 

문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전자 인도 노이다 공장에서 첫 만남을 가졌다 [사진 연합뉴스]

문 대통령의 삼성 방문에 '이재용 부회장'이 부각되자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례적으로 언론에 불만을 터트렸다.  

고 대변인은 13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얼마 전 다녀온 충남의 삼성디스플레이 아산공장, 몇몇 언론들이 이재용 부회장만 부각해 문 대통령이 왜 그곳까지 갔는지 전달이 잘되지 않는 것 같다”며 "대통령이 직접 충남까지 행보한 이유는 대기업인 삼성과 소재·부품·장비 중소기업 간 ‘공동개발·우선구매’를 강화하겠다는 협약 체결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달을 보지 않고,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보는 것 같아 이렇게 글을 올린다”고 비유적으로 불만을 표현했다. 

그 만큼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조급하다는 반증이다. 문 대통령의 삼성 디스플레이 방문이 이 부회장 보다 '신규 투자 및 상생 협력 협약식'에 방점이 찍혔으면 하는 바람이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13일 문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의 만남 관련 언론 보도에 불만을 터트렸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 삼성을 대하는 태도는 취임 초와 비교하면 180도 달라졌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1년 2개월 동안 이 부회장을 만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과 민주노총을 비롯한 진보 진영은 삼성과 이 부회장을 이른바 '국정농단 사건'의 주범, 적폐 청산과 재벌 개혁의 '1순위'로 꼽았다. 

문 대통령은 작년 7월 인도 방문 때 삼성전자 노이다 스마트폰 공장 준공식을 계기로 이 부회장을 처음 만났다. 이 부회장은 문 대통령이 차에서 내리자 4번이나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당시 이 부회장은 국정 농단 사건 2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받고 석방된 상태였다. 이 부회장은 석방 후 '정중동' 행보였지만 문 대통령과의 만남을 계기로 공개 활동으로 전환했다.  

문 대통령과 이 부회장은 작년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때 동행했다. 이 부회장은 올해 1월 청와대에서 열린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저희 공장이나 연구소에 한번 와 주십시오"라고 했고, 문 대통령은 "삼성이 대규모 투자를 해서 공장을 짓는다거나 연구소를 만든다면 언제든지 가겠다"고 화답했다.

이 부회장은 10일 행사에서도 건물 밖에서 미리 대기하다 문 대통령을 맞았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삼성이 가전에 이어 반도체, 휴대폰,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늘 세계에서 앞서나가고 있고, 그것으로 대한민국 경제를 늘 이끌어 주고 계셔서 늘 감사드린다”고 극찬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이던 2017년 2월 이 부회장이 구속되자 페이스북에 "이 부회장 구속으로 국정 농단 처벌, 재벌 적폐 청산의 한 고비를 넘었다. 이제 다시 시작"이라고 쓰는 등 재벌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이제 삼성과 이 부회장을 '상생'의 모범으로 칭찬하고 있다. 노무현 참여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권도 삼성과 '밀월관계'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한 기업 관계자는 "최저임금을 비롯 소득주도성장이 오히려 소상공인 등에 피해를 주고 일자리가 줄자 대기업의 상생을 강조하며 중소기업을 키우겠다는 전략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며 "뒤늦게 경제와 일자리의 선순환 고리를 이해한 것은 다행이지만 결국 내년 총선의 표를 겨냥한 포석이 아니겠는가"라며 씁쓸해 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경제는 수출·투자 부진 등 거시경제 지표 악화와 일본의 수출 규제 등 경제 악재에 시달리면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올해 1월 청와대에서 열린 기업인과의 대화 행사에서 문 대통령이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함께 있다.

문 대통령은 경제 상황이 악화되자 작년 중반부터 이재용 부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을 잇달아 만나기 시작했다. 특히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이후 문 대통령의 삼성과 현대차에 대한 의존도는 더 커지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와 현대차 방문은 조국 사태에 따른 민심악화를 만회하기 위한 행보라는 지적도 나온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민주노총 등 진보진영에서 문 대통령에 대해 반감도 터져나온다. 문 대통령의 대기업 방문이 잦자  '노무현 시즌 2'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노동계는 문 대통령의 최저임금 속도 조절과 탄력근로제에 이어 삼성과의 밀착을 '재벌개혁의 후퇴'라고 규정했다.

대통령의 공장 방문이 해당 기업 직원들에게 반가운 것 만은 아니다. 

한 기업 관계자는 "대통령 방문은 직장인들에게는 사전 준비부터 의전 등 행사를 치르는 게 여간 고역이 아니다"며 "또 대통령이 다녀간 이후 숙제까지 챙기려면 죽을 맛"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의 만남은 임기 내내 지속될 전망이다. 한국 경제가 어려울 수록 대기업에 대한 대통령이 기댈 언덕은 결국 재벌 대기업이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이 25일 국정농단 관련 파기환송심 첫 재판을 앞두고 있어 향후 어떤 결과가 나올지 그리고 정권과의 밀월이 어떻게 전개될지 관전포인트가 되고 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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