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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eets DESIGN] Make Me Beautiful.셀카 시대의 아름다움이란?
  • 박진아 IT칼럼니스트
  • 승인 2018.03.23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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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관에서 인화해준 자신의 증명사진을 받아들면 웬지 아쉽다. 내 얼굴이 좀 더 예쁘게 좀 더 잘 생기게 나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다. 출중한 외모의 소유자도 예외는 아니라고 한다. 일반인들 사이에서 동경의 대상이 되는 연예인, 배우, 심지어는 모델들도 항상 100% 자기 외모에 자심감을 느끼는 것은 아니어서 사진가가 좀 더 잘 찍어줬더라면, 편집 디자이너가 좀 더 잘 포토샵 처리를 해줬으면 하고 서운해한다고 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늘 타인을 의식하는 인간이란 본유적으로 스스로를 보기좋게 꾸미고 연출하여 남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고 싶어하는 존재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태곳적부터 인류는 초상화를 그려서 가정에 걸어두었고, 특히 권력과 돈이 많은 자는 당대 유명한 화가나 사진가를 고용해 미화된 자신의 모습을 초상화로 만들게해 가졌다.

오늘날 누구나 스마트폰을 소유하고 있는 현대인들은 자기 얼굴 사진을 직접 찍어 가지고 다닌다. 이른바 ‘셀카’ 사진은 과거처럼 필름를 구입해야 하거나 인화소에서 종이 인화를 기다릴 필요가 없고 무엇보다도 공짜다. ‘셀카,’ 영어로는 ‘셀피(selfie)’라는 어휘는 2013년에 영국 옥스포드 영어사전 올해의 단어로 선정되며 대중문화의 일부가 되었다. 일찍이 2002-2003년경 부터 영미권 뉴스 언론과 마이스페이스(MySpace)나 플리커(Flickr) 같은 SNS에서 등장하기 시작해 일반인들의 입에서 오르내리다가 오늘날 대중문화를 대변하는 어휘중 하나가 되었다. 

중국의 국민 셀카 편집 앱 메이투(Meitu)로 해 본 설렙(celebrity) 보정 효과. Courtesy: Meitu, Inc.

스마트폰과 웹캠을 이용하여 자신의 모습을 찍어서 소셜미디어 웹사이트에 올려 여러사람들과 공유하는 ‘셀카’ 문화는 스마트폰의 대중화에 따라 탄생한 독특한 21세기 사회 현상이다. 연예인, 유명인, 블로거 또는 소셜네트워크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를 제공하는 일명 ‘소셜 인플루언서(social influencer)들은 앞다투어 셀카를 찍어 팬들의 이목을 실시간으로 사로잡고, 그것을 보는 일반인들은 설렙 셀카 이미지 속 남들의 얼굴과 몸매와 패션과 소품 하나하나까지 세심히 뜯어보고, 흠집을 찾아내고, 동경하고, 모방한다.

스마트폰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셀카를 찍어보았을 것이다. 셀카는 유명관광지와 음식 테마와 더불어 인스타그램 사진 공유 소셜 플랫폼에서 가장 많이 업로드 되는 사진 아이템이다. 특히 나이가 어린 신세대 일수록 일상속에서 수시로 셀카를 찍어 자신의 모습을 기록하고 소셜 미디어에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하며, 남자 보다는 여자가 더 많이 찍어서 스마트폰에 보관해 두었다가 되돌이켜 보거나 공유하는데 쓴다고 한다. 셀카는 사진으로 기록하는 개인의 역사와도 같다.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자기의 자신이 원하는 포즈와 표정이 담긴 초상 사진을 직접 찍고 바라보는 과정에서 자아를 재확인하고 자존감을 굳힌다고 심리학자들은 분석한다.

과거, 우리는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을 때 사진기사의 눈썰미와 손재주에 맡겨야 했다. 셀카의 가장 큰 장점은 내가 내 모습을 내 맘대로 더 보기좋게 더 매력적으로 바꾸고 가감수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요즘 젊은 여성들은 최적의 순간과 각도로 자신의 매력적인 얼굴과 몸매를 포착하여 스마트폰에 설치되어 있는 각종 유무료 리터치 앱을 이용해 사진 속 자기 얼굴과 몸을 더 보기좋게 보정할 줄 안다. 피부는 더 하얗고 매끄럽게, 턱은 더 갸름하게, 눈은 더 길고 동그랗게 쓱싹쓱싹 능숙하게 편집하고, 실제보다 가슴은 한결 풍성하고 허리와 팔다리는 더 날씬하게 강조한다. 셀카 사진 편집이 여성 사용자들 사이에서 점점 일반화되고 있는 추세를 반영하여 인스타그램과 스냅챗 등은 셀카 사진을 더 돋보이게 해 주는 갖가지 필터 기능을 제공하고 있고, 일부 연예인들은 자기가 어떤 앱을 이용해 예쁘게 보정하는지 알려주며 특정 앱을 팬들에게 홍보하기도 한다.

한국에서 가장 잘 알려져 있는 인스타그램 스타 중 일인인 박소라(sora_pppp)의 페이지 모습. Image: screenshot.

