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K 전쟁] "LCD TV의 한계" vs "8K 콘텐츠도 안 나와"...삼성·LG전자 TV 네거티브 난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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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K 전쟁] "LCD TV의 한계" vs "8K 콘텐츠도 안 나와"...삼성·LG전자 TV 네거티브 난타전
  • 정두용 기자
  • 승인 2019.09.18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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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LG전자 기술설명회 3시간 차이로 열고 난타전 벌여...비교 시연으로 경쟁사 깎아내리기 집중
- "화질선명도 충족 못하는 삼성 QLED 8K TV" vs "화질선명도는 낡은 기준"
- 같은 내용 두고 해석차이 극명
17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LG전자 디스플레이 기술설명회에 참석한 기자들의 모습. LG전자는 삼성전자의 8K QLED TV와 자사의 OLED 8K TV의 화질을 비교하는 시연을 진행했다. [LG전자 제공]
17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LG전자 디스플레이 기술설명회에 참석한 기자들의 모습. LG전자는 삼성전자의 8K QLED TV와 자사의 OLED 8K TV의 화질을 비교하는 시연을 진행했다. [LG전자 제공]

“QLED 8K TV는 별이 안 보입니다. 화면이 꺼진 것 같죠. LCD TV의 한계입니다. 글자도 뭉개지네요.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합니다.”(LG전자 기술설명회에서)

“OLED 8K TV는 8K 콘텐츠가 안 나옵니다. 화면이 깨져서 나오네요. 글자도 뭉개지죠. 판단은 소비자의 몫입니다.”(삼성전자 기술설명회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또다시 붙었다. 이번엔 ‘8K 화질 구현’이 논란이다. IFA2019에서 벌어진 8K 전쟁이 국내에서도 확전되고 있다.

선공은 LG전자가 날렸다. IFA2019에서 삼성 8K QLED TV는 화질선명도(CM)이 낮아 “4K 화질 수준”이라고 저격한 것이 시발점이 됐다.

당시 삼성전자는 명확한 대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국내 공방에서 다른 모습을 보이며 비교적 적극적인 반박에 나섰다.

◇ 3시간 차이로 열린 기술설명회...비교 시연으로 경쟁사 TV 깎아내리기

17일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같은 날 기술설명회를 잇따라 열었다. 국내에서도 공방을 이어갔다. 이날도 포문을 연 곳은 LG전자였다.

LG전자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디스플레이 기술설명회’를 열고 삼성 QLED 8K TV에 대해 저격했다.

남호준 LG전자 홈엔터테인먼트(HE) 연구소장(전무)은 “삼성 QLED 8K TV는 국제 표준에 한참 못 미친다”면서 “8K TV가 8K 화질을 가졌을 것이라고 믿는 소비자들을 오도하게 하고, 최고 화질을 기대하는 소비자들을 실망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LG전자 디스플레이 기술설명회에서 남호준 LG전자 HE연구소장(전무)가 해상도 규격 등 디스플레이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LG전자 디스플레이 기술설명회에서 남호준 LG전자 HE연구소장(전무)가 해상도 규격 등 디스플레이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이번엔 가만히 있지 않았다. LG전자 기술설명회가 끝난 지 3시간 만에 삼성전자 서울 R&D캠퍼스에서 8K화질 관련 설명회를 열고 맞대응에 나섰다. IFA2019에선 비교적 침묵했던 모습과 달라진 지점이다.

조성혁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 상무는 “8K TV시장이 성숙하지 않아 시장을 확대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응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면서도 “"경쟁사의 주장이 점차 노골적이고 직접적으로 퍼져 소비자들의 오해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와 삼성전자는 이날 기술설명회에서 경쟁사와 자사의 제품을 나란히 배치하며, 다양한 시연을 통해 타사의 제품을 깎아내리는 데 집중했다.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개발팀 상무가 17일 삼성전자 서울 R&D캠퍼스에서 8K 화질을 설명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개발팀 상무가 17일 삼성전자 서울 R&D캠퍼스에서 8K 화질을 설명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 8K TV 분해한 LG전자..."필름에서 빛이 나겠느냐"

LG전자는 8K OLED TV와 삼성 8K QLED를 나란히 배치했다. 심지어 삼성 QLED 8K TV와 LG OLED 4K TV를 비교하는 시연도 진행했다. 화질이 한 단계 낮은 TV라도 삼성전자의 초고화질 TV보다 선명한 화질은 구현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전시였다.

