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과 미래는 어떤 관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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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과 미래는 어떤 관계인가?
  • 김도연
  • 승인 2011.10.24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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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국가과학기술위원장 ... 안철수 현상은 부합되지 않아... 전문성 살려야

김도연 국가과학기술위원장은 지난달 14일 21세기경영인클럽(회장 김동욱 전 국회 재경위원장)이 개최한 조찬 강연에서  "21세기는 글로벌화·고령화·융합·위기/경쟁·통일의 시대"라며 " 이같은 환경에 대비할 수 있는 길은 오직 과학기술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서울플라자 호텔에서 '과학기술 재도약 정책 방안'을 주제로 강연하며 "우리나라는 지난 1996년 소득 1만 달러를 넘어서며 10년마다 4~5배씩 성장하는 기적을 만들어 냈으나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2만 달러로 정체돼 있다."고 말하고 "이를 돌파하고 도약하기 위해서라도 과학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도연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 과학기술의 발전 없이는 글로벌화와 노인문제, 경쟁과 통일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한다. 사진 =21세기 경영인클럽 제공

안철수 현상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김 위원장은   "정계에 엔지니어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우리나라에 부합하는 얘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해당 분야의 문제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각자 영역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의미있는 말을 했다.

다음은 김 위원장의 강연 내용이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 지난 4월 현판식을 갖고 출범한 6개월 된 신생 부처다.  우리나라 연구 예산이 2008년 11조 원에서 올해 15조 원으로 매년 10%씩 증가했다. 내년엔 16조원이 된다.

위원회는 이같은 예산을 효율적으로 써야한다는 국민적 요구에 따라 생긴 것으로, 과거 R&D 예산은 과학기술부가 관장해 사용했지만, 현재는 18개 부서가 R&D에 관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해졌고,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생겨났다.

지난 20년 동안 과학기술에 100조 원 정도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결코 많은 돈이 아니다. 최근 금융위기 상황에서 구제에 160조를 썼다고 한다. 그렇게 보면 많은 돈도 아닌 듯하다.

올해 15조 원 중 출연 연구소 및 국공립 연구소가 6조4,000억 원으로 44%, 대학이 3조9,000억 원으로 26%, 대기업·중소기업이 각각 1조3,000억 원(9%)과 1조8,000억 원, 기타 1조3,000억 원 등으로 구성됐다.

미국·일본·중국·독일·프랑스·영국 다음으로 전세계서 일곱 번째의 연구비 투자 국가다. 물론 미국의 1/10 정도로 절대 규모에선 차이가 난다. GDP 대비 연구비 투자 규모는 이스라엘(4%)이 1위, 일본 2위, 스웨덴, 핀란드, 그리고 한국 순이다.

과학기술과 미래는 어떤 관계인가.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는 『미래에 대해 아는 유일한 사실은 현재와 다르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미래를 알고 싶어한다. 결국 역사를 공부하는 것도 과거의 삶을 통해 미래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류 역사 중 100~200년 전까지만 해도 피곤하고 고달픈 삶이었다. 미국 출신 화가 찰스 스프라그 피어스(1851-1914)의 작품을 보면, 100~200년 전 삶을 유추할 수 있다.

100년 전 미국은 세계 초강대국이었지만, 그림 속에 나타난 소녀의 옷 차림은 허름하기 그지없다. 얼굴도 어둡고 화가 난 표정이다.  우리나라 역시 1910년께 그림을 보면 고단한 삶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불과 100년, 아니 50~60년 사이에 빠른 변화를 가져 왔다.

6·25 직후 사진을 보면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변화를 가져 왔다.  수치로 보면 더 뚜렷하게 변화를 느낄 수 있다. 1963년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100달러에서 1970년 250달러, 1996년 1만 달러를 넘어서며 10년마다 4~5배씩 성장하는 기적을 만들어 냈다. 경제 성장과 함께 민주화까지 이뤘다.

문제는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2만 달러로 정체돼 있는 점이다. 이를 돌파하고 도약하기 위해서라도 과학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 지난 96년까지 눈부신 성장 뒤에는 역시 과학기술이 제역할을 했다. 1966년 국내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가 설립됐다. 배고픔에 시달리던 당시 미국에서 돈을 빌려 먹지 않고 연구소를 만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GDP는 면적으로 300배나 되는 아프리카 대륙의 GDP를 합친 것보다 많다. 지난 40년 간의 변화를 설명하는 것 중 하나가 1969년 10월 클리프 리처드 서울 공연이다. 당시 언론에선 나라가 망할 것같다는 얘기가 회자됐다.

40년 후인 지난 6월 파리에서 소녀시대가 공연하는 모습을 보면 우리나라의 발전·변화상을 단적으로 설명해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40년 전에는 소녀시대 같은 9명을 실어 보낼 비행기 값도 없었던 나라였다.

대한민국은 지금 비상하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난관을 뚫기 위해 앞으로는 더더욱 과학기술이 필요한 시기다.  21세기는 글로벌화·고령화·융합·위기/경쟁·통일의 시대다. 이같은 환경에 대비할 수 있는 길은 오직 과학기술밖에 없다.

    커다란 위협…중국 부상

여러 측면에서 지금 세계는 위기다. 특히 에너지 등의 위기에 봉착해 있다. 경쟁이 심각해지고 있는 시대다.  최근 중국의 부상이 우리에게 커다란 위협으로 다가 오고 있다. 2020년엔 미국과 중국이 이끄는 G2 시대가 될 것이다.

