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공화국④] ‘디지털 전환’ 급한데...정부 규제에 발목 잡힌 4차산업혁명 'IT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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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공화국④] ‘디지털 전환’ 급한데...정부 규제에 발목 잡힌 4차산업혁명 'IT혁신'
  • 정두용 기자
  • 승인 2019.06.28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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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카카오, 사업 규모 이유로 각종 규제 시작
전문적이지 않은 공공 조달 사업...IT스타트업계 "답답"
"정부, IT 쇄국정책을 펼치고 있다" 지적도

문재인 정부 출범 2년 동안 5대 그룹을 비롯한 기업에 대한 사정 당국의 압박은 끊임없이 지속되고 있다. 경제계는 '벙어리 냉가슴'으로 경영활동 위축을 걱정하며 노심초사하는 상황이다.

'사정 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온다. 검찰, 경찰,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등 사정기관이 총망라돼 기업을 압박한다.

기업은 '악의 축'으로 여겨진다. 규제와 수사는 잘못된 칼로 사용되고 있다. 정부가 입으론 공정을 얘기하는 동안 기업들의 실적은 추락하고 있다. 경제는 내우외환의 위기에 빠졌다. 시장의 논리에 이념이 덧씌워지며 업계에선 다양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녹색경제신문은 이에 현 정부 들어 이른바 '적폐 수사'라는 명목으로 이루어지는 수사 당국의 문제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4회에 걸쳐 '반기업 정서 부추기는 사정공화국 무엇이 문제인가'란 기획시리즈를 통해 해법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마지막 회로 낡은 정부의 ‘규제’로 놓치고 있는 ‘IT 혁신’을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지난해 1월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규제혁신 토론회 모습. 지난해 6월에는 2차 규제혁신회의가 예정돼있었으나,이낙연 국무총리 건의로 연기되기도 했다. IT업계에선 아직도 정부의 규제가 너무 많아 혁신을 저해하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청와대 제공]
지난해 1월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규제혁신 토론회 모습. 지난해 6월에는 2차 규제혁신회의가 예정돼있었으나,이낙연 국무총리 건의로 연기되기도 했다. IT업계에선 아직도 정부의 규제가 너무 많아 혁신을 저해하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청와대 제공]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은 4차산업혁명의 핵심요소다. 사회를 구성하는 거의 모든 요소가 디지털화돼 전통적인 사회구조가 혁신되는 과정을 말한다. 이미 어디서든 초저지연(5G)적으로 사람과 사람이, 사람과 사물이 연결되는 시대가 열렸다.

그러나 ‘IT강국’이란 수식어가 붙는 대한민국에선 ‘다른 나라’ 얘기로 치부되는 듯하다. 세계가 서로 연결되는 시대에 “IT 쇄국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굴지의 기업들은 세계 흐름을 주도할 만큼의 기술력을 자랑하지만, 정부의 관련 부처들은 ‘안전성’을 이유로 각종 규제를 들이밀고 있다. 시대에 뒤쳐진 잣대가 IT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 지배적 의견이다.

27일 IT업계 고위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기술과 기술이 만나서 새로운 혁신을 낳으면서 사회 전반이 변화하고 있다”며 “모든 게 변하고 있지만 정부의 낡은 규제 방침은 도저히 움직일 생각이 없어 보인다. ‘전례가 없다, 안전하지 않다’는 이유로 경쟁을 포기한 느낌마저 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계는 디지털화되고 있는데, 정부는 책만 들여다보고 있는 꼴”이라며 “변화는 ‘기존에 없던 것’을 말한다. 처음을 전제로 하는데, 정부는 전례가 없어 하지 말라는 게 너무 많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4차산업혁명의 최전선에서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IT기업들과 경쟁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이 최근 들어 정부의 크고 작은 규제를 받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 네이버를 공시대상 기업집단(준대기업집단)으로 분류하고,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ㆍ창업자) 네이버의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했다. 네이버는 “이해진 GIO의 지배력이 크지 않다”며 공정위에 “총수 지정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올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해진 GIO는 지난해 2월 보유주식 가운데 19만5000주를 블록딜(시간외거래)로 매각했다. 지분율을 기존 4.31%에서 3.72%로 낮췄다. 네이버를 '총수 없는 대기업'으로 지정받기 위한 다양한 움직임을 보였지만, 공정위의 결정을 뒤집지는 못했다.

기업 총수로 지정이 되면, 본인에 대한 주식변동 등 신상정보뿐만 아니라 배우자, 6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 인척 등 친인척 관련 자료 등을 매년 공정위에 제출해야 한다.

