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판결] 삼성전자 입장문 발표한 이유...'퍼펙트 스톰' 최대 위기 "절박한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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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판결] 삼성전자 입장문 발표한 이유...'퍼펙트 스톰' 최대 위기 "절박한 호소"
  • 박근우 기자
  • 승인 2019.08.29 1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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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 뇌물 인정 '파기환송'...말 구입비, 영재센터 등 뇌물 추가 '50억' 인정
- 삼성전자 입장문 "죄송...과거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도록 기업 본연의 역할에 충실"
- '퍼펙트 스톰' 위기...임직원 사기 저하, 실적 악화, 일본 수출규제 등 글로벌 불확실성 등 겹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2심 판결을 깨고 '파기환송'되자 삼성그룹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29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대법원 상고심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부회장의 항소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항소심 판단을 깨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삼성전자는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내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라면서 "앞으로 저희는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도록 기업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날 삼성이 제공한 뇌물액 규모와 관련해 이재용 부회장의 2심 판결 중 무죄로 봤던 부분을 추가로 뇌물로 인정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승마지원과 관련한 용역대금 36억여원 뇌물’에 대해서 원심과 같이 뇌물이라고 판단했다. 이 부회장이 최순실 씨에게 건넨 말 3필이 뇌물이라고 본 셈이다.

이 부회장의 2심은 말 구입액이 아닌 말 사용료 부분만 뇌물로 인정된다고 봤다. 이 부회장의 뇌물액은 50억원이 늘어났다. 2심 재판부가 판단한 삼성의 뇌물액은 36억원이었으나 말 구입액, 영재센터 지원액이 뇌물로 추가됐다. 단순 계산으로 봐도, 파기환송심에서 삼성의 뇌물 액수가 36억원에서 86억원으로 늘 가능성이 있다.

대법원, '2심 판결 파기환송'... "말 3마리 소유권자는 최순실"

김명수 대법원장이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 선고를 하고 있다 [이미지 방송캡쳐]

김명수 대법원장(재판장)은 "말 3마리 구입 비용 뇌물 판단에 문제가 없다"며 "말 3마리 소유권자는 최순실"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 이 부회장의 2심 판결에서 뇌물로 인정되지 않았던 동계스포츠영재센터 뇌물 혐의액 16억원도 뇌물액으로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삼성에 경영 승계작업이라는 포괄적 현안이 존재했으므로 대가관계가 인정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혐의로 지난 2017년 8월 1심에서 징역 5년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지난해 2월 2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받고 풀려난 상태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이번 대법원의 2심 판결 파기 환송 결정이 최악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비상상황 속에서 대비책 마련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심 재판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경영 불확실성은 높아졌다. 더욱이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임기는 오는 10월까지다. 이를 주주총회에서 연장해야 하는데, 재판을 받는 상황에서는 연장하기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더욱이 삼성전자를 둘러싼 경제 불확실성도 높아지는 상황에서 내려진 판결이라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부회장은 판결이 있기 전 마지막 공개 일정으로 지난 26일 삼성디스플레이 충남 아산 사업장을 방문해 현장 경영의 모습을 보였다. 

잇단 현장경영 행보에 나서며 삼성 임직원들에게 위기 극복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대법원의 어떤 선고에도 흔들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피력하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다.

삼성 리더십 공백 '3년 이상 지속'...미래성장동력 준비 못해 

이 부회장은 이달 들어 지난 6일 충남 온양·천안 반도체 사업장, 9일 경기도 평택사업장, 20일 광주 가전 사업장에 이어 26일 삼성디스플레이 충남 아산 사업장을 연이어 방문했다.

대법원에서 2심 판결이 파기환송되면서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의 리더십 부재가 다시 지속될 전망이다 [사진 연합뉴스]

삼성전자는 입장문에서 "저희 삼성은 최근 수년간, 대내외 환경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어 왔으며, 미래산업을 선도하기 위한 준비에도 집중할 수 없었던 게 사실"이라며 "갈수록 불확실성이 커지는 경제 상황 속에서 삼성이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과 성원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같은 입장문은 현재 삼성 내부에서 느끼는 위기감은 바깥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위기를 돌파할 기회를 달라'고 호소할 수 밖에 없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얘기다. 

