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C] 슈퍼셀 브롤스타즈팀의 실패가 떳떳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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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DC] 슈퍼셀 브롤스타즈팀의 실패가 떳떳한 이유
  • 최명진 게임전문기자
  • 승인 2019.04.29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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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목) 판교에서 열린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NDC)에서 ‘클래시로얄’, ‘브롤스타즈’을 개발한 핀란드 개발사인 슈퍼셀 김우현 게임 아티스트의 강연이 진행됐다. 이 강연에서는 ‘브롤스타즈’를 만드는 과정과 슈퍼셀의 독특한 기업 문화를 통해 한국 게임개발 환경 개선점에 대한 김우현 아티스트의 생각을 들을 수 있었다.

김우현 아티스트는 슈퍼셀에 입사하기 전, 학교를 그만두고 평균 근속 8개월밖에 채우지 못하면서 7개의 회사를 전전했다. 슈팅에서부터 MOBA게임까지 다양한 게임들을 제작했지만 이렇다 할만한 성공작은 나오지 않았다. 끝에는 게임 업계를 영원히 등지리라 다짐하고선 마지막으로 가고 싶었던 외국 회사들에 자포자기 심정으로 이력서를 뿌렸다. 하지만 이 최후의 이력서가 슈퍼셀 입사 계기가 됐다.

핀란드 기업인 슈퍼셀에 입사 후 김우현 아티스트는 좋은 게임을 만드는 요인들로 그래픽, IP, 트렌드 이외에 다른 해답을 찾아냈다. 바로 기업의 조직 문화다. 좋은 게임이란 선견지명이 있는 대표자보다 좋은 개발환경에서 일하는 개발자에서 나온다는 것이 핵심이다.

 

한국의 경우 흔히 볼 수 있는 조직 문화는강력한 리더에 의해 결정되는 피라미드 구조다. 맨 꼭대기에 대표가 있고 아래로 갈수록 더 많은 인원이 더 적은 권한과 보상을 갖는다. 하지만슈퍼셀은 모든 결정은 일선 개발자에게 나오는 역 피라미드식구조를 갖췄다고 한다.

 

김우현 아티스트는 슈퍼셀의 조직 문화의 특징을 세가지 요소로 요약했다. 바로 자유, 평등, 독립이다.

 

먼저 슈퍼셀은 국내에서는 허울뿐인 자율근무가 제대로 자리 잡혀 있다. 그만큼 개발자들은 큰 자유를 누릴 수 있다. 본인이나 가족이 아픈 중요한 사건에서부터 반려 동물이 아프다고 쉬고, 택배 받아야 된다고 쉬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WFH(Work From Home) 세 글자를 남기고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 슈퍼셀은 자유로운 출퇴근 시간과 휴무를 감시하지 않는다.

두 번째 요소인 평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는 바로 회의다. 슈퍼셀은 어디에도 상급자를 위한 특별 장소나 대우가 존재치 않는다. 대표라도 다른 개발자들과 같은 공간에서 일하고 출장을 가도 모두가 동일한 수준의 좌석을 받는다. 일반직원도 CEO에게 자유롭게 건의를 할수있다. 눈으로 보이는 것부터 보이지 않는 암묵적인 위계질서가 전혀 없는 이런 점이 바로 슈퍼셀의 평등이다.

마지막 요소인 독립은 상기한 두 요소와 달리 직원 스스로 찾아야 하는 해답이다. 슈퍼셀은 막 입사한 개발자에게 프로젝트나기획서, 인수인계사항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본인이 스스로 합류할 프로젝트를 찾고 역량을 발휘하기 위해 독자적으로 행동해야 하는 독립성이 중요하다. 이 슈퍼셀 특유의 독립성은 기존의 명령체계에 익숙한 개발자들이 회사를 떠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독립성이야말로 슈퍼셀의 개발자들이 주도권을 잡고 활동하는데 필수적인 요소다.

이러한 슈퍼셀의 문화는 실패할 뻔했던 '브롤스타즈'의 성공을 가져왔다. 김우현 아티스트는 "슈퍼셀에서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누구든 아이디어를 낼 수 있고, 개발 과정에서 그 누구도 간섭하지 않는다. 팀을 전적으로 믿고 모든 과정을 맡기며, 개발이 진척돼 플레이 방법이 정립되면 사내 테스트와 베타 테스트를 거친다. 이 과정에서 이름도 알려지지 못한 채 사라진 게임들이 수도 없이 많다"고 설명했다.

'브롤스타즈'는 테스트 초기 유저들에게 혹평을 들었다. 수 차례 게임의 코어 시스템을 바꾸고 인터페이스와 조작 방식까지 바꿔가며 노력했지만, 그 결과는 긍정적이지 않았다. 무거운 콘텐츠와 그 동안 보여준 슈퍼셀 게임들과는 완전히 다른 장르와 그래픽이 원인이었다. 하지만 슈퍼셀은 '브롤스타즈'만의 스타일을 고수하기로 결정하고, 계속해서 개선해 나갔다.

하지만 많은 시도에도 불구하고 브롤스타즈는 유의미한 결과를 거두지 못했다. '클래시로얄'의 성적에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였다. 이에 슈퍼셀은 안드로이드 마켓을 통해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기로 결정하고, 대규모 업데이트를 진행하며 예약 30일 만에 1,400만 명의 사전예약자를 모집했다. 이중 실제 플레이어로 전환된 비율은 60%로 큰 성공을 거뒀다.

김우현 아티스트는 실패의 위기 앞에서도 겁 없이 맞설 수 있었던 이유는 슈퍼셀 만이 가진 개인, 팀, 보상 차원의 제도적 안전망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슈퍼셀은 인재를 고르고 골라서 뽑는 만큼 최고 수준의 관리솔루션을 제공한다. 만약 새로 합류한 개발자가 팀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자신에게 맞는 동료와 프로젝트를 자유롭게 찾을 수 있다. 이것이 개인의 안전망이다. 여기에 실패를 축하하는 샴페인 파티를 열고, 실패한 프로젝트를 통해 배울 수 있는 점을 찾아 내부에서 공유할 정도로 팀 차원의 안전망이 구축된다.

아울러 게임이 성공하면 대표부터 개발자, 비개발 부서까지 모두 동일한 성과금을 받는 보상의 안전망이 구축돼있다. 매출이 잘 나오는 프로젝트의 팀이 모든 보상을 독차지한다면, 팀들은 새로운 도전을 보다는 모방에 급급할 것이라는 것이다. 개개인의 능력을 모두 평등하게 바라보는 것이다.

김우현 아티스트는 “해외의 기업문화라서 무조건 받아들이는 것은 좋지 않은 선택이다. 국가마다 사회적, 역사적 차이점이 있기에 무조건 따라하는 것보다는 좋은 점은 받아들이되, 현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은 직원을 관리해야 할 도구가 아닌 동료로 존중하는 것이 먼저"라고 설명했다.

또 "한국 게임업계도 찬란했던 시기가 있다. 개인적으로 그 시기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하지만 일하는 방식과 업무 문화에 대한 논의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며,“지금이라도 다른 회사의 장점들을 흡수해 조직에 접목시킨다면, 침체를 이겨내고 도약의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최명진 게임전문기자  gamey@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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