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세대와 삼성(上)] 반독재·반재벌 끝없는 악연, 이재용 승계 막아 '주인없는 회사'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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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세대와 삼성(上)] 반독재·반재벌 끝없는 악연, 이재용 승계 막아 '주인없는 회사' 되나
  • 박근우 기자
  • 승인 2019.09.06 0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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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과 민중공동행동 "이재용 구속과 경영권 박탈은, '이재용 승계' 질곡으로부터 삼성 해방" 주장
- 86세대 핵심정치세력 성장, 전두환 독재 타도는 곧 반미, 반일, 반재벌 연장선상 정치 투쟁
- 삼성은 재계1위로서 반재벌 상징적 존재로서 타깃...'삼성공화국'과 '글로벌 기업' 사이
- "삼성 경영세습 승계 막고 KT, 포스코 등과 같은 정권 통제 가능한 기업 만드는 시도"
- 미래 청년들의 꿈 가로막는 86 꼰대세대는 청산 대상...이분법 흑백 진영논리 이념정권 문제 많아

삼성그룹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처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관련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로 최악의 경우 재구속을 걱정할 처지가 됐다. 

내외부적으로 경영환경의 불확실성 증대는 물론 최악의 경우 삼성 오너 경영 체제의 붕괴까지 위협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심각하다.  

두 개 이상의 태풍이 겹친 '스펙트 스톰' 위기라는 말이 나온다. 반도체 불황, 일본 수출 규제와 미중 무역 분쟁 등 대형 악재 속에서 리더십 마비에 따른 불확실성의 증대로 비상경영 체제가 장기간 지속된 전망이다.

삼성은 이른바 '촛불정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 지난 3년 내내 검찰 수사와 압수 수색 등으로 정상적 기업 경영이 불가능할 정도다. 그러나 앞으로도 이러한 시련은 언제 끝날 지 모른다. 

이러한 삼성의 위기에는 과거 정경유착 등 잘못에서 기인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의 핵심세력이 1980년대 운동권 출신이라는 점에서 삼성과 86세대 운동권 정치세력과의 악연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녹색경제신문>은 2회에 걸쳐 86세대와 삼성의 악연과 올바른 해법은 없는 지 소개한다. [편집자 주]

"이번 사건으로 인해 그 동안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앞으로 저희는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도록 기업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습니다" 

지난 달 29일, 대법원 상고심에서 '국정농단' 사건 판결 직후 삼성전자가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내고 밝힌 말이다. 그 만큼 삼성으로서는 대내외 위기를 맞아 절박한 상황이라는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삼성그룹이 KT나 포스코처럼 '주인없는 회사'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대법원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 및 횡령사건 선고에서 '최순실 딸' 정유라씨에게 제공한 말 세필을 뇌물로 판단했다. 삼성이 승계작업 차원에서 제공한 것이라는 취지의 해석 여지를 남겼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사업장을 방문해 직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저희 삼성은 최근 수년간, 대내외 환경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어 왔다"며 "미래산업을 선도하기 위한 준비에도 집중할 수 없었던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현 정권 들어 삼성에 대한 전방위 수사가 오래 지속되면서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 삼성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20 차례 이상의 압수수색과 소환 조사를 당했다. 기업 본연의 사업을 하지 못할 정도의 업무 마비 사태가 벌어졌다. 

또 검찰 수사에서 삼성전자와 삼성바이오로직스 임직원 8명이 구속당했다. 심지어 대리급 직원도 포함됐다. 

법조계 관계자는 "정치역학적 상황과 맞물린 수사에서 대리급 일반 직원까지 구속하는 일은 드문 일"이라며 삼성 임직원들은 검찰 수사에 대한 극도의 스트레스로 업무 자체가 힘들 지경이 된다. 이잡듯이 전방위 수사 배경에는 결국 검찰의 칼끝이 이재용 부회장을 겨누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밝혔다. 

