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경제 (上)]'소주성'에 갇힌 이념정권의 역설 '양극화 최악'..."경제 선순환 고리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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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경제 (上)]'소주성'에 갇힌 이념정권의 역설 '양극화 최악'..."경제 선순환 고리 끊겼다"
  • 양도웅 기자
  • 승인 2019.08.25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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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정부가 2년간 추진한 '반기업 친노동' '소득주도성장'으로
- 올 상반기 10대그룹 영업익은 반토막...양극화는 집계 이래 최악
- 내년도 정부 예산안 9% 이상 늘어난 사상 최대 513조원으로 책정
- 경제전문가들 "경제 선순환 고리 끊겼다" 일제히 비판
올 상반기 10대 그룹의 영업이익은 '반토막' 났고, 올 2분기 양극화는 집계 이래 최악의 수치를 기록했다. [자료 연합뉴스]
올 상반기 10대 그룹의 영업이익은 '반토막' 났고, 올 2분기 양극화는 집계 이래 최악의 수치를 기록했다. [자료 연합뉴스]

올 상반기 국내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곤두박질쳤다. 양극화는 집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고, 경제성장률은 계속해서 하향 조정 중이다. 문재인 정부가 만 2년 만에 받아든 '성적표'다. 

그럼에도 내년에는 정부 예산을 더 쓰겠다고 한다. 이미 '反기업 親노동' '소득주도성장'으론 기업과 가계, 어느 쪽도 살릴 수 없다는 게 불 보듯 뻔하다는 게 드러났음에도, 현실이 아닌 '이념'에 치우친 정권은 기업과 가계의 고통에 '좀 더 기다려보라'는 말뿐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전문가 ㄱ씨는 "소득이 먼저가 아니라 성장이 먼저라는 게 명확해졌다"며 "최근 일본발 경제 위기로 기업들의 이해를 적극 반영한 '규제 완화 정책'들을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데, 문재인 정부가 경제를 살리는 방법은 이처럼 기업들의 활력을 불어넣는 게 먼저라는 걸 제발 좀 깨달았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 올 상반기 10대 그룹 '영업이익 반토막'... 올 2분기 양극화 집계 이래 '최악'

최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코스피 상장사 574개사(금융업 등 제외)의 연결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574개 기업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55조581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상반기보다 37.1% 줄었다. 영업이익에서 세금 등을 뺀 순이익은 더 암울하다. 작년 상반기보다 무려 43.0% 떨어진 37조4879억원을 기록했다. 

10대 그룹 계열로 좁히면 영업이익 감소는 오히려 더 심하다.  

대기업집단 전문데이터 서비스업체 인포빅스는 18일 "그룹 상장사 90개(금융사 제외)의 반기보고서 분석 결과,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21조2977억원으로 작년보다 53.3% 줄었다"고 발표했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 증가를 기록한 그룹은 현대차그룹(10.2%), 한진그룹(1.3%), 신세계그룹(0.7%) 등 3곳으로, 현대차그룹이 눈에 띄지만 현대차그룹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 증가율은 '기저효과'인 측면이 크다(현대차 작년 상반기 영업이익은 37.1% 감소). 그야말로 우리 경제의 주춧돌이 휘청이고 있는 것. 

지난 13일 청와대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 연합뉴스]
지난 13일 청와대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기업을 살리는 데만 실패한 게 아니다. 올해 2분기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의 소득격차는 역대 최대로 벌어졌다. 

통계청이 22일 발표한 '2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 결과'를 보면, 올해 2분기 가구원 2인 이상 일반 가구의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30배로 작년 2분기 5.23배보다 악화됐다. 2003년 집계를 시작한 이래 2분기 기준 최고치다. 

5분위 배율은 소득 5분위(소득 상위 20%) 가구원이 누리는 소득(균등화 처분가능소득)을 1분위(소득 하위 20%) 가구원 1인이 누리는 소득으로 나눈 것으로, 그 값이 클수록 소득분배가 불균등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소득 상위 20%가 소득 하위 20%보다 작년 2분기엔 5.23배 벌었지만 올해 2분기엔 5.30배 더 많이 번 것으로, 실제 문재인 정부가 출범 이후 가장 공들인 소외계층(1분위)의 소득은 그대로였던 반면, 상위계층(5분위)의 소득은 작년 2분기보다 3.2%나 증가했다. 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설계가 얼마나 잘못됐는지 드러난 셈이다. 