시연을 진행한 LG전자 직원은 “두 TV에서 검은 우주를 찍은 영상이 나오고 있다, 꺼진 것만 같았던 이 TV는 QLED라고 불리는 삼성전자 8K 해상도 제품”이라며 “이 제품은 LG 올레드 TV 4K 해상도 제품인데, 영상이 확실하게 잘 나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17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LG전자 디스플레이 기술설명회에서 LG전자 직원이 8K QLED(왼쪽)와 4K 올레드 TV 화질을 비교해 설명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17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LG전자 디스플레이 기술설명회에서 LG전자 직원이 8K QLED(왼쪽)와 4K 올레드 TV 화질을 비교해 설명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QD-LCD TV에서 나타나는 빛샘 현상이 OLED TV에선 나타나지 않는 점을 강조한 시연인 셈이다.

LG전자는 또 확대경을 통해 화소 간 구분을 직접 볼 수 있도록 비교 배치했다. LG전자 8K OLED TV가 더욱 뚜렷하다는 점을 짚었다.

삼성 TV를 부품별로 분해한 전시도 이어졌다. QLED TV가 자발광 TV가 아니라 퀀텀닷(QD) 필름을 추가한 LCD TV일 뿐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반면 OLED는 자발광이라 백라이트가 필요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남호준 전무는 분해된 QD 필름을 손에 들고 “이 시트가 들어가면 TV를 비싸게 구매해야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LG전자는 삼성전자의 QLED TV를 분해해 백라이트가 있는 LCD 패널이 사용됐다는 점(사진 왼쪽)과 QD 필름이 추가돼 진정한 의미의 QLED(자발광)가 아니라는 점(사진 오른쪽)을 전시를 통해 강조했다. [정두용 기자]
LG전자는 삼성전자의 QLED TV를 분해해 백라이트가 있는 LCD 패널이 사용됐다는 점(사진 왼쪽)과 QD 필름이 추가돼 진정한 의미의 QLED(자발광)가 아니라는 점(사진 오른쪽)을 전시를 통해 강조했다. [정두용 기자]

◇삼성전자 "8K TV가 8K 콘텐츠를 재생하지 못하네요...준비가 덜 된 OLED"

이 같은 비교 시연은 삼성전자의 기술설명회에서도 마찬가지로 벌어졌다.

LG 8K OLED TV가 8K 콘텐츠를 제대로 구현하지 못한다는 점을 부각했다. 8K 이미지 파일을 USB에 옮겨 TV에 띄웠다. 사진은 현장에서 바로 찍은 이미지도 사용했다.

용석우 상무는 기자들에게 "가까이 와서 봐달라"고 말하며 시연을 진행했다.

그는 “삼성전자의 QLED 8K에서는 작은 글씨도 선명하게 보이지만, 타사 TV(LG전자 8K OLED TV)에서는 글씨가 뭉개지는 현상이 나타난다”며 “어떤 게 소비자에게 맞는 TV인지 직접 봐달라”고 강조했다.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상무가 17일 오후 삼성전자 서울R&D캠퍼스에서 8K화질 관련 설명회에서 QLED 8K TV의 화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두용 기자]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상무가 17일 오후 삼성전자 서울R&D캠퍼스에서 8K화질 관련 설명회에서 QLED 8K TV의 화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두용 기자]

삼성전자는 또한 글로벌 8K 협회에서 표준 코덱으로 정한 HEVC로 인코딩된 8K 동영상을 자사의 제품과 경쟁사의 제품에 재생하는 시연도 진행했다.

