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품다] ‘가장 완벽하고 편안한 식사’ 모유…모유 은행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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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을 품다] ‘가장 완벽하고 편안한 식사’ 모유…모유 은행 있다
  • 정종오 기자
  • 승인 2019.08.17 08: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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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경희대병원 운영, 지금까지 기증받은 모유 1000명 아기에게 제공
지난 6월 27일 대구 북구 산격동 엑스코에서 열린 ‘제14회 건강한 모유 수유아 선발대회’에 참가한 아기들이 건강진단·발달심사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6월 27일 대구 북구 산격동 엑스코에서 열린 ‘제14회 건강한 모유 수유아 선발대회’에 참가한 아기들이 건강진단·발달심사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모유는 아기들의 ‘가장 완벽한 식사’이다. 적당한 시기까지 모유를 하면 면역력은 물론 항암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엄마에게는 유방암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반면 최근 수유 기간은 짧아지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발표한 ‘2016년 국내 모유 수유 실태조사’를 보면 생후 5개월 아기의 완전모유수유율(다른 음식을 먹이지 않고 모유만 먹이는 비율)은 18.3%, 생후 6개월에는 5.6%로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모유는 항암 역할도 한다. 최근 스웨덴 룬드대학의 카테리아 스반보리 임상 면역학 교수와 체코 프라하 모톨(Motol) 대학병원 연구팀은 모유 속 단백질이 이 같은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신생아 필수 영양소인 유당 생산을 돕는 모유 속의 ‘Alpha 1H' 단백질이 접힘 구조가 풀리면 종양파괴 물질로 기능이 바뀐다는 것이다.

‘이른둥이(미숙아)’에게는 모유가 매우 중요한데 부족한 모유를 구하기 쉽지 않다. 국내에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유 은행’이 운영되고 있다. 모유 은행을 갖추고 있는 강동경희대병원은 “최근 7년 동안 이른둥이 1.5배 증가했고 엄마와 떨어져 있어 모유가 부족한 실정”이라며 “기증받은 모유를 이런 이들에게 제공하는 모유 은행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모유에 들어있는 영양소는 아기에게 가장 이상적 최고의 식사이다. 아기 성장에 맞춰 적절하게 그 성분이 변화될 뿐만 아니라 영양분과 소화효소가 함께 들어있어 소화·흡수가 잘 된다. 모유에는 면역글로불린 A와 몸속에서 병균의 번식을 막아주는 락토페린이 분유보다 훨씬 많다.

모유는 생후 6개월 동안 가장 좋은 단일 영양 공급원이다. 세계보건기구와 유니세프는 두 돌까지 모유 수유를 권장하고 있다. 정성훈 강동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아기가 먹는 모유의 양이 많을수록 인지능력과 관계가 있는 뇌의 겉 부분인 피질 면적이 더 넓어진다는 보고도 있다”며 “심리적 면에서 직접 모유 수유를 하게 되면 아기는 수유하는 동안 엄마와 접촉을 통해 스킨십, 엄마 심장 박동을 들으며 정서적으로 안정된다”고 말했다. 엄마에게도 산후 우울증 예방, 유방암‧난소암 등 여성암 발생 위험 감소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여러 이유로 신생아와 영유아가 엄마로부터 신선하게 짜낸 모유를 먹을 수 없는 상황도 있다. 우리나라는 2006년부터 시작된 정부의 난임 부부 지원사업으로 다태아 출생이 증가하고 있다. 전체 신생아 중 다태아의 비중도 증가 추세에 있다. 다태아는 조기 분만과 저체중으로 태어날 확률이 높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신생아 중 이른둥이 출생 비율이 2009년 4.8%에서 2016년에는 7.2%로 1.5배 증가했다. 이른둥이는 신생아중환자실에 입원하는 경우가 많아 엄마와 아기가 떨어져 있게 되고 자연스럽게 모유가 부족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모유가 부족하면 공인된 기증자로부터 저온살균 처리된 모유가 최상의 선택이다. 안전하게 가공된 모유는 모유 은행을 통해 기증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대학병원이 운영하는 모유 은행은 강동경희대학교병원이 유일하다. 정성훈 교수는 “미국, 일본, 독일, 덴마크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저출산 대책으로 이미 모유 은행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나라에는 아직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모유 은행은 기증자의 모유를 위생적으로 가공 후 보관하다가 모유가 있어야 하는 아기에게 나눠준다. 전국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는 이른둥이들에게 모유를 공급해 아기들이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모유 은행에는 최근 5년 동안 953명이 8235ℓ를 기증했다. 그동안 기증된 모유 혜택을 받은 아기들도 1000명을 넘어섰다.

정종오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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