이 같은 소득분배 악화에 대해 박상영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1분위의 소득 감소세가 멈춘 것은 긍정적인 요인이나, 다른 분위처럼 뚜렷한 증가로까지 개선이 나타나지 않는 데 원인이 있는 것 같다"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 얼마나 잘못된 설계인지 드러난 수치로, 최저임금을 2018년 16.4%, 2019년 10.9% 증가시켰음에도 1분위 소득을 높이는 데 실패한 것이다. 

경제전문가 ㄱ씨는 "'다 같이 잘 살자'는 데 누가 이의를 달겠냐"면서도 "하지만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을 크게 웃도는 최저임금 인상으로는 기업 성장도, 양극화 해소도 불가능하다는 게 드러났기 때문에 정부가 '속도조절'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경제전문가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이 지나치게 빠르다고 지적한다. 특히,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을 훌쩍 뛰어넘는 최근 2년간의 최저임금 인상률에 대해 비판했다. [자료 연합뉴스]
한 경제전문가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이 지나치게 빠르다고 지적한다. 특히,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을 훌쩍 뛰어넘는 최근 2년간의 최저임금 인상률에 대해 비판했다. [자료 연합뉴스]

◆ 내년 정부 예산 9% 증가에... "그 돈 누가 대나, 경제 선순환 고리 끊겨"

기업 실적과 양극화가 최악으로 치닫는데도 문 정부는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올해 정부 예산안보다 9% 이상 많은 513조원의 '팽창 예산'을 계획 중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국가재정전략회의서 밝힌 "일자리, 저출산·고령화 등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해 재정의 과감한 역할이 요구된다"는 입장이 9월 초 국회에 제출할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그대로 담겼다. 

이에 대해 경제전문가들은 "그 예산을 감당하기 위해 누군가에겐 부담을 지워야 한다"며 "과연 이 방식이 지속가능한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23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세종청사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은 올해 대비 9% 초반대 증가한 약 513조원대 수준으로 편성 작업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글로벌 경제 상황과 경기 하방리스크, 올해와 내년 경제 여건을 감안할 때 2020년 예산안은 정부가 의지를 갖고 확장적 재정기조 하에서 편성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의 9% 이상 인상률은 올해 예산안의 8.5% 인상률을 웃도는 수치다. 일각에서는 "2년 연속 급격한 상승세"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시야를 넓혀 10년간의 정부 예산안 증가를 보면, 2010년 약 292조원이었던 예산안은 2020년 513조원으로 약 60%가 증가했다. 

또, 올해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 수준은 37.2%로 내년에는 39% 후반대 혹은 40% 초반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이 대부분 100% 내외라는 점을 고려하면, 높지 않은 수치지만 10년 만에 30%가량 증가한 점은 우려를 낳는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한 기자간담회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은 올해 대비 약 9%대 초반대 증가한 약 513조원대 수준으로 편성 작업 중"이라고 말했다. [자료 연합뉴스]

한 민간 경제연구소의 ㄴ연구원은 이번 '팽창 예산'에 대해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비판했다. 

ㄴ연구원은 "내년도 정부 예산안이 513조원이라는데, 그렇게 늘어난 돈을 어디에서 더 가져갈 것이냐"며 "성장을 하면서 그 돈을 계속 댈 수 있어야지 시스템이 지속가능한데,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특정 누군가에게 부담을 지우는 행위가 과연 지속가능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하향 조정한 올해 경제성장률 2.4%도 일본의 수출제한 조치와 글로벌 경기 침체로 달성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게 현재 정부 입장이다. 

ㄴ연구원은 "정부가 돈을 많이 걷어 좋은 곳에 쓰겠다는 '취지'는 이해한다"면서도 "하지만 경제 성장을 이끄는 건 기업이기 때문에, 기업들이 활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법인세 인하나 규제 개선 등의 정책을 꺼내드는 게 장기적으로 경제 성장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적합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기업과 가계 소득은 2010년 1254조원에서 2018년 1677조원으로 연평균 3.7% 증가했지만, 소득에 대한 경상세와 사회부담을 합한 공적 부담은 2010년 203조원에서 2018년 381조원으로 연평균 8.2% 증가했다. 그런데도 작년 기업의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이 이뤄졌다. 

