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meets DESIGN] 이젠 자외광선도 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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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eets DESIGN] 이젠 자외광선도 색이다.
  • 박진아 IT칼럼니스트
  • 승인 2017.12.22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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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판톤 올해의 색 얼트라바이올렛

이달 초 팬톤이 2018년 올해의 색으로 얼트라바이올렛(Ultra violet) 색을 선정해 발표했다. 보다 정확하게 팬톤 색상 차트의 PANTONE 18-3838인데 보라색의 일종이다. 얼트라바이올렛은 빨강과 파랑을 동등한 비율로 섞은 보라색(purple)에 비해 푸른색을 더 많이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차가우면서도 신비스럽고 예술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복잡하면서도 명상적인 분위기를 발산하는 얼트라바이올렛톤 보라는 독창성, 기발함, 예지적 사고력을 상징하기 때문에 우주를 지향하는 하이테크 시대로 더 가까이 다가갈 2108년 시대정신을 잘 표현한다고 팬톤 사는 설명한다.

2018년 판톤 올해의 색으로 선정된 얼트라바이올렛 PANTONE 18-3838. Courtesy: Pantone LLC.

인쇄, 포장, 디지털 디자인에 몸담고 있는 그래픽 디자인 분야 전문가나 실무 디자이너라면 누구나 PMS(팬톤 배색 시스템, Pantone Matching System)을 알고 있다. 팬톤 배색 시스템은 1950년대 미국에서 창설된 색채전문기업 팬톤(PANTONE®)이 인쇄출판업계에서 사용되는 인쇄물의 그래픽용 잉크색의 식별, 배합, 응용을 쉽게 표준화하기 출발한 이래 오늘날 제품, 인테리어, 인쇄 및 포장, 패션, 화장품 색조에 이르기까지 색채가 관여하는 모든 디자인 분야에서 두루 사용되는 색채 의사소통의 표준 시스템이 되었다.

이미 시장에는 보라색을 트레이드마크로 하는 유명 브랜드은 여럿 있다. 예를들어 밀카 밀크 초컬릿은 연한 청보라색(17-3730TP) 젖소가 그려진 로고 없이 상상이 안될 만큼 강렬한 브랜드 이미지를 심은 대표적인 경우다. 지미 핸드릭스나 데이빗 보위 같은 실험적 팝 아티스트들은 일찍이 1960년대부터 얼트라바이올렛 보라를 사용하여 일개 대중가수를 넘어 독창적 아티스트를 선언했고, 작년 운명을 달리한 팝 가수 프린스를 기념한다는 뜻에서 팬톤 사와 프린스 사유재산 관리재단은 그의 1984년 히트곡 『퍼플레인』 앨범의 표지색이자 프린스의 피아노의 보라색을 '러브 심볼 #2'라 이름하고 팬톤 색채 시스템 속으로 등재시켰다.

100년이 넘도록 로열 퍼플 패키징과 로고를 고집해 온 캐드버리 초컬릿의 PANTONE 2865c '캐드버리 보라'는 이 회사의 지적재산이다. Courtesy: Cadbury World.

영국산 캐드버리 브랜드 밀크 초컬릿은 이미 2008년 일명 ‘캐드버리 보라(Cadbury Purple)’라는 특유의 보라색(PANTONE 2865c)을 등록상표로 출원한 끝에 캐드버리 사 독점 지적재산으로 등록시켜서 화재가 됐었다. 100년이 넘도록 스위스 초컬릿 제조업체들의 경쟁을 물리쳐 온 캐드버리 초컬릿의 보라색은 본래 영국 왕조를 상징하는 로열 컬러빅토리아 여왕의 영광을 드높인다는 취지로 채택됐다. 예로부터 과거 서양문명에서 보라색은 바다 소라고둥에서 나오는 자줏빛 염료에서 소량씩 추출해 낸 매우 귀한 안료여서 황제, 종교지도자, 고관귀족들만이 독점적으로 착용할 수 있던 색이었다.

