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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eets DESIGN] 요즘 인공지능은 왜 여성일까?
  • 박진아 IT칼럼니스트
  • 승인 2018.02.0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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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얼마전인 1월 30일 인공지능 로봇 ‘소피아(Sophia)’가 방한했다. 서울서 열린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컨퍼런스에서 로봇 소피아는 한복 차림을 하고 박영선 의원과 인터뷰를 가졌다. 소피아는 홍콩에 본사를 둔 핸슨 로보틱스(Hanson Robotics) 사가 개발하여 2015년 4월 19일에 첫 구동된 사교용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소피아는 미국 텍사스에서 매년 봄마다 10일간 열리는 SXSW 종합 페스티벌에서 2016년에 대중 앞에 첫 선을 보인 이후로 최근까지 전세계 여러나라를 순회하며 휴머노이드 로봇을 일반 대중에게 홍보하는 일로 바쁜 스케줄을 보내고 있다. 작년 10월 사우디 아라비아 시민권을 받았고 이어서 11월엔 유엔 개발 프로그램이 수요하는 혁신 챔피언 칭호까지 받았다.

2016년 12월호 브라질 판 엘르(Elle) 매거진 표지를 장식한 로봇 소피아의 모습.

최근 유독 우리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 AI 음성 홈 어시스턴트 기기들은 모두 여성이다. 애플 아이폰의 시리(Siri, 스칸디나비아 신화 속 아름다운 승리의 여신) 음성 인식 앱이 기본으로 쓰는 안내 목소리는 사만타(Samantha)라는 가상의 미국인 여성 페르소나(persona)다.  또 아마존 알렉사(Alexa), 구글 어시스턴트, 마이크로소프트 코르타나(Cortana), 페이스북 M 또한 모두 매우 여성적인 목소리로 말하는 음성 AI이다. 일본 나가사키에 있는 하우스 텐 보시 테마 파크 내에 2015년에 새로 오프닝한  헨나 호텔은 앤드로이드 로봇들이 투숙객을 맞이하고 음식을 나르고 청소를 하는 세계 최초로 로봇 스태프 호텔로 언론의 화재를 모았는데, 여기서 일하는 이른바 서비스용 ‘액트로이드(Actroid)’들도 여성 외모를 한 로봇이다.

왜 요즘 우리에게 소개되는 인공지능 로봇은 대다수가 여성일까? 그에 대한 답을 한 마디로 단정내리긴 어렵지만, 컴퓨터 과학자와 인공지능 분야 전문가들은 대체로 그 이유로 로봇을 설계하고 제작하는 과학자와 엔지니어가 주로 남성들이라는 사실에서 단서를 찾는다. 공학자들은 남성이 젊은 여성으로부터 본능적으로 느끼는 특유의 매력 사항을 로봇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투영시켜 반영한다. 또 경험적으로 볼때도, 로봇이 시중을 드는 상황에서 남성 고객은 매력적인 여성을 상대하는 편을 선호하며 여성 고객 역시 여성을 상대하는 것에 대체로 거부감이 없다고 한다. [실제로 현 단계에서 남성 모습을 한 로봇은 군사용 로봇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인간에게 위협적인 인상을 줄 수 있다.]

홍콩의 로봇 애호가 리키 마가 홍콩 달러 4십만 달러(미화 5만 1천 달러)를 들여 설계한 모델명 'Mark 1' 로봇은 헐리우드 여배우 스칼렛 요한슨의 얼굴을 본따서 제작되었다.  이 로봇의 부품은 3D 프린팅 기술로 찍어냈고 매뉴얼에 따라 일반 대중도 집에서 조립할 수 있도록 디자인된 것이 특징이다. BOBBY YIP/REUTERS.

또 여성 모습을 한 휴머노이드 로봇은 또 외모가 매력적이고 여성성이 강하게 풍기는 유명인을 모델로 삼아 디자인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앞서 언급된 로봇 소피아는 오드리 헵번을 모델로 디자인 되었다고 하며, 마크 로보틱 랩(Mark Robotic Lab)의 리키 마는 헐리우드 여배우 스칼렛 요한슨을 모델로 한 조립식 ‘마크 1(Mark 1)’ 휴머노이드 로봇 모델을 2016년 소개했다. 그보다 훨씬 앞선 시기인 지난 2006년,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인조인간 로봇 에버원(EveR-1)을 선보였는데, 이 여성 로봇 역시 우리나라의 여러 미인 연예인들의 이목구비와 신체조건을 조합해 구성한 것이라 한다. 베트남계 캐나다인 과학자 레 트룽(Le Trung)이 2009년 공개한 ‘아이코(Aiko)’ 역시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에서 영감받아 디자인된 예쁘고 나긋나긋한 ‘이상적인 여자 친구’같은 앤드로이드다.

주의! 인공지능은 진짜 인간관계와 고독의 의미를 교란시킨다.
어떤 사람들은 소피아가 지각이 있는 존재(sentient being)라고 여기고 인간적 동정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베스트셀러 책 『호모 데우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도 지적했듯이 인간이란 본유적으로 타인에 대해 감정이입을 하고 공감하고 주어진 상황과 맥락 안에서 미루어 스토리를 상상할 줄 아는 감성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러하다 보니 미국 MIT 대학의 사회심리학자 셰리 터클(Sherry Turkle)의 책 『외로워지는 사람들(Alone Together)』(2011년, 한국어판 청림출판, 2012년 刊)에서 언급했듯, 인간은 인간 형상(anthropomophic)이나 귀여운 동물 모양을 한 기계에게 정을 주고 애착을 키우면서 생명체 인간과 로봇을 혼동하는 증상, 즉 일명 ‘일라이자(ELIZA)’ 효과에 빠지기 쉽다.

