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품다] 추석 망치는 ‘벌, 뱀, 진드기’…"이렇게 대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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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을 품다] 추석 망치는 ‘벌, 뱀, 진드기’…"이렇게 대처하자"
  • 정종오 기자
  • 승인 2019.08.31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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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원 서울아산병원 교수 “주의 사항 미리 파악해 놓아야”
추석 전후, 관련 환자 급증해
[사진=질병관리본부]
[사진=질병관리본부]

추석을 전후로 벌, 뱀, 진드기 환자가 많이 발생한다. 지난해 추석이 껴있던 9월 한 달에만 벌 쏘임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가 전국에서 총 3681명에 달했다. 같은 해 1월 환자가 33명인 것과 비교하면 약 100배 많은 수치다. 비슷한 시기에 뱀에 물리는 사고도 잦았다. 2018년 9월 뱀 물림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582명이었다.

추수기는 진드기로 감염병이 유행하는 시기다. 지난 5년 동안 평균 9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털진드기에 물려 쯔쯔가무시병에 걸렸다. 사망자도 연간 10명 이상 발생했다. 살인 진드기로 부르는 ‘작은소참진드기’에 물려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에 감염된 환자도 지난해 259명이었고 이중 약 16%가 사망했다. 이러한 감염병은 응고 장애나 신부전증 등 큰 합병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 추석 연휴까지 야산으로 벌초나 성묘를 갈 때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벌 쏘임, 15분 안에 사망할 수도 있어=공식 보고는 없는데 벌에 쏘이면 뱀에 물린 것보다 사망률이 5배 정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뱀에 물린 경우에는 위험한 증상이 수 시간부터 수일에 걸쳐 서서히 진행된다. 반면 벌에 쏘이면 일부 환자에서 상태가 급격히 악화할 수 있다. 벌에 쏘이면 알레르기 반응인 아나필락시스(anaphylaxis)에 의해 15분 이내에 사망할 수 있다. 특히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알레르기성 결막염, 알레르기성 비염, 음식 알레르기, 약물 알레르기 등)은 정상인보다 아나필락시스가 발생할 확률이 3~5배 높다. 말벌에 쏘이면 꿀벌보다 치사율이 높다. 초기에 신속한 응급처치를 시행하지 않으면 치명적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알레르기 반응의 초기 증상으로는 구토, 두통, 전신 쇠약감, 빈맥, 호흡곤란, 두드러기, 가슴조임, 등이 있다. 알레르기 병력이 없는 정상인이라도 이러한 증상이 관찰되면 119로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벌 쏘임은 몇 가지 주의만 기울이면 피할 수 있다. 벌초나 성묘를 갈 때는 단조로운 색상의 옷으로 온몸을 최대한 감싸는 것이 좋다. 긴 바지와 긴 소매를 착용하고 향수나 스킨로션은 자제한다. 화려한 색상과 무늬의 의복, 몸에 밀착되지 않고 바람에 팔랑거리는 의복을 피한다. 특히 금색 계열의 장신구(목걸이, 팔지 등)가 햇빛에 반사되면 벌이 모여들기 쉽다. 착용하지 않는 게 좋다.

벌에 쏘였을 때는 벌침을 재빨리 제거해야 한다. 이때 쏘인 부위를 손으로 짜는 것보다는 신용카드 등으로 해당 부위를 긁어서 제거하는 것이 안전하다. 침을 제거한 후에는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는지 관찰한다. 약물, 꽃가루, 음식물 등에 알레르기가 있거나 천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증상과 관계없이 곧바로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뱀 물림, 물린 부위 입으로 빠는 것은 매우 위험=벌초나 성묘를 가서 뱀 물림을 피하려면, 잡초나 풀이 많은 곳을 긴 막대기로 미리 헤집으면서 뱀이 있는지를 눈으로 확인한 후 길을 가는 것이 좋다. 뱀에 물렸을 때는 물린 부위가 움직이지 않도록 나뭇가지 등으로 고정한다. 물린 부위가 심장보다 아래쪽으로 향하도록 위치시킨 후 119로 도움을 요청한다. 만약 119 도움을 받지 못하면 물린 부위로부터 심장 쪽으로 5~7cm 되는 부위를 3~5cm 폭의 천으로 묶는다.