유행의 순환 속도가 빠르고 소비자들이 새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요즘, 업계 90% 이상은 신상품 개발 및 마케팅을 위한 전략적 자산으로 팬톤이 지정하는 올해의 색을 제품개발에 눈여겨 보거나 참고하고 있다. 내년, 소비자들의 주목을 끌어야 하는 각종 디자인 상품, 광고계, 뉴스 미디어계가 속속 채용하할 얼트라바이올렛 보라톤이 우리 눈에 더 많이 눈에 띄게 될 것으로 짐작된다.

2018년 팬톤이 지정한 올해의 색은 자줏빛이 도는 보라색 보다 푸른기가 도는 자외선 바이올렛 보라색 계열이다. 기술적으로 엄밀하게 정의하자면 얼트라바이올렛(UV)은 인간의 눈으로 인지되는 색이 아니라 자외선(infrared)이 내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전자기장 방사선이다. 여느 색채가 다 그러하듯 PANTONE 18-3838 얼트라바이올렛은 각종 제품과 시각디자인에 응용되어 고유한 분위기와 깊은 의미를 은근하게 전달하는 일을 하게 될 것이다. 

런던에 있는 캐드버리 브랜드 크림 에그 카페는 보래색 톤으로 디자인되어 누구나 쉽게 알아볼 수 있다. Courtesy: Cadbury World.

특히 1인 가구와 편의위주 라이프스타일의 대세로 최근 압도적인 호황을 맞고 있는 편의점의 일용소비재(FMCG)와 포장소비재(CPG) 업계, 고가 럭셔리 패션, 화장품 및 미용재 업계는 얼트라바이올렛을 남과 색다르게 개성을 추구하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반영하는 색상으로써 마케팅하여 매출 몰이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팬톤 사는 여러 디자인 분야에서 얼트라바이올렛 보라가 어떻게 소비자에게 소통되고 마케팅될 수 있는가를 다음과 같이 제안했다.

그래픽 디자인과 포장 디자인
제품당 마진은 작지만 대량매출로 누적이윤이 큰 FMCG/CPG의 성패에 패키징 디자인은 결정적이다. 대다수 대량생산 제화나 제품의 기능성과 품질이 점점 균질화・표준화되어 가는 동시에 그에 대한 차별화 전략으로써 패키징 디자인도 나날이 세련화・기술화되고 있는 추세다. 물질 과잉, 비슷비슷한 동질유사 상품, 수많은 선택의 홍수 속에서 오히려 의사결정을 망설이거나 포기하는 햄릿증후군 또는 결정장애를 겪는 현대인들에게 얼트라바이올렛이 군계일학격으로 시각을 사로잡는 ‘앞선’ 색상으로 등장할 수도 있다.

식음료품과 식자재
보라색을 띠는 야채나 과일류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국적이고 매력적인 귀한 먹거리라 여겨졌다. 최근 우리 주변 수퍼마켓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분홍색부터 보라색에 이르는 베리류를 비롯해서 보라색 띤 컬리플라워, 고구마, 토마토, 당근, 양배추 등은 보기에 예쁘고 이색적이기도 하지만 짙은 색소에 담긴 항상화제와 비타민이 풍부한 새로운 건강 먹거리로 자리잡아가며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을 통해서 화장품을 발라보고 구매선택을 할 수 있게 돕는 퍼펙트365(Perfect365) 가상 화장 앱의 홈 스크린. 자신만의 개성과 아름다움으로 튀고싶어하는 젊은 여성들의 심리를 자극하는데 보라색을 주제색상으로 해 디자인한 스타트업의 사례다. Courtesy: Perfect365.

