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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 비정규직 자회사 전환 노사대립...대답없는 청와대

기업은행이 추진중인 비정규직(파견·용역직)의 정규직 전환 작업이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시위와 청와대 국민청원이 계속 이어지는 등 장기화 될 조짐이어서 주목된다. 

지난해 9월 기업은행은 은행권 최초로 파견·용역 근로자를 대상으로 정규직화를 추진한다고 밝히며 노동계 안팎의 호평을 받았다. 정규직 전환 대상자는 경비·시설관리·미화·사무보조·조리·운전 등 6개 이상의 직군 2000여명의 비정규직 직원들이다.

기업은행은 노사 및 전문가 협의기구를 구성해 파견용역 근로자 정규직 전환을 위한 방법과 절차 등을 위한 논의에 착수했다. 협의기구는 근로자 대표단 10명(기업은행 노조 간부 2명 포함), 기업은행 측 대표단 7명, 전문가 3명으로 구성됐다.

문제는 "기업은행 측이 모회사 직고용과 자회사 간접고용 두 가지 방안 가운데, 직고용은 처음부터 접어두고 자회사로의 고용만 노동자 대표들에게 반강제적으로 시도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내부에서 나오면서부터 불거졌다.

기업은행 측이 비합리적인 절차 및 처우개선 방안 등을 일방적으로 내세우며 밀어붙이기식 정규직 전환을 강행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기업은행은 지난 3월엔 무기계약직(준정규직) 330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임금은 낮추고 업무만 늘렸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9월 1일부터 12일까지 홈페이지 및 용역업체 SMS 발송 등을 통해 대표자 회의 소집 공고를 알렸으나, 그달 19일에 열린 대표단 구성회의에는 비정규직 전체인원 2000여명 가운데 50여명만이 참석했다. 

전체인원의 4% 정도 밖에 모이지 않은 자리에서 대표자 선출 투표가 진행됐고, 결국 6개 직군 가운데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할 대표자가 없는 직군도 생겨났다.

기업은행 측은 협의기구를 구성한 직후부터 비정규직 2000여명에 대한 정규직 전환의 최선 방안은 ‘자회사 간접고용’이라는 점을 일관되게 주장해왔고, 비정규직 6개 직군 가운데 경비직군과 시설관리직군을 제외한 4개 직군 대표자들은 최근 동의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김도진 기업은행장은 “자회사를 통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하겠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이에따라 기업은행 내부에서는 용역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방식을 ‘자회사 고용’으로 결정하고, 이를 협의기구에서 관철시켰다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2개 직군 대표자 및 일부 직원들의 반대에도 지난달 26일 기업은행은 자회사 TF 구성을 지시하는 공문을 각 부서장에게 내려 보냈다.

이에 대해 기업은행 측은 “자회사TF 구성은 자회사 방식에 동의하지 않은 직군과는 관련이 없다”며 “동의하지 않은 직군은 아직 전환방식이 결정되지 않아 이와 관련해 노사전문가 협의기구를 통해 지속 협의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현재 경비직군과 시설관리직군 대표자들은 모회사 무기계약직(준정규직)으로의 전환을 기본안으로 기업은행 측과 논의하고 있다. 이들이 자회사 고용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처우 문제다. 그중 임금 인상에 대한 불만이 상당히 크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기업은행 측은 자회사 전환 시 이윤 등을 절감해 후생복지 포함 10%의 임금인상이 가능하다고 제시했다.

그러나 기업은행이 기존 용역업체에게 주는 비용 중 이윤(10%)과 일반관리비(5%)가 있는데, 정규직 전환으로 이 비용이 절감되면 15%의 처우개선이 가능한데도 10%만 주겠다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게 비정규직 직원들의 생각이다.

특히 ‘후생복지 포함’이라는 전제는 현금 및 현물(직원 포인트·식대·성과급 등)을 모두 포함하는 것인데, 이 경우 임금인상률은 0%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기업은행 담당자는 “노동자들의 요구가 지나친 측면이 있다. 회사 차원에서 협의를 통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움직여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공공연대와 전국시설관리노동조합이 18일 기업은행 본사 앞에서 기업은행의 비정규직-자회사 전환 강행을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사진=민주노총공공연대 제공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지난 18일엔 기업은행 본점 앞에서 ‘일방적인 비정규직 자회사 전환 반대’ 집회가 열렸다. 자회사 전환에 반대하는 경비·시설관리직군 대표들은 "기업은행이 비합리적인 방법으로 비정규직 자회사 전환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집회에는 민주노총공공연대와 전국시설관리노동조합, 정의당 김종민 서울시당 위원장, 중구시민연대 김재동 상임대표, 기업은행 비정규직 경비직군 및 시설관리직군 직원들 130여명 등이 참석해 자회사 전환 반대와 노동부의 조사를 촉구했다.

청와대에 게시되고 있는 기업은행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국민청원  

한편으로, 이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제안 게시판에 기업은행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정에서의 부당함을 호소하는 게시글을 계속 올리고 있다. 물론 이들의 숫자가 많지 않아 청와대가 답변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다만, 애초에 이렇게 까지 악화될 성질인가 하는 비판도 높다. 양쪽은 감정싸움으로 번진 상태다.

전국시설관리노동조합 김웅 서울·경기본부장은 “지난 22년간 기업은행에서 일했다. 우리에게 정규직이 하기 힘든 궂은일을 대신 시킬 때는 ‘우리는 한 가족이잖아. 좀 도와줘’라고 하더니 막상 정규직 전환 얘기가 나오니 ‘우리와 너네는 급이 다르다’는 식으로 대한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가 정규직 사무직으로 입사를 한다고 하는 것도 아니고 당연히 그들과 똑같은 임금을 달라고 하지도 않는다”며 “고용안전과 처우 차별없는 복지를 위해 정규직의 최하위인 무기계약직을 원할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으로, 정부가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만 제시하고 갈등해결을 위한 조정기구나 노력을 전혀 하고 있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기업은행이 자발적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결정한 게 아니다.

한 관계자는 "(사태해결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다해봤다. 직접 고용노동부에 민원을 제기해 담당자와도 미팅을 진행했고 기획재정부 역시 담당자와 만나봤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문제해결을 위해 나서는 곳은 아무데도 없었다"며 울분을 토했다. 

노동계 전문가들은 급하게 진행하고 빠르게 마무리 짓는 정규직화는 노동자를 위한 게 아니라는 시각이다. 한 관계자는 “중요한 것은 정규직의 양이 아닌 질이라며 단지 이름만 바뀐 정규직화를 무리하게 추진하면 언젠가 탈이 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황동현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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