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품다] 콧속 '좋은 세균'…폐감염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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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을 품다] 콧속 '좋은 세균'…폐감염 막는다
  • 정종오 기자
  • 승인 2019.07.12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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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연구팀, ‘표피포도상구균’이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 저항력 높여
[사진=서울대병원]
[사진=서울대병원]

우리 콧속에 가장 많이 있는 세균인 ‘표피포도상구균’이 호흡기 바이러스 폐감염을 억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코점막에 존재하는 공생 미생물 중 표피포도상구균이 가장 많이 분포하는데 연구결과 이 세균이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 저항력을 높였다. 연구팀은 이를 두고 ‘좋은 세균’이라고 표현했다.

서울대병원 연구팀은 12일 이 같은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박테리아라고 하는 세균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표적으로 좋은 세균은 소화 기능과 장 면역기능에 도움을 주는 유산균이다. 호흡기 점막에도 인체 면역기능에 도움을 주는 ‘좋은 세균’이 있다는 사실을 국내 연구팀에 밝혀냈다.

김현직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팀(연세의대 윤상선 최재영)은 2016~2017년 건강한 성인 37명의 콧속에 분포하는 공생 미생물을 조사하고 그 역할을 파악했다. 코와 폐점막은 박테리아, 바이러스 등 병원균들과 직접 접촉한다. 연구팀은 약 3000마리 이상의 공생 미생물이 코점막에 존재한다는 것을 찾아냈다. 이를 분석한 결과 정상인 코점막에 존재하는 공생 미생물 중 가장 많은 것은 표피포도상구균이었다. 평균 36% 분포했다.

연구팀은 정상인의 코점막에서 채취한 표피포도상구균을 배양해 생쥐 코점막에 이식한 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시켰다. 그 결과 90% 이상 바이러스가 줄어 인플루엔자 감염 저항성이 높아졌다. 표피포도상구균이 이식되지 않은 마우스는 치명적 폐감염이 유발됐다.

표피포도상구균이 이식된 쥐는 병원체에 감염될 때 분비되는 항바이러스 물질인 인터페론 람다 생산이 촉진됐다. 인터페론 람다는 바이러스를 직접 죽일 수 있는 인터페론 유도성 유전자 발현을 증가시켜 바이러스가 증식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번 연구는 앞으로 호흡기 점막 공생 미생물의 존재 이유를 밝히는 과학적 근거에 초석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특히 표피포도상구균은 실험실 배양이 매우 쉬운 미생물로 가까운 시일 내에 인체 적용이 가능한 기술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김현직 교수는 “소화기뿐 아니라 호흡기에서도 공생 미생물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밝혀낸 것”이라며 “인체 면역시스템-공생 미생물-바이러스 사이의 삼중 상호작용 시스템을 이해한 점에서 학문적 의미가 크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공생 미생물 분야 국제 의학학술지인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최근호에 실렸다.

정종오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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