패션
과거 자주와 보라가 귀족과 고위층이 독차지했던 로열 컬러였던 역사를 뒤로 하더라도 패션에 뭔가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주는 색상으로 취급된다. 빨강과 파랑 두 정반대 색상을 섞어 만들어진 색상이라는 사실 때문에 보라는 다양한 찬 색과 따뜻한 색과 의외로 두루 매칭하기 쉬운 색이기도 하다. 2018년 패션계와 미용업계는 보라색과 함께 황금이나 메탈릭 색상을 함께 매칭하는 방식으로 럭셔리함과 강열함이 연출된 패션을 유행시킬 것으로 짐작된다. 더불어 자주나 보라와 잘 어울리는 고급 원단 - 예컨대 벨벳이나 인조명주 등 -과 그에 어울리는 금속이나 귀금속 소재의 장신구, 안경, 악세서리도 함께 유행을 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용・미장업계
팬톤이 녹색과 노랑이 섞인 그리너리(PANTONE 15-0343) 색상을 2017년의 색으로 선정하고 봄, 신선함, 자연, 힐링의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선언했었다. 2017년 한해의 미용 및 화장품 업계를 돌아보건대 이 그리너리 컬러는 그다지 큰 인기를 끌지 못한 것 같지만 2018년을 맞아 얼트라바이올렛 보라는 어떤 활약을 하게 될지 궁금하다. 과거부터 보라색은 특히 여성의 눈매에 사용되는 아이섀도, 눈썹 컬러, 매니큐어 등에 사용되며 신비롭고 영혼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사용되어 온 색상이다. 그런가하면 머리카락 염색 문화도 자유분방하고 표현적이 된 요즘, 보랏빛은 개성 표현의 언어로 응용될 수 도 있을 것이다.

인테리어 디자인
자아가 강한 사람일수록 집안 인테리어 디자인에 공을 많이 들인다고 한다. 거주 공간은 자아의 개성 표현의 장이자 이따금씩 방문하는 방문객들에 대한 자아표현의 전시장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보라색은 그런 개인표현의 공간에 개성과 대담함과 동시에 전통과 우아함을 곁들일 수 있는 색채 배합의 가능성에 열려있는 색상이다. 1인 가구의 증가세와 함께 대중관광여행산업의 지속적인 호황에 따라 호텔과 숙소 공간 인테리어 디자인은 방문객에게 깊은 인상을 주고 추억을 각인시켜주는 요소가 될 수 있는데 자주와 보라색이 그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스마트폰 앱으로 개인사용자가 혼자서도 소액을 투자하여 돈을 벌 수 있도록 돕는 스태시 앱(Stash App). 얼트라바이올렛 보라와 청색계열 색상을 주제톤으로 하여 신뢰감과 진보된 기술이라는 시각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Courtesy: Stash Invest.

IT산업과 디지털 업계
최근 『블룸버그』 경제지가 보도한 바 있듯, 2017년 현재까지 엔젤 투자자와 벤쳐캐피털 투자 금액은 투입 금액 대비 실적이 미미한데 그쳤다. 대기업이 스타트업 바이업(buy up)에 소극적이었고, ‘유니콘’(총가치 7천억 달러 이상 평가되는 유망 스타트업)의 IPO을 통한 스타트업 엑싯(exit) 후 투자환수률도 별로 만족스럽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2014년 이후부터 수많은 벤쳐캐피털 투자자들이 현금을 쏟아부어 형성한 실리콘 밸리 스타트업 생태계는 하이테크 기업들이 모인 신제품과 기술혁신의 잉태소라는 평판 뒤안길에서는 인내심이 한계에 이르러 안절부절 못하는 투자자들이 서성이고 있다.

2017년을 마감하는 이 시점에서 세계 비즈니스 트렌드에 민감한 비즈니스 인사이더와 컨설팅 전문가들은 올해 연말연시 연하장에서 실리콘 밸리의 부진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곤 한다. 지난 수 년 동안 투입된 막대한 벤쳐캐피털 투자금액이 실적 환수되지 않으면 향후 3-5년 안에 투자자들이 떠나고 실리콘 밸리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내부적으로 붕괴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는 기우일까? 그같은 분위기 속에서 얼트라바이올렛 보라색은 IT산업과 디지털 분야에서 어떻게 활용될 것인지 2018년을 주목해 본다.

박진아 IT칼럼니스트  gogree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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