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쟁점②] 이재용 판결, 청탁 원인 해석...‘경영 승계 목적인가, 불이익 회피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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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쟁점②] 이재용 판결, 청탁 원인 해석...‘경영 승계 목적인가, 불이익 회피 때문인가’
  • 정두용 기자
  • 승인 2019.08.29 2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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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 이번 판결로 세계 경제 불확실성에 경영 불확실성 더해져
- 네티즌 "임진왜란 때 이순신 옥살이 시키는 꼴"
-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청탁한 이재용 '해석 차이'...경영 승계 목적? 불이익 회피 때문?

대법원이 2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2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다시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이날 삼성이 제공한 뇌물액 규모와 관련해 이재용 부회장의 2심 판결 중 무죄로 봤던 부분을 추가로 뇌물로 인정했다. 이 부회장의 뇌물액은 2심보다 50억 늘었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을 두고 국내외 이목과 향후 정황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삼성이 국내에서 차지하는 경제적 규모를 고려했을 때, 이번 판결이 경제계에 미칠 영향이 결코 적지 않기 때문이다.

녹색경제신문은 이에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 이 부회장과 관련된 핵심 쟁점들을 두 편으로 나눠 심층적으로 짚고자 한다.

앞선 기사에선 그간 진행된 선고의 정황과 재산국외도피죄 부분 등을 담았다. 또한, 이번 판결에서도 여러 번 언급된 ‘마필’에 대한 쟁점도 소개했다. 자세한 내용은 <[핵심 쟁점①] 이재용 판결, 1·2심부터 대법원 선고까지 달리 판단된 '사건의 본질'>을 참조하면 된다.

이번 기사에선 영재센터, 청탁의 대상 등의 쟁점에 대해 다룬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9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대법원 상고심에서 이 부회장의 항소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항소심 판단을 깨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승마지원과 관련한 용역대금 36억여원’에 대해서 원심과 같이 뇌물이라고 판단했다. 이 부회장이 최순실 씨에게 건넨 말 3필이 뇌물이라고 본 셈이다.

대법원은 또 이 부회장의 2심 판결에서 뇌물로 인정되지 않았던 동계스포츠영재센터 뇌물 혐의액 16억원도 뇌물액으로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삼성에 경영 승계작업이라는 포괄적 현안이 존재했으므로 대가관계가 인정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영재센터, '부정한 청탁'으로 봐야하나...불이익을 회피하려는 시도로 봐야하나

대법원은 판결에서 원심 달리 영제센터 후원과 관련된 사안을 '부정한 청탁'으로 인정했다.

항소심(2심)에서는 이 사안을 두고 일반적인 개념인 '부정한 청탁'과 달리 해석했다. 구체적인 도움을 부탁했다는 취지보다 ‘불이익’에 대한 회피성이 더욱 컸다고 봤다.

선처를 기대한 점을 '부정한 청탁'으로 인정했다. 적극적으로 혜택 등을 요청한 정황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대법원도 항소심과 비슷하게 이를 판단한 것으로 법조계는 해석하고 있다.

[그래픽=연합뉴스]
[그래픽=연합뉴스]

일부 법조계에선 이를 두고 “'부정한 청탁'이라는 구성요건의 법적 해석을 원심보다 넓게 봤을 뿐, 원심과 사건의 본질 자체를 원심과 다르게 본 것이 아니다”라는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

대법원은 항소심에서 인정한 동일한 사실관계를 두고 “이 정도의 기대만 있는 경우에도 '묵시적' 청탁에 해당한다” 묵시적 청탁의 인정범위를 넓게 해석했다.

◇대법원 “승계 작업이 있었다”...청탁 대상에 대한 해석, 추후 판결 영향 미치나

대법원은 항소심과 달리 '승계작업'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 사안을 청탁의 대상으로 봤다. 청탁의 대상이 되는 현안이 어느 정도로 구체적으로 증명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항소심과 판단을 다르게 내렸다.

다만, 대법원은 법리적인 관점에서 승계작업에 대한 부정한 청탁을 인정하면서도 개별 현안에 대하여 구체적인 청탁이 있었다는 점은 다소 거리를 뒀다.

청탁의 내용이 “삼성에 불이익을 가하지 말아달라” 정도의 내용이라면, 승계작업 있었다는 정황이 사건이 본질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한 셈이다.

한편, 삼성은 2016년 하반기 국정농단 의혹 사건이 시작된 이후 3년여 동안 꼬리에 꼬리를 무는 수사가 이어졌다.

국정 농단과 관련한 무수한 압수수색과 관계자 소환, 이재용 부회장과 미래전략실 수장들의 구속,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수사, 이명박 전 대통령 사건 관련 압수수색 과정에서 파생된 노조 수사 등이 있었다.

[그래픽=연합뉴스]
[그래픽=연합뉴스]

◇삼성의 위기...세계 경제 불확실성에 경영 불확실성까지 더해져

삼성은 이번 판결로 세계 경제 불확실성에 경영 불확실성까지 더해졌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259조886억원원으로, 코스피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번 판결은 재계 1위 삼성전자의 경영을 비롯해, 그룹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미·중 무역갈등과 한·일 경제전쟁이 갈수록 고조되면서 세계적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내려진 판결이라 추후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가 많다. 국내 경제의 ‘버팀목’이라고까지 비유되는 삼성이 대내외에 위기에 봉착한 셈이다.

네티즌들은 긴급하게 돌아가는 세계 경제 상황에서 내려진 이번 판결에 대해 “임진왜란 시기에 이순신 장군을 옥살이 시키는 것과 같은 결정”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그래픽=연합뉴스]
[그래픽=연합뉴스]

다음은 판결 직후 나온 삼성전자 입장문.

이번 사건으로 인해 그 동안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앞으로 저희는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도록 기업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습니다.

저희 삼성은 최근 수년간, 대내외 환경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어 왔으며, 미래산업을 선도하기 위한 준비에도 집중할 수 없었던 게 사실입니다.

갈수록 불확실성이 커지는 경제 상황 속에서 삼성이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과 성원 부탁 드립니다.

정두용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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