화장품 업계도 사진을 보정하는 사용자들이 급증하는 추세를 간파하고 최근 소비자들이 화장품을 구입하기 전에 가상으로 발라볼 수 있는 ‘뷰티 앱(beauty application)’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화장품 리테일러 세포라(Sephora)는 2015년부터 매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화장품 브랜드 전제품들을 발라볼 수 있게 한 증강현실(AR) 기술 기반 스마트폰 모바일 앱을 출시했다. 이에 뒤질새라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들도 제각기 앱 구축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에스티 로더는 작년 얼굴 매핑 기술(facial mapping technology)를 응용한 유캠(YouCam) 스마트 가상 화장 키트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바로 지난 3월 19일 글로벌 매출1위 화장품 제조업체 로레알이 모디페이스(Modiface) 뷰티 앱을 막대한 액수에 인수했다는 소식이 보도되었는데, 두 앱 모두 증강현실(AR) 기술을 응용한 것이다.

그런가하면 중국에서 개발된 메이투(Meitu) 앱은 2016년 홍콩주식시장에 신규상장하고 현재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뷰티 앱으로 등극하여 해외 확장을 노리고 있다. 얼굴 인식 기술과 3D 모델링 기법을 사용하고 있는 메이투 앱은 인구중 7억 명이 생계와 여가를 두루 아우르는 생활필수품으로써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는 중국인들 사이에서 국민 셀카편집 앱이 되었다. ‘체면’이 생사를 가르는 중요한 사안인 중국에서 특히 젊은이들은 자신이 직접 찍고 보기좋게 편집한 셀카 증명사진을 구직용 이력서에 사용하고 있다. 메이투 앱은 쪽광고 외에 아직 마땅한 수익원 전략을 찾지 못한 상태지만 현단계에서 아시아적 아름다움을 서구로 전파한다는 전략을 내세워 동남아와 미국의 여성 스마트폰 사용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문제는 이 모든 뷰티 앱을 이용하여 보정된 얼굴 사진은 서로 비슷비슷해 보인다는 것이다. 하얗고 윤기나는 물광 피부, 날카롭게 깎인 좁은 턱, 커다란 눈, 살짝 골난듯한 도톰한 입술, 길고 건강한 머리칼 - 분명 남녀 누가 보나 매력적이라고 평가하는 요즘 여성미의 조건이다. 그러나 서로 다른 외모와 매력을 갖고 태어난 개인들의 얼굴을 유명 연예인들의 이목구비를 조합해 놓은듯 어색하게 탈바꿈시키기도 하고 젊은 여성들을 점점 더 성형수술의 유혹으로 밀어 넣기도 한다.

국내와 해외에서 큰 매출성공을 거두어 온 LG화장품의 오휘와 후 브랜드를 책임졌던 디자이너 마리오 갈리아르디(Mario Gagliardi)는 셀피편집 뷰티 앱들은 스마트폰 사용자들에게 표준화된 템플렛과 전형화된 룩을 천편일률적으로 강요한다고 지적하면서, 뷰티 앱은 화장하는 개인의 개성과 캐릭터를 강조시켜 준다는 메이크업에 담긴 본유의 이상과 의미에 반대되는 효과를 낳는다고 말한다. 기술적으로 볼 때도 아직은 스마트폰용 뷰티 앱들은 기초적 얼굴인식 기술과 증강현실 기술에 기반하여 사용자가 찍은 셀카 사진 위에 색을 덧입혀 보여주는 시각효과 툴 내지는 디지털 장난감에 더 가까운 단계다. 특히 메이투 앱의 경우, 이용자들이 등록한 얼굴과 사용자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스파이웨어로 오용될 수 있는 보안상의 문제점을 전문가들은 지적한 바 있다.

미국 화가 알렉스 그로스(Alex Gross)의 회화 작품 ⟪셀피(Selfie)⟫, 2014년 작품. ⓒ Alex Gross. 셀카를 찍으며 텅 빈 시선을 보내고 있는 젊은 여성은 테크놀러지와 현대 라이프스타일의 공허함과 맥없음을 표현한다.

우리 말로 얼굴은 얼(魂)이 들어 있는 굴(窟) 즉, 영혼의 통로라는 뜻이라 한다. 수많은 문명과 문화는 인간의 얼굴과 첫인상에서 사람을 판단한다. 자기를 꾸미고 타자에게 매력적으로 내보이고 싶어하는 본능의 표현으로써 자기가꾸기(self-grooming)와 화장하기(make-up)라는 의례(ritual) 속에는 자아정체감과 자기표현(self-expression)의 욕구라는 원초적인 인간성을 담고있다.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은 이미 실제로 사람들과 직접 대면하기 보다 사이버 세계 안에서 셀카 사진이나 아바타로 더 많은 사람들과 접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속에서 셀카 문화는 스마트폰을 한 두 번 두드리는 것으로 개인들은 자기만의 아름다움과 개성을 로봇화된 템플릿과 필터로 지워버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박진아 IT칼럼니스트  feuillet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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