이재용 부회장 구속을 외치는 시민단체들 [사진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 주장은 민주노총과 민중공동행동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지난 달 26일부터 선고일인 29일까지 대법원 앞에서 이 부회장 재구속과 뇌물혐의 유죄판결을 촉구하며 천막농성을 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이재용의 구속과 경영권 박탈은, 삼성을 '이재용 승계'라는 질곡으로부터 해방하여, 제대로 운영될 계기로 기능한다"며 "대법원은 '이재용 구속에 따른 삼성의 경영 위기'는 결코 인정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들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는 촛불정권의 핵심 세력 중 하나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실 86세대의 핵심 운동권 세력은 청와대 참모들을 비롯 노동단체, 시민단체 등의 주축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86세대는 누구인가?

원래는 '386세대'에서 시작된다. 386세대는 1990년대에 30대 나이였고, 1980년대에 대학생활을 했고 1960년대에 출생한 사람들을 뜻한다. 요즘은 586이 됐다. 컴퓨터로 따지면 586에서 업그레이드가 멈춘 셈이다. 

86세대의 자부심은 전두환 독재정권을 무너뜨렸다는데 있다. 당시 대학가 운동권은 NL(Nation's Liberty, 민족해방주의), PD(People's Democracy, 민중민주주의) 등 여러 이념으로 분화돼 '전두환 독재 타도'에 나섰다. 

당시 NL 일부는 김일성의 주체사상을 높게 평가하고 신봉해 주사파라고도 불렸다. 김일성은 항일 독립투사로 여겼던 것. 이들은 전두환 독재정권의 배경에 미국이 있고 재벌의 지원이 있다고 봤다. 반미, 반일, 반재벌로 이어지는 고리가 되는 셈이다. 

대표적 학생단체는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이인영 원내대표가 전대협 1기 의장 출신이다. 오영식(3선 의원, 전 코레일 대표), 3기 의장 임종석(2선 의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 4기 의장 송갑석(현 민주당 의원) 등이 뒤를 잇는다. 

당시 전대협 의장은 물론 전대협 산하 주요 대학의 학생회장은 87년 민주화 항쟁 이후 영웅적 대접을 받았다. 이들은 대부분 현재 청와대 핵심 참모와 정치권,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주축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86세대에 대한 비판도 커졌다. 

86세대인 김모씨(55)는 "전두환 독재정권 무너뜨린 것을 안주삼아 평생 학생회장 완장차고 기득권만 누린 세대"라며 "이분법 흑백논리 등 정치적 선전선동에는 능하지만 스스로 경제활동은 물론 자본주의 경제논리에는 매우 취약하다"고 혹평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김두관 민주당 의원 등이 조국 구하기 차원 동양대 총장에게 청탁성 전화를 한 것에 86세대의 이중성 민낯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사진 연합뉴스]

건축회사에 다니는 박모씨(23)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정의를 부르짖던 모습과 달리 실제 가족과 자녀의 금수저 대물림, 편법과 특혜 등에서 이중성 민낯을 봤다"며 "우리 청년들의 희망 사다리를 다 끊어놓은 게 86 운동권 꼰대들 아닌가? 청년 일자리는 최악이고 미래도 사라졌다. 86 꼰대, 그들만의 리그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부마항쟁과 87민주화 항쟁을 모두 경험한 '원조 좌파'였던 주대환 전 인민노련 위원장은 "86세대의 청산이 필요하다. 결자해지 차원"이라며 "이들을 ‘철들지 않고 꼰대가 되어버린 세대, 무식하고 건방진 세대, 자신들만 정의롭다고 외치는 독선적인 세대"이라고 규정했다. 

주 위원장은 "86세대 탄생한 배경엔 전두환 정권이 있었고 캠퍼스는 해방구였다. 당시 총학생회를 장악하기 위해 선거를 하고, 대중을 동원하고, 또 학생회를 통해서 권력을 행사했다"며 "그들은 이미 대중을 움직이는 기술을 연마하고 정치를 경험하고, 권력의 맛을 봤다. 과잉 정치화된 86세대다. 86세대 때문에 사회 순환마저 안 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런데 왜 삼성은 86세대의 타깃이 되었을까? 

86 운동권 핵심세력에게 재벌은 눈엣가시였다. 재벌은 박정희에 이어 전두환 독재정권과 정경유착해 노동자를 탄압하고 성장했다는 '주홍글씨'가 새겨져 있기 때문. 