삼성 QLED 8K는 USB로 연결한 영상이든 스트리밍 영상이든 원활하게 재생을 한 반면, LG OLED TV에서는 동영상 재생이 되지 않거나 화면이 깨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용석우 상무는 "(삼성전자 TV를 가리키며)이 쪽은 영상이 이렇게 잘 나오는데 다른 쪽은 영상을 읽는 것도 이렇게 오래 걸린다"면서 "드디어 영상이 나오지만, 8K 동영상도 이렇게 깨진다. 준비가 덜 된 것 아닌가"라고 LG TV를 지적했다.

LG전자는 삼성전자의 이 같은 시연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LG전자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삼성이 지원하는 유일한 코덱을 보여준 사례일 뿐”이라면서 “CM은 ICDM에서 정의해 따라야하는 국제규격기준인데, 국제규격에 부족한 해상도에 대한 문제는 답하지 않고, 논점을 흐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ICDM의 화질선명도 기준 미충족..."삼성 8K TV는 4K 수준의 화질"

ICDM(국제디스플레이계측위원회)가 화질 평가 방법으로 제시한 화질선명도(CM)에 대한 공방도 이어졌다.

LG전자는 독일 화질 인증업체인 인터텍·VDE에 경쟁사들의 TV 화질선명도 조사를 의뢰했다. 삼성전자 QLED 8K TV는 세로 화질 선명도 91%지만 가로 화질 선명도는 12%에 불과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ICDM는 ‘디스플레이표준평가법’을 정립하고, 해상도 충족조건으로 화질선명도 50% 이상을 제시했다. LG전자는 이를 근거로 ‘삼성전자의 QLED 8K TV는 4K 수준의 화질’이라고 주장했다.

남호준 전무는 이런 결과에 대해 “자체적으로 경쟁사의 제품을 뜯어봐 분석했다. 소니 제품은 화질 선명도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삼성전자 QD-LCD TV의 CM값이 떨어진 것은 2019년도에 출시한 제품에서 나타났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LCD 패널의 특성상 시야각은 좁을 수밖에 없다. 이 부분이 시장에서 이슈가 되자 이를 보완하기 위한 보정 필름을 넣은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실제로 올해 출시된 제품은 지난해 출시된 것들에 비해 좌우 시야각이 좋아졌다. 화질선명도가 낮아진 원인이 아마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남호준 LG전자 HE연구소장(전무)가 패널의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 국내시장에 판매중인 QLED TV에 적용된 퀀텀닷 시트를 들고 있다. [LG전자 제공]
남호준 LG전자 HE연구소장(전무)가 패널의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 국내시장에 판매중인 QLED TV에 적용된 퀀텀닷 시트를 들고 있다. [LG전자 제공]

화질 선명도는 픽셀 하나하나에 세로줄을 만든 후 각 줄을 검은색과 흰색으로 번갈아 배치해 검은색과 흰색의 차이가 얼마나 선명하게 구분되는지를 측정한다. 가로줄에 있는 픽셀끼리 비교한 수치와 세로줄에 있는 픽셀 간의 색상 차이를 통해 각 수치가 나올 수 있다.

LG전자는 국내는 물론 해외의 다양한 매체를 통해 삼성전자의 QLED가 LCD TV인 점과 낮은 화질선명도를 적극 알린다는 계획이다.

이정석 LG전자 HE마케팅커뮤니케이션 담당(상무)은 “해외의 소비자를 위해서라도 각 제품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알리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며 “조만간 이 작업이 마무리돼 소비자의 혼선이 없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 "화질선명도는 낡은 기준...더 중요한 요소가 많아"

ICDM(International Committee for Display Metrology) 로고.
ICDM(International Committee for Display Metrology) 로고.