다른 민간 경제연구소의 ㄷ연구원도 "이처럼 가파른 재정 확장 정책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쉽게 말해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안기는 행위"라고 분석했다. ㄷ연구원은 "문재인 정부가 근시안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태규 연세대 명예교수도 한 일간지에 기고한 글에서 이같은 '팽창 예산'이 지속가능한지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박 교수는 "2018년부터 전체 정부 지출 가운데 의무 지출 비율이 50.6%로 재량 지출 비율을 넘어섰다"며 "이런 추세 또한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적었다. 

의무 지출 비율이 높다는 건 지방이전 지출과 복지 지출 등이 증가했다는 뜻으로, 이럴 경우 경제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여지는 실질적으로 줄어들게 된다.

또, "지난해 시작된 경기 둔화가 올 들어 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당초 예산 편성 때 예상했던 세수 확보가 어려워질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국가부채 규모가 급속히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달 1일 일본의 일방적 수출규제 조치로 촉발된 무역갈등으로 우리 경제성장률은 당분간 더 하향 곡선을 그릴 것으로 전망된다. [자료 연합뉴스]
지난달 1일 일본의 일방적 수출규제 조치로 촉발된 무역갈등으로 우리 경제성장률은 당분간 더 하향 곡선을 그릴 것으로 전망된다. [자료 연합뉴스]

◆ 일본의 수출제한 조치에, 文 정부 잇따라 '규제 완화' '예타 면제' '기술개발 지원' 등 발표 
◆ 그간 기업들이 요구한 정책 쏟아내... "일본 수출제한 조치가 정신차리게 한 것 같다" 

재정확대 정책과 별개로, 일본의 일방적 수출규제 조치로 문재인 정부가 제한적이지만 소재·부품·장비 분야에 '규제 완화' '예타 면제' '연구개발 지원' '특별연장근로 허가' 등 그간 기업들이 요구한 정책들을 쏟아내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발언들도 등장했다. 

ㄷ연구원은 "소재·부품·장비 분야에 연구개발비를 지원하고 여러 규제 완화 조치를 하는 건 긍정적"이라며 "(일본 수출규제 조치가) 좀 정신차리게 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최근 정부는 기존 법·제도로는 시장에 출시하기 어려운 상품이나 서비스 등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도록 하는 '규제 샌드박스'를 적극 실현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 해'가 아닌 '이것 빼고 다 해봐'라고 축약할 수 있는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 도입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기업들은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 도입이야말로 법인세 인하와 함께 기업들의 투자 심리를 개선해 투자 확대를 유도하기에 적합한 정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ㄷ연구원은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경제철학이 (근본적으로)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며 "규제하면서 하나 '첨가'하는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공정경제라는 이름 하에 대기업들에 대한 '사정'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같은 전망은 또 다른 민간 경제연구소의 ㄹ연구원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문재인 정부도 여느 정부와 마찬가지로 '혁신성장'을 기치로 내걸었지만, 사실 방점은 거기에 찍혀 있지 않았다"며 "일본과의 무역갈등으로 '규제 완화를 해야 기업에 이롭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 같긴 하지만, 한계는 명확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문재인 정부는 기본적으로 정부는 커야 하고 시장은 작아야 한다는 철학을 뿌리깊이 갖고 있기 때문에, 경제 살리는 데 기업을 플레이어로 등장시키기보다는 정부가 플레이어로 전면에 나서길 바라는 건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김현준 국세청장(왼쪽). [사진 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김현준 국세청장(왼쪽). [사진 연합뉴스]

한편, 홍남기 부총리는 23일 내년도 예산안이 513조원가량 될 것이라고 밝히면서 "어려운 경제 여건을 감안해 확장적 재정운영을 할 필요는 확실하지만, 그 수준은 세입여건이나 세출여건, 세출소요, 재정건전성, 그리고 어느 정도 해야 재정이 경기 하방리스크를 뒷받침할지 정책판단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내년 세입 여건은 올해보다 더 어렵다"면서 "올해 경제 어려움이 내년 세수 실적에 반영되는데 특히 법인세 측면에서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양도웅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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