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조원어치 찍어낸 국내 ESG 채권, 올해 검증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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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조원어치 찍어낸 국내 ESG 채권, 올해 검증 받는다
  • 김윤화 기자
  • 승인 2022.01.06 23: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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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 ESG채권 발행량 약 80조원
-올해 자금사용처 및 영향력 공시 대거 몰려
[출처=픽사베이]

국내 기업들이 지난해 발행한 약 80조원 어치의 ESG 채권검증이 이번 해 대거 이뤄질 전망이다. ESG 채권 발행원칙, 한국형 녹색채권 가이드라인 등에 따르면 ESG 채권은 발행 후 1년 단위로 자금사용처 및 지원 프로젝트 영향력(impact)을 공개해야 한다. 최근에는 투명성과 전문성을 보증하기 위한 제3자 외부검증 요구가 늘어나고 있으며, 나아가 사후공시 표준화를 추진하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 올해 ESG 채권의 화두는 검증


지난해 국내 ESG 경영이 확대되며 ESG 채권발행량도 이에 비례해 대폭 늘어났다. 한국거래소에 등록된 ESG 채권잔액은 작년 한해동안 약 80조원 늘어나 전년 대비 300% 가량 증가했다. 국공채·회사채 등 전체 채권 발행량(약 830조원) 중 10%에 달한다.

이렇게 지난해 대량으로 발행된 ESG 채권은 올해 대부분 사후보고를 앞두고 있다. ESG 채권 프레임워크(발행원칙)에 따라 기업은 발행 후 최소 1년 이내에 자금사용처와 지원 프로젝트의 환경·사회적 영향을 보고해야 한다.

발행기업은 한국거래소 사회책임투자채권 플랫폼에 ESG 채권을 등록하기 위해 사후보고(자금사용보고)를 누락할 경우 등록을 취소할 수 있다는 사전약정을 작성하기도 한다.

녹색채권 가이드라인. [출처=환경부]

다만 문제는 법적 의무사항이 아니라는 점이다. 제재할 방법도 딱히 없다. 아직까지 이에 대한 국민연금기금 등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의 투자정책이 부재한 것도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 우려를 키우는 배경이다.

김상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ESG채권 발행과 시장 이해도가 높아지는 등) 민간에서의 체계는 점차 정립되는 모습이지만 여전히 숙제는 남아있다"며 "ESG 채권의 화두가 될 사후보고가 내년 처음 시작된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 제 3자 외부검증 목소리 높아져


그러나 우려와 달리 국내 기업의 사후보고는 비교적 잘 이뤄지는 모습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8년부터 등록된 562개 ESG 채권종목 중 사후보고를 하지 않은 종목은 8개(한국장학재단·에코비트) 뿐이다.

다만 국내 발행기업 대부분이 자체적으로 자금사용처와 영향력을 보고했는데 이를 두고 투명성과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제3자 외부검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국내 신용평가사, 회계법인 등 ESG 채권 검증기관들은 앞다퉈 사후보고 검증역량을 늘리고 있다.

[출처=나이스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달 말 한화그룹의 녹색채권 사후 인증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평가는 주로 프로젝트 자금 투입 과정, 환경적 기여도 등이 ICMA(국제자본시장협회), 환경부 녹색채권 가이드라인과 같은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판단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해당채권을 통해 조달한 자금이 차입금 상환에 사용되었음을 확인하였으며, 회사가 제공한 자료를 통해 환경 개선 효과를 확인하였다"며 최우수에 해당하는 'Green 1' 등급을 부여했다. 나이스신용평가 관계자는 "사전검증 계약 시 사후인증평가까지 일괄적으로 수주한 건"이라고 밝혔다.


◇ 글로벌 단체, 공시 표준화 추진한다…"비교검증 위해 필요"


최근에는 제3자 외부검증에 이어 사후공시 표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각 채권 및 발행사의 영향력을 비교 및 집계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는 문제 때문이다.

기후채권이니셔티브(CBI)는 지난해 약 700여개의 글로벌 녹색채권 사후공시를 분석한 결과, 발행사별로 자금의 영향력을 나타낸 방법론과 데이터 등에서 차이가 큰 탓에 비교집계가 불가능했다고 밝혔다.

CBI는 "포트폴리오의 영향력을 평가하는 투자자들의 가장 핵심 과제는 발행주체 간 영향력 비교검증의 어려움"이라며 "녹색채권 영향력 보고와 광범위한 공시를 균질화하기 위한 공통 프레임워크와 중앙 집중식 플랫폼이 투자자들에게 큰 가치가 있을 것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CBI는 ICMA 등과 함께 방법론 표준화 및 데이터베이스 플랫폼 개발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본시장연구원 최순영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발행 후 공시에서 사용되는 영향 분석은 발행주체에 따라 제공하는 수치(metric)와 분석 방법론이 각기 다른 상황"이라며 "ESG 채권시장이 각종 환경, 사회적 문제해결에 부합한 방향성뿐만 아니라 필요한 수준 달성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더 세밀하고 정교한 발행 후 공시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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