중국이 어떻게 이처럼 무서운 속도로 발전할 수 있는가. 중국은 과학흥국을 모토로 2009년 R&D 지출이 2000년의 6.5배인 5,800억 위안으로 10년 간 연 23%씩 증가했다. 2022년엔 미국을 뛰어 넘어 세계 1위가 될 전망이다.

지난 1993년 과학기술진보법을 제정, 재정 성장률보다 과학기술 투자 증가율이 더욱 높아야 한다고 못박았다.  인력도 전세계 개발 인력의 20%가 중국 땅에 거주하며, 지난해 기준 255만 명으로 2000년의 3배에 달한다. 국가적으로도 2008년부터 천인계획(千人計劃)을 세워 글로벌 인재 1,000명을 유치하고 있다.

최근 톱 클래스 저널 논문의 50%는 중국 사람들이 쓴 것이다. 앞으로 세계는 중국이 지배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된다.

기업의 R&D 비중은 중국이 2007년 70%로 점점 증가하고 있다. 2009년엔 73%로 중국 기업들이 R&D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실제로 통신 장비 분야 R&D 투자에 화웨이·ZTE가 각각 4·5위를 기록하고 있고, Oil & GAS는 페트로차이나가 연구비 14억 달러로 1위다.

노키아·MS 등 글로벌 기업의 중국 R&D 센터 수도 지난해 3,300 개로 급격히 증가했으며, 현지 인력 채용률도 95%에 달한다. 국가 지도자들의 관심도 대단하다. 일례로 후진타오 주석은 매년 춘절에 존경받는 과학기술 원로를 찾는 등 격려 활동을 하고 있다.

지구는 지난 100년 사이에 굉장한 발전을 이뤘다. 스스로 빛을 발하는 유일한 별이며, 1800년 9억 명에 불과했던 인구도, 2000년 60억 명, 현재 70억 명에 접근하고 있다.

1900년 이후 교통 수단 발달로 사람들은 엄청난 속도로 살고 있다. 지식도 전세계 논문·특허 수도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논문의 경우 지난해 150만 편이 발표됐다.

과학기술 역시 6,000~7,000 년을 이어 오던 농경시대를 지나 250년의 산업시대, 50년 간의 정보화 시대를 거쳐, 이제 나노·바이오 시대에 이르고 있고, 머지 않은 미래엔 융합의 시대가 도래할 전망이다.

이같은 변화에 어떻게 해야 살아 남을 수 있는가. 찰스 다윈의 이론을 적용하면, 강한사람도 똑똑한 사람도 아닌,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사람이 살아 남게될 것이다.

앞으로의 변화 속도 역시 점점 더 빨라질 텐데, 국가 역시 변화에 잘 적응해야 한다. 이제는 더 잘 살기 위함이 아닌 생존을 위해 과학을 해야 한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 과학기술 발전을 통해 대한민국의 격을 높이고, 부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많은 격려와 협조를 부탁드린다. 

    질 의 응 답

Q: 안철수 현상이 있다. 하루 아침에 차기 대선 후보 물망까지 오르고 있다. 안 박사는 훌륭한 엔지니어다. 엔지니어가 대통령이나 지도층이 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A: 정계에 엔지니어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우리나라에 부합하는 얘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해당 분야의 문제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각자 영역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Q: 정부 R&D 중 중소기업에 1조8,000억 원이 지원된다고 하였는데, 효과적 운용을 위해 창구를 마련할 계획은 없는가.

A: 중소기업 분야 R&D는 지난해 대비 14% 증가했다. 그러나 다양한 스펙트럼이 없는 것이 문제다. 그럼에도 중소기업인들의 요구에 가능한 한 수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중소기업에 R&D 인력을 지원한다든지 인건비를 지원하는 방안 등 다양한 방면으로 고려하고 있다.

Q: 선진국에선 의학과 정보통신 융합 기술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소극적 대응으로 지연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책이 있는가.

A: 융합은 21세기 과학기술의 핵심 단어다. 우리나라는 문화적으로 융합이 어려운 게 문제다. 정부 출연 연구소 경우에도 독립적인 분야를 가지고 있는 것이 27개다. 이제 융합을 모색해야 할 단계여서 방안을 찾고 있다. 타당성 검사는 과거의 패턴이다. 이제는 목표가 없는 연구가 많다. 기다릴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고 본다.

Q: 현 정부 들어 소프트웨어 업계가 의기소침해 있다. 융합을 추진하면서 소프트웨어를 도외시한다는 것이 문제다. 사이버 전쟁에 대해선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

A: 전적으로 동감한다. 그러나 이제 정부 역할은 갈 수록 줄어 들고 있다. 기업이 스스로 이같은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의지가 필요하다고 본다.

연구비 측면에서 우리나라 전체는 52조 가운데 기업이 37조를 쓰고 있는 만큼 기업이 중심이 돼야 한다. 정부도 현재 소프트웨어 문제를 인식해서 내년엔 올보다 연구비가 300억 원 늘어날 것이다.

사이버 전쟁 대비를 위해 위원회 안에 민군협력 특별위원회를 만들었지만 쉽지 않다. 대한민국의 격을 높이고 부를 창출하기 위해 개방하고 협력하자는 모토를 가지고 있다. 사회 전체적으로 서로 협력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될 수 있도록 많은 협조를 부탁드린다.

김도연 /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

김도연  gree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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