삼성전자 측은 LG전자가 문제로 삼은 CM(화질선명도)에 대해 “화질을 측정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TV 평가 단체나 전문 매거진 등에서는 화질을 평가하는 요소로 CM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용석우 상무는 “8K TV 화질은 화소 수뿐만 아니라 밝기나 컬러볼륨 같은 광학적 요소와 영상처리 기술 같은 다양한 시스템적 요소까지 고려해 평가해야 한다”면서 “ICDM에서 규정한 CM은 최신 디스플레이에 적용하기에는 불완전하며 새로운 평가 방법이 필요하다”고 LG전자의 지적에 반박했다.

삼성전자 측은 화질선명도란 개념이 1927년에 발표된 개념으로 물리적으로 화소수를 세기 어려운 디스플레이나 흑백 TV의 해상도 평가를 위해 사용됐던 측정 방식이라 지금은 적합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초고해상도 컬러 디스플레이의 평가에서는 다른 기준들이 더욱 중요한 요소란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ICDM가 2016년 5월 CM은 최신 디스플레이에 적용하기에는 불완전하며 새로운 평가 방법이 필요하다고 발표하고, 기존 가이드는 중단되어야 한다는 지점을 근거로 들었다.

ICDM이 정립한 기준에 대해 같은 내용을 두고 LG전자와 삼성전자가 완전히 다른 해석을 내놓은 셈이다.

삼성전자가 17일 기술설명회에서 LG전자와 자사 제품을 비교 시연하는 모습. 사진 왼쪽 제품이 LG OLED 8K TV, 사진 오른쪽 제품은 삼성 QLED 8K TV. [정두용 기자]
삼성전자가 17일 기술설명회에서 LG전자와 자사 제품을 비교 시연하는 모습. 사진 왼쪽 제품이 LG OLED 8K TV, 사진 오른쪽 제품은 삼성 QLED 8K TV. [정두용 기자]

◇삼성전자 "소모적 논쟁 멈춰야" vs LG전자 "2016년 삼성이 강조하던 부분"

삼성전자는 이런 논쟁이 소모적이라고도 지적했다.

용석우 상무는 “현재 8K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단계에서 CM과 같은 소모적인 논쟁보다는 ‘8K협회’에 더 많은 기업이 참여해 미래 시장을 만들어나가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조성혁 상무도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기업이 서로 비방하며 점유율 경쟁을 한다면 안타까운 일”이라며 “(삼성전자는) 싸움으로 몰고 갈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8K(7680×4320)는 FHD(1920×1080)보다 16배, 4K(3840×2160)보다 4배 더 선명한 화질을 말한다. 8K를 구현하려면 최소 3300만 화소가 필요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내놓은 8K TV의 화소수는 이를 충족한다.

삼성전자가 QLED 8K 98형 국내 판매를 본격 실시한다. <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가 QLED 8K TV 98형.[삼성전자 제공]

박형세 LG전자 TV사업운영센터장(부사장)은 IFA2019 현지 간담회에서 “삼성전자 제품의 픽셀 수는 4K의 4배로 8K TV 기준에 맞지만, 화질선명도 기준으로는 8K가 아니다”라며 “2016년 삼성과 LG는 화질선명도가 50% 이상이어야 한다는 ICDM 규정에 동의하기도 했다. 2019년 삼성은 ‘2016년 삼성’한테 물어보고 배워야 한다”고 꼬집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 당시 공식 홍보 채널인 뉴스룸과 디지털프라자 광고물 등에서 ‘해상도에는 픽셀 수 외에 더 필요한 게 있다’면서 화질 선명도의 중요성을 강조한 적이 있다.

시장에서 갈등과 다툼은 경쟁의 산물이고, '경쟁과 다툼은' 업체들이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의 갈등 국면에서 제기됐다. 위는 삼성전자가 지난 2017년 LG전자의 OLED(올레드) 디스플레이를 비판(비방)하는 영상 중 한 장면. [자료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지난 2017년 LG전자의 OLED 디스플레이를 비판(비방)하는 영상 중 한 장면. [자료=연합뉴스]

 

정두용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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