카카오도 올해 대기업의 상징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올랐다. 국내 대표적인 IT ‘쌍두마차’가 모두 경제력 집중에 대한 시장과 당국의 감시망에 들어갔다.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회사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에 따른 공시 및 신고의무, 총수 일가 사익편취 규제를 적용받는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회사로 지정되면 상호출자금지, 순환출자금지, 채무보증금지,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등이 추가로 규제된다. 각종 제한 사항이 의무 적용이 아니었던 계열사도 새롭게 공정위 감시망에 들어갈 수 있는 셈이다.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오른쪽)와 김도현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사장(국민대 교수)이 18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대담하고 있다. [한국사회학회·한국경영학회 제공]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오른쪽)와 김도현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사장(국민대 교수)이 18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대담하고 있다. [한국사회학회·한국경영학회 제공]

이해진 GIO는 공정위의 이런 처사에 대해 18일 ‘디지털 G2 시대, 우리의 선택과 미래 경쟁력’ 심포지엄에서 “기업가는 회사가 더 커지고 강해지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기업이 성장한 자체를 '부도덕하다'고 지적하면 '기업가 정신'과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느냐”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정 수준의 매출 규모를 달성했다는 이유로 재벌, 총수 같은 기존 잣대로만 규정할 것이 아니라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에 보다 다양한 판단이 필요하다”면서 “지금 세계 인터넷 시장은 미국과 중국이 99% 이상 장악하고 있다, 네이버가 그런 인터넷 제국주의에 끝까지 저항해 살아남은 기업으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IT업계는 이해진 GIO의 견해에 일면 동의하는 모양새다. 이제 기업 순위 30~40위 건에 들어선 IT기업과 과거 정부로부터 혜택을 받아 성장해 온 제조업 기반 재벌과는 규제의 범위와 방법을 달리해야 옳다는 설명이다.

단순히 자산 규모가 커졌다고 성장 과정을 고려하지 않은 규제의 잣대를 들이미는 것이 부당하다는 지적은 2017년부터 꾸준히 제기돼왔다.

IT기업은 실제로 과거 대기업에서 특히 문제가 돼왔던 ‘일감 몰아주기’나 ‘순환출자’ 등이 불거진 경우가 많지 않다. 카카오는 계열사 71개를 보유해 재계 여섯 번째로 많은 수치를 자랑하지만, 이런 문제를 지적당한 적이 거의 없다. 네이버 역시 마찬가지다.

카카오 관계자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분류된 것에 대해 “기업을 지속해서 투명하게 운영하는 것은 변함이 없고, 사회적 의무를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신기술 활용한 다양한 스타트업 ‘꿈틀’...꿈 좌초시키는 규제공화국

5G통신망, 사물인터넷(IoT), 블록체인, 클라우드, 인공지능.

각종 신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서비스와 솔루션을 제공하는 IT 스타트업이 국내에도 많이 생겨나는 추세다.

보안성을 담보하는 블록체인을 활용한 헬스 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인공지능을 활용해 RPA 기술을 혁신적으로 발전시키거나, 정보를 분할해 보안성을 높인 기술을 개발하는 등 국내 IT 생태계는 여전히 경쟁력을 갖추고 바삐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지원은 커녕, 오히려 ‘높은 문턱’을 요구해 이들의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IT분야 공공사업을 조달하는 정부의 평가가 전문적이지 못하고, 현실과 동떨어져 있어 “답답하다”는 것이 스타트업을 이끄는 이들의 평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6일 개최한 ‘2019년 정보보호 산업분야 제도개선 세미나’ 중 진행된 토론회에선 IT스타트업들이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26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2019년 정보보호 산업분야 제도개선 세미나’서 진행된 토론회 모습. 보안관제 업체들이 마주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점들이 논의됐다. [정두용 기자]
26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2019년 정보보호 산업분야 제도개선 세미나’서 진행된 토론회 모습. 보안관제 업체들이 마주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점들이 논의됐다. [정두용 기자]

조래성 와임 대표는 이날 토론회 “공공분야에서 평가를 받을 때 기술을 두고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PT대회라고 생각이 될 정도”라며 “평가가 전문적이지 못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고 설명했다.

최동근 한국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 협의회장도 “정부가 조달사업에 참여한 업체가 받는 평가는 IT 전문가들을 통해 이뤄지지 않는다. 정보보안에 대한 사업인데, 교육학 교수나 심리학 교수가 평가를 진행한다”라며 “교육적인 측면이 부족하다며 점수를 깎는 상황이다. 보다 전문적으로 사업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신기술이 시장에 나와도 규제에 가로막혀있다는 점도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없는 배경으로 꼽힌다.