애플 워치용 다마고치 인터페이스. 성장기 어린이들이 기계를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로 착각하게 만들어 인간 본유의 감정이입력과 보호 본능을 소모시켰다. 1990년대에 어린이를 위한 인터랙티브 장난감으로 큰 선풍을 끌었던 다마고치가 최근 다시 성인 유저를 위한 애플 워치용 앱으로도 제공되고 있다.

예컨대 일본과 유럽의 고독한 양로원 노인들은 귀여운 아기 물개 형상을 한 파로(Paro) 반려용 로봇을 쓰다듬으며 감동의 눈물을 흘린다. 테크 전문가 겸 사업가로 변신한 前 세계 체스 챔피언 데이빗 레비(David Levy) 박사가 개발한 챗봇 소프트웨어에 접해본 어린이들은 이 스마트 장난감이 사람과 똑같은 존재라 인지하며 성장하고, 외로운 남성들은 말하는 섹스 로봇 ‘록시(Roxxxy, 2010년 라스베가스 성인오락엑스포에서 데뷔)’를 인간 애인처럼 사랑하며 감정을 주고받는다고 착각하기도 한다.

로봇 소피아는 인간에게나 주어질 수 있는 기본 권리까지 받으며 테크계와 대중문화의 화재거리로 회자되고 있지만 그녀는 인간이 아니라 기계다. 소피아의 인공 지능 소프트웨어를 디자인한 싱귤러리티넷(SingularityNET)은 이미 입력된 인간의 감각 인지력, 표정, 대화 시퀀스 데이터를 끊임없이 축적하고 분석하고 추출해 가면서 시시각각 지능화・세련화 과정을 거쳐 발전해 나가는 딥러닝 인공 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다. 매 인터뷰에 임하는 소피아는 그 방대한 데이터베이스에 축적돼 있는 정보에 준비된 적합한 대답을 말하고 대화 상대와 눈맞춤을 하기도 하며 감정변화를 표현하듯 얼굴표정을 바꿀 줄도 안다.

하지만 소피아는 데이터베이스에 없거나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의 질문을 받으면 컴퓨터 멈춤현상(freezing)을 보이듯 갑자기 동작을 멈춰버리거나 대답을 못해 어색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한다. 그런 상황에 닥친 인간은 부자연스럽고 어색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민망한 상황을 헤쳐나갈줄 아는 감성적・사회적 지능이 있지만 소피아는 그런 사회적 융통성을 모른다. 그녀 - 보다 정확하게 ‘잇(it)’ - 는 실리콘 소재로 된 사람 형상을 입혔을 뿐 기술적으로 아이폰 시리나 아마존 알렉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챗봇이다. 그래서 컴퓨터 과학자 얀 레쿤(Yann LeCun) 페이스북 인공지능 디렉터는 소피아를 가리켜서 ‘포템킨 AI’라고 비판하며 그녀의 겉모습과 목소리에 쉽게 감명받지 말라고 대중에게 경고했다.

인터넷 유튜브 팝스타 파피(Poppy)의 뮤직비디오 『컴퓨터 보이(Computer Boy)』중 한 장면. 여자 형상의 인공지능 로봇은 이제 젊은 여성들의 패션, 헤어스타일, 얼굴 화장법, 표정, 인조인간 같은 목소리 연출 방식에도 영향을 끼치며 앤드로이드 룩을 유행시킨다. Image: YouTube screenshot of Poppy - Computer Boy (Official Video), 2017.

시뮬레이션 문화 - 현대인은 이미 스스로 인공지능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다.
현대 사회는 복잡해지고 인간 관계는 개인주의화・원자화는 심화되어 간다. 그 속의 현대인들은 남녀간의 사랑, 가족과의 애정, 충직한 우정, 사회적 인정을 받고 싶다는 온갖 인간적 욕구를 다 충족시키지 못한채 만성적인 결핍감 속에서 살아간다.1990년대 말 미국에서 유행했던 시트콤 『킹 오브 퀸스(The King of Queens)』의 한 에피소드중 여주인공 캐리는 모델하우스에서 가짜 가족의 엄마 역할을 하다가 단란한 4인 핵가족 속의 엄마가 되고 싶어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처럼 우리네 인간은 이따금씩 가짜 시늉하기 또는 시뮬레이션(simulation)이 현실 보다 더 이상적이라고 착각하거나 갈망하는 습성이 있다.

때마침 등장한 첨단 테크와 소비자 모바일 용품은 공허한 마음을 달래주는 손쉬운 즉석 도피처 또는 위안의 수단이 돼준다. 이렇게 하여 인간의 부족함, 약점, 실패에 실망한 인간은 점점 더 기계에 의존하도록 내몰려 간다. 때론 ‘예측불능’하고 ‘상처’를 남기기도 하여 ‘위험’할 수도 있는 ‘진짜' 인간관계 보다 '예측가능’하고 ‘리스크 없는’ 기계를 상대하는 것에 더 안도를 느끼는 현대인들은 어쩌면 철학자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가 예견한 시뮬라크라(simulacra) 세상으로 초고속으로 치달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길목에서 우리 앞에 속속 등장하기 시작한 매력적인 아가씨 외모와 목소리를 한 인공지능 로봇은 현대인이 시뮬레이션 문화에 쉽게 젖어들게 유도하는 효과적인 트로이의 목마 역할을 할 참이다.

박진아 IT칼럼니스트  feuillet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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