특히 삼성은 무노조 경영을 비롯 삼성 X파일 사건,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의혹, 반도체 백혈병 문제 등을 거치면서 86 핵심 인사들은 물론 진보진영에 있어 '공공의 적'이 됐다. 

'삼성공화국'으로 묘사되면서 더욱 반삼성 기류는 커졌다. 이병철 창업자에서 이건희 회장에 이어지는 경영 과정에서 '관리의 삼성'이란 평가가 오히려 폐쇄적으로 비춰지는 부분도 '반삼성'을 자극했다. 

최근 삼성을 괴롭히는 것은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문제 등 일련의 사건이다. '촛불정권'으로 대변되는 현 정권의 86 실세들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승계와 관련이 있다고 보고 검찰, 공정위, 국세청 등 사정기관을 통해 전방위 압박이 이루어지는 이유다.

삼성도 과거의 고리를 끊기 위해 무노조 삼성 폐기, 백혈병 문제 해결 등 큰 변화가 있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삼성은 순환출자 문제도 완전 해소했다. 

하지만 삼성의 기대와 달리 삼성은 현 정권 내내 고난의 시절을 보낼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86 핵심 정치세력은 삼성을 KT, 포스코 등과 같이 '주인없는 회사'로 만들어 권력의 통제 하에 두겠다는 심산이 깔려 있다고 분석한다. 

일본 수출규제 이후 이재용 부회장이 반도체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86세대 정재계 인사인 김모 씨는 "86 정치세력은 말은 안하지만 실제로 보면 의료보험, 공공택지 등에서 보듯 '사회주의 경제'로 가고 있다. 전체주의 국가통제 지배 형태로 가고자 한다"며 "한진그룹의 조양호 전 회장의 사망 사건 등에서 보듯 반재벌 적개심은 크다. 삼성의 지배권 및 지분구조 약화를 통해 이재용의 경영승계를 막고자 한다. 결국 국민연금 지분을 통해 삼성을 지배하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김용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에 기업 의사결정에 개입토록 한 스튜어드십 코드 적용에 대해 “문재인 정권의 포스코와 삼성의 국유화 작업 마각이 드러나고 있다”며 "정부는 삼성으로 대표되는 대기업들이 자신들이 추구하는 경제 정책의 최대 걸림돌이라 여기고 이 기업을 국가가 통제하고 나아가 지배해야 된다고 하는 확고한 신념을 지금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물론 삼성그룹은 연말 또는 내년 상반기까지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 노심초사해야 할 처지다. 전략적 제휴, 대규모 투자 등 중요한 경영 판단에 제약이 될 수밖에 없다. 삼성은 현 정부 들어 3년간 사정기관 압수수색 등이 계속 이어지면서 임직원 스트레스와 피로감이 극에 달해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일본의 수출규제 등으로 글로벌 불확실성에 대비해도 모자를 판에 삼성은 당장 국내에 발이 묶여 있는 셈이다. 

정재계 인사 김모 씨는 "현 정권의 86 핵심세력은 '경제논리'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진영논리 '이념정권'일 뿐이다. 정치권력에 혈안"이라며 "문재인 정권은 일본과 정상회담 조차 한 적이 없다.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규제도 정치외교 문제로 촉발된 것이다. 한일 경제전쟁도 현 정권이 내년 최대 정치이벤트인 총선을 염두해두고 반일감정 자극을 위해 국민 편가르기 이용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과거 정경유착 문제는 고리를 끊어야 한다. 문제는 권위주의 정권이 기업인을 가만두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권은 기업인의 재력이 필요했고 '을' 입장인 권력자 요구를 거부하기 힘들었다. '괘씸죄'에 걸려 그룹 전체가 공중분해되는 사건이 많았던 역사에서 보듯이. 

과연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은 경영승계를 위해 뇌물을 주었을까, 권력자의 요구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을까. 과연 현 정권은 자본주의 시장경제 논리에 따라 기업하기 좋은 나라일까 아니면 과거 권위주의 정권과 다를 바 없을까? 판단은 독자들의 몫이다. 해법은 이미 시장이 알고 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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