조래성 대표는 “법의 테두리가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다양한 법규에 정보는 암호화되어야 된다고 명시돼있다”며 “정부와 기업은 우리가 만든 제품을 볼 때, 기술을 평가하기보단 법을 기준으로 결정을 내린다, 법 조항을 일부 순화만 해도 괜찮을 텐데 지금은 너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와임은 '정보분할보안기술' 기반 차세대 보안 제품을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스타트업이다. 정보분할보안기술은 정보 자체를 분할해서 저장하고 처리한다. 기존에 암호화로 보안성을 담보했던 방식과 확연히 차별화 된다. 분산된 정보를 모두 기존 형태로 복원하지 않으면 복원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법규엔 ‘암호화’가 명시돼 있어 와임은 현재 분할된 정보에 암호를 씌우는 ‘불필요’한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고 한다. 신기술이 나와도 관련 조항이 없어 시장에 나오지 못하는 대표적인 사례인 셈이다.

조래성 대표는 “사기업은 법에 따라 책임을 회피해야 하기 때문에 이들과 함께 사업을 하려면 수많은 공공 인증을 받아야 한다”면서 “이 과정도 쉽지 않은데, 암호화는 산 넘어 산”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나 정부가 스타트업을 대하는 태도는 여전히 고압적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최근 이재웅 쏘카 대표에게 “무례하고 이기적”이라며 “혁신 사업자들이 오만하게 행동한다면 자칫 사회 전반적인 있다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한 태도만 봐도 그렇다.

타다는 IT기반 공유차 서비스로 이제 막 시장에 발을 붙였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쏘카가 인수한 VCNC가 공유차 서비스를 내놓은 것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택시업계와 승차공유서비스 업계가 갈등을 빚자 ‘기존’의 제도에 속하는 이들의 손을 일방적으로 들어준 것과 다름없다.

이재웅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갑자기 이분은 왜 이러시는 걸까? 출마하시려나?"고 맞받아쳤다.

여기에 이찬진 대표는 "부총리님을 비판하면 ‘상당히 무례하고 이기적’인 사람이 되는가"라며 "부총리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그리고 최 금융위원장께 뭐라고 말씀하실지 궁금해진다"라고 댓글을 남겼다. 이찬진 대표는 한국 1세대 벤처 기업인으로 꼽힌다.

국내 스타트업은 1990년대까지 번성하다, 2000년대에 접어들며 각종 규제로 경쟁력을 잃는 곳이 많아졌다. 일각에선 ‘디지털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시기에 국내에 수많은 기업이 탄생하고 있지만 다시 규제로 생태계가 병들어 가고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네이버, 용인시 데이터센터 무산
외산 클라우드에 ‘유일한 대항마’에 건 정부의 미온적 태도

문제는 스타트업뿐만 아니다. 정부는 새로운 가능성을 키우고 있지도 못하지만, 스스로 경쟁력을 키우고 있는 업체도 미뤄주지 못하고 있다.

네이버가 최근 용인시에 설립을 추진하던 데이터 센터의 개설이 2년간 첫 삽도 뜨지 못하고 무산됐다.

클라우드는 ‘디지털 전환’의 핵심 요소 중 하나다.

시장규모만 지난해 199조3572억원(가트너 시장보고서)을 기록했다. 이 시장을 지배하는 곳은 미국의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다. AWS는 지난해 4분기 기준 34%의 점유율을 기록했고, MS는 15%를 차지했다.

이들은 이미 국내 클라우드 시장도 잠식했다. 외산 업체가 80% 이상 차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데이터 주권이 위협받고 있다.

강원도 춘천에 있는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모습. 네이버는 경기도 용인에 이보다 6배 큰 제2 데이터센터 건립을 추진했지만, 2년간 지지부진하다 결국 좌초됐다. [네이버 제공]
강원도 춘천에 있는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모습. 네이버는 경기도 용인에 이보다 6배 큰 제2 데이터센터 건립을 추진했지만, 2년간 지지부진하다 결국 좌초됐다. [네이버 제공]

네이버는 이런 상황에서 ‘유일한 대항마’로 평가받는 기업이다. 클라우드의 경쟁력을 강화 등의 이유로 5400억원을 투입해 용인에 데이터센터를 건립하려 했다. 그러나 전자파로 인한 유해성을 우려하며 반대해온 인근 주민들의 반대 민원에 부딪혀 왔다.

네이버는 "전자파 전문연구기관에 의뢰해 이미 운영 중인 춘천 데이터센터의 전자파 수치를 측정한 결과 일반 가정집보다 낮았다"고 일축했다. 주민들의 우려는 ‘루머’에서 비롯된 셈이다. 그러나 주민 반대는 95%에 달했다.

업계에선 신규 데이터센터 건립이 좌초된 가장 큰 이유로 용인시의 태도를 꼽기도 한다. 용인시는 전임시장이 주도한 사업에 미온적인 자세로 일관하면서 고착상태가 이어졌다.

네이버 관계자는 “클라우드 산업은 현재 긴급하게 돌아가는 상황”이라며 “기업은 ‘을’이기 때문에 정확한 입장을 얘기하긴 어렵지만, 아쉬움이 크다”고 전했다.

정두용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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