2016년 하반기 국정농단 의혹 사건이 시작된 이후 3년여 동안 삼성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수사가 이어지며 리더십과 내부 사기 등에서 만신창이가 됐다. 

국정 농단과 관련한 무수한 압수수색과 관계자 소환, 이재용 부회장과 미래전략실 수장들의 구속,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수사, 이명박 전 대통령 사건 관련 압수수색 과정에서 파생된 노조 수사 등이 이어졌다. 

삼성의 3중고...실적 악화와, 수출 규제, 무역 갈등 등 '사면초가'

현재 삼성은 임직원의 사기가 저하된 가운데 실적 악화, 일본 수출 규제, 미중(美中) 무역 갈등 격화 등이 겹치는 '퍼펙트 스톰'을 맞았다는 말이 회자된다. '퍼펙트 스톰'은 둘 이상의 태풍과 같이 악재가 겹쳐 최악의 재난이 되는 상황을 표현하는 기상용어다. 

세계 휴대폰 시장을 장악했던 노키아도 '스마트폰'이 등장하자 한 순간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세계 전자업계에서 90년대 최강이었던 일본 소니를 비롯 수많은 기업들이 위기에서 회생하거나 사라졌다. 

삼성전자는 가장 치열한 세계 전자 시장에서 격랑을 헤치고 글로벌 1위로 도약했다. 따라서 삼성전자는 '위기'를 선제적으로 포착해 기회로 전환하는 데 탁월한 역량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오너의 비전과 경영진의 실행력, 직원들의 '할 수 있다'는 도전 정신이라는 삼성 고유의 '핵심 경쟁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하지만 최근의 실적 악화와, 수출 규제, 무역 갈등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오너의 비전과 경영진의 실행력, 임직원들의 도전정신이 필요하다. 하지만 삼성은 3년 간 지속된 압수수색 등 검찰 수사로 오너와 경영진, 임직원들 모두가 위축된 분위기다.

문재인 대통령이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 참석해 이재용 부회장과 함께 박수를 치고 있다.

결국 글로벌 위기 상황에서 국내에서도 발목이 잡혀 위기 돌파를 위한 동력이 모이지 않고 있다. 삼성이 입장문을 낸 것은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영업이익 악화,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글로벌 불확실성 고조, 일본의 수출규제에 의한 공급망 붕괴 등 사상 최악의 위기다. 

이 부회장은 국내외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국내외 현장경영을 통해 리더십을 확보했으나 대법원 판결로 리더십 공백 사태가 길어지면 삼성그룹은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처할 수 있다.  

또한 삼성전자는 국정농단 사건 이외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수사 등 여러 사건이 발목을 잡고 있어 '산 넘어 산'인 형국이다. 

삼성, 창사 이래 최대 위기...현재 상황 지속되면 도태될 수 있어

지금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아예 도태될 수 있는 상황인 만큼 제대로 글로벌 위기에 맞서 이겨낼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는 얘기다. 

일본 수출규제 등으로 글로벌 위기 속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반도체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삼성은 리더십 위기 등으로 3년여 시간 동안 미래 준비하지 못했다. 더 이상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파국을 맞을 수 있다는 절박감이 입장문의 핵심인 셈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삼성 입장문은 반성과 재발 방지를 다짐하면서 '더 늦으면 안된다'는 위기감의 발로"라면서 "제대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사실 삼성전자는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국내에서 잇단 수사 이외에도 반도체 등 핵심사업의 위기, 미래성장동력의 위기 등이 그것이다. 

삼성전자는 2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은 56조원, 영업이익은 6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4.24%, 영업이익은 무려 56.29% 줄었다. 반도체, 스마트폰 등 사업이 큰 폭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일본 수출규제 등은 삼성을 더욱 위기로 몰고 있다.

삼성은 4차 산업혁명 시기에 미래성장동력 확보에도 비상이 걸렸다. 미국과 유럽, 중국, 일본 등의 경쟁 글로벌 기업들은 미래 인재 확보, 기술 개발, 업체 간의 합종연횡에 나서며 질주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국내에 발목이 잡혀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는 형국이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불확실성이 심화되면서 삼성의 위기는 곧 국가 경제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인 삼성이 절박한 호소를 할 정도로 세계 시장 환경은 힘들다. 내년은 더욱 경기 침체가 예상되는 만큼 대국적 견지에서 기회를 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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