손목이나 발목의 맥박이 느껴지지 않을 때까지 천을 꽉 조인 다음 조금씩 풀어주면서 맥박이 강하게 만져지는 순간에 천을 고정해야 한다. 간혹 뱀에 물린 부위를 째고 입으로 삐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상당히 위험한 행동이다. 절개를 잘못해 동맥이 손상되면 다량 출혈이 유발될 수 있다. 또 구강 내에 상처가 있거나 발치한 사람이 상처 부위를 흡입하면 독이 구조자의 체내로 유입될 수 있다.

◆쯔쯔가무시병, 진드기 매개 감염병=쯔쯔가무시병은 산림, 밭, 농지, 하천 등에 서식하는 진드기가 매개하는 감염병이다. 2014년 8130명, 2015년 9513명, 2016년 1만1105명, 2017명 1만528명, 2018년 6668명으로 매년 만 명 전후의 환자가 발생했다. 사망자 수는 2014년 13명, 2015년 11명, 2016년 13명, 2017년 18명, 2018년 5명으로 보고됐다.

쯔쯔가무시병의 매개체인 털진드기는 알→유충→번데기→성충의 네 단계를 거쳐 성장한다. 이 중 알에서 부화한 유충이 번데기로 변하는 과정에서 척추동물 조직액이 필요하다. 사람의 팔, 다리, 머리, 목 등의 노출 부위 또는 습기가 많은 사타구니, 목덜미, 겨드랑이, 엉덩이 부위를 물리면서 유충이 체액을 흡인하면 진드기 유충에 있던 미생물인 리켓치아(학명: Orientia tsutsugamushi)가 인체 내로 들어가 병을 일으킨다. 대개 집쥐, 들쥐, 들새, 야생 설치류 등에 기생하는 털진드기의 유충에 물리면서 혈액과 림프액을 통한 전신적 혈관염이 발생한다.

진드기에게 물린 후 1~2주의 잠복기가 지나면 열이 나고 몸에 발진이 생긴다. 발진은 몸통에서 시작해 사지로 퍼져 나간다. 초기에 진드기 물린 부위에는 1cm 정도의 가피가 나타난다. 시간이 지나면 붉고 경화된 병변이 수포를 형성하다가 터지면 흑색으로 착색된다. 3~5일 만에 몸통의 발진이 팔과 다리로 퍼진다.

이러한 부스럼딱지는 쯔쯔가무시병 진단에 중요한 단서이다. 쯔쯔가무시병은 대부분 항생제를 투여하면 수일 내에 증상이 호전된다. 다만, 증상이 매우 심하면 병원에 입원해 항생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쯔쯔가무시병에 잘 걸리는 사람들은 야외활동이 잦은 농부와 군인이다. 추석을 맞아 조상 묘를 찾는 성묘객들에서도 쯔쯔가무시병 환자가 자주 발생한다. 야산에서 활동할 때는 진드기에 물리지 않도록 장화나 운동화를 신고 긴 바지, 긴 소매 옷을 입는다. 바닥에는 될 수 있는 한 앉지 않는다.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 백신 없어=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evere Fever with Thrombocytopenia Syndrome, SFTS)은 신종 전염병으로 2009년 중국에서 최초로 발견됐다. 2011년 처음으로 환자 감염이 확인됐다. 환자 수도 꾸준히 늘어 2016년 165명, 2017년 272명, 2018년 259명을 기록했다. 사망자 수는 2016년 19명, 2017년 54명, 2018년 46명이었다.

SFTS는 살인 진드기라고 불리는 작은소참진드기가 매개체가 돼 사람에게 전파된다. 작은소참진드기는 국내에서도 전국적으로 서식하고 있으며 SFTS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진드기도 검출된 바 있다. 감염 초기 40도가 넘는 원인불명의 발열, 피로, 식욕저하, 구토, 설사, 복통이 있다. 두통과 근육통, 림프절이 붓는 증상을 동반하기도 한다. 아직 효과적 항바이러스제나 백신이 개발되지 않아 증상이 발생하면 치료를 시작한다. 혈소판과 백혈구 감소가 심한 경우 출혈이 멈추지 않으며, 신장 기능과 다발성 장기기능 부전으로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진드기가 주로 활동하는 봄부터 가을까지다.

정지원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벌초나 성묘 때는 진드기에 물리지 않도록 피부 노출을 최소화하는 게 좋다”며 “날이 더워도 몸을 감싸는 긴 옷과 긴 바지를 입고 풀밭에는 함부로 앉지 않고 용변을 보는 것도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종오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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