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경제전쟁] 이건희 회장의 '정치 4류, 행정 3류, 기업 2류', 24년 전 발언 재조명받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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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경제전쟁] 이건희 회장의 '정치 4류, 행정 3류, 기업 2류', 24년 전 발언 재조명받는 이유
  • 박근우 기자
  • 승인 2019.07.12 05: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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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가 경제 발목 잡는다 국민 인색 팽배...정치에서 사고치고 기업인이 해결책 나서
- 이재용 부회장,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대응책 강구 '동분서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과거 발언 “한국 정치는 4류, 관료 행정은 3류, 기업은 2류”가 재조명되고 있다.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고 국민의 먹고사니즘이 더욱 팍팍해지고 있는 현실이 과거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11일, 길거리에서 만난 한 매장 직원은 "국회의원도 배지 떼고 하루 종일 물건 좀 팔아보라"며 "국민이 먹고 살도록 하는데 정치의 궁극적 목적인데 국민 세금을 쌈짓돈처럼 자기들 끼리 뱃속만 채우는데 혈안"이라며 탄식했다.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불신은 극에 달했다. 정치인들이 경제의 발목만 잡고 있다는 비판도 봇물을 이룬다. 

정치가 경제 발목 잡는다 비판 여론 '강해'...."매장에서 물건 팔아봐라"

이건희 회장의 발언은 1995년 4월 13일, 중국 베이징에서 특파원들과의 대화에서 나왔다. 이 회장은 “국가 경쟁력을 높이려면 국민 정부 기업이 삼위일체가 되어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면서 국내 상황에 씁쓸해 했다. 

기업인을 죄인 취급하는 정치권과 ‘규제 폭탄’을 쏟아내는 정부에 대한 비판이었다. 당시 이 회장은 YS(김영삼) 정권의 '괘씸죄'에 걸려 시련을 겪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그리고 24년이 지났다. 그러나 현 정부도 다를 바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치는 4류, 행정은 3류에 머물러 있다는 얘기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6월 국회를 찾아 여야 원내대표에게 "살아가기 팍팍한 건 기업·국민 모두 마찬가지"라며 "(경제가) 오랜 세월 골병이 들어가는데, 정치가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이 회장을 비난했던 과거 발언은 부메랑이 되어 자신의 목을 겨누고 있다. 

김 실장은 지난 2013년 6월, 한성대 교수 당시 '2류 정치, 3류 행정, 4류 기업'이란 제목의 칼럼에서 "무소불위의 경제권력은 민주질서를 위협하는 암적 요소라는 의미에서 이건희 회장의 발언은 비판받아 마땅하나, 사실 액면 그대로만 보면 크게 틀린 말은 아니었다"며 "많은 국민들이 통쾌하게 생각한 측면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정치인들도 시대의 흐름에 순응하여 변화하는데, 하물며 기업이 그 흐름을 거역하고 모든 이해관계자들을 적으로 돌리고서도 살아남기를 기대하는가?"라며 "지난 4월 선언한 전경련의 개혁이 겨우 이건가? 정말 이런 말 쓰지 않으려 했는데, 스스로 4류임을 증명하는 전경련은 차라리 해체하는 것이 낫겠다"고 비난했다. 

김상조 정책실장의 과거 발언 '부메랑'...정치가 4류인데 해체하나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김 실장의 과거 발언은 자가당착에 빠지게 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김상조 식 표현대로 하면 국민들은) 기업들도 시대의 흐름에 순응하며 변화하는데 정치(정권)가 그 흐름을 거역하고 모든 이해관계자들을 적으로 돌리고서도 살아남기를 기대하는가? 스스로 4류임을 증명하는 정권은 차라리 해체하는 게 낫겠다 하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조치에 따른 무역분쟁은 우리나라 정치 외교의 무능과 무책임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정치 외교는 '국익'이 중요한데 정부가 갈등만 만들고 기업과 국민이 피해를 보는 형국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비상 상황 속에서 일본을 방문해 해결책 모색에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이 24년 전 발언이 오버랩 되어 스치지 않을까. 정치 외교 문제가 기업의 발목을 잡고 기업인이 오히려 해결사로 나서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전개된 셈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0일 "일본의 수출 규제로 반도체 소재가 30% 부족해지면 한국의 GDP(국내총생산) 규모가 2.2% 감소할 것"이라며 "한국이 보복할 경우 한일 모두 GDP가 감소하는 죄수의 딜레마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의 ''기업 탓' 황당 발언 비판 도마 위에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기업 탓' 황당 발언도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우 의원은 지난 10일 국회에서 “삼성전자 같은 회사가 오히려 일본 업계를 1위로 띄워 올린다"며 "한국 (반도체 소재·부품) 기업에는 거의 지원을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 삼성은 중소기업 협력사에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일본의 규제 사태에 정부는 기업 뒤에 숨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상조 실장 등 청와대가 한 일은 바쁜 30대 그룹 총수들을 불러모아 병풍처럼 만든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일본 출장 전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대화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일본 출장 전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대화하고 있다.

한 경제평론가는 "기업인, 관료, 정치인의 경쟁력 차이는 시야와 행동 반경에서 나타난다"며 "기업인의 시야는 이미 글로벌에 있다. 행정관료의 시선은 국내에 머물며 평생 자리를 보전한다. 정치인은 국회의원의 경우 본인 지역구에 머문다"고 설명했다. 

결국 기업은 세계 1류를 추구할 때 행정은 3류 그대로, 정치는 4류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 이건희 회장의 발언이 재조명되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해외 매출이 87%에 이른다. 이건희 회장에 이어 아들 이재용 부회장이 글로벌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확장한 결과다. 그러나 정치는 여전히 삼성을 흔들고 있다. 무능 무책임한 4류 정치가 1류 기업을 괴롭히며 되레 돈 뜯는 격이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정치권이 주창하는) 일본산 불매운동은 국민 정서상 이해되지만 효과가 불확실하고 또 다른 보호주의 조치로 인식돼 일본 정부에 재보복 명분을 제공할 수 있다"며 "명분과 실리 모두 얻기 어렵다"고 밝혔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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