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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EETS DESIGN] 제품디자인 혁신의 끝은 없다..상식파괴의 아이콘 '다이슨'틀에 박힌 일상 가전용품에 혁신적 디자인 아이디어 도입
  • 박진아 IT칼럼니스트
  • 승인 2017.06.15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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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선진국들이 1990년대말부터 2000년대 초엽부터 단행하기 시작한 창조경제에 따른 제조업 해외 외주 정책 이래, 20세기형 산업디자인은 사실상 종말을 맞았다고 디자인계는 한탄했다. 특히 가전용품 업계는 브랜드별 전반적인 기술의 평준화로 성능상의 차이가 점점 사라지고 디자인과 스타일링으로 차별화하는 전략도 한계에 부딛혔다.

그 속에서 가전용품 브랜드 다이슨과 창업자 겸 발명가 제임스 다이슨(James Dyson)는 일명 ‘제품 디자인계의 애플’이라고 불리면서 현재 금융・법률・문화산업 중심의 탈제조업화된 영국 경제에서 가장 성공적인 가전 제조업계의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기치 아래 디지털 기반 IT 연관 스마트 기기로 소비자들의 이목이 온통 집중된 요즘도 다이슨 제품 디자인은 일상 가전용품도 지속적인 기술적 개선과 디자인 혁신의 여지는 얼마든지 열려있음을 일깨워준다.

올초 런던에서 개장한 다이슨 데모(Dyson Demo) 컨셉 스토어의 인테리어. Image courtesy: Dyson & Wilkinson Eyre.

디자인이란 ‘사람들이 무심코 지나치는 일상 속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
진공청소기, 헤어 드라이어, 툭하면 고장나는 공중화장실 종이타월용기 - 이 얼마나 진부하고 하찮아 보이는 일상품들인가? 하지만 제임스 다이슨은 잘 작동하지 않아서 사용에 불편을 주는 일상 속의 사소한 제품을 만났을 때 새 제품 개발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한다. 1978년 어느 하루 후버 진공청소기로 집청소를 하던 그는 먼지봉투에 먼지가 반쯤 수집되면 먼지 흡입력이 급속히 떨어질 뿐만 아니라 먼지봉투 속의 먼지는 봉투에 숭숭 뚫려있는 공기배출구로 되빠져나와 대기로 뿌려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2006년 선보인 에어블레이드(Airblade) 손 건조기도 공중화장실에 늘상 비치되어 있지만 고장이 잦은 전기 손 건조기와 종이낭비가 많은 종이수건에서 느꼈던 불만족감이 영감이 되어 탄생한 제품이다. 에어블레이드 손 건조기는 젖은 손을 건조구에 넣으면 공기로 된 칼날이 손을 스치면서 마치 자동차 유리창 와이퍼처럼 물기를 싹 긁어가는 컨셉을 엔지니어링한 제품으로, 차가운 공기를 내뿜도록 설계되어 더운 공기가 나오는 기존형 손 건조기 보다 사용감이 상쾌하고 전력사용량도 6분의 1로 절감시켜 환경친화적이라고 한다.

‘디자인은 형태 보다 기능이 우선한다.’
아무리 보기좋고 예뻐도 잘 잘동하는 제품이 진정 아름답게 디자인된 제품이라고 말한다. 제임스 다이슨은 제품 하나를 개발하기까지 수많은 설계와 프로토타이핑 과정을 거치기로 유명하다. 실제로 1986년에 개발한 G-Force 싸이클로닉 진공청소기와 그 후속형 듀얼 싸이클론(Dual Cyclone) DC01 모델 진공청소기(1993년 출시) 개발 과정에서 다이슨은 무려 5,127번의 프로토타이핑을 거친 끝에 세계 최초의 무먼지봉투(bagless) 직립형 전기 진공청소기를 탄생시켰다는 뒷이야기는 유명하다.

진공청소기의 대명사 후버(Hoover)와 일렉트로럭스(Electrux) 등 가전업체들은 1920년대에 헨리 드라이퍼스가 디자인한 눈물방물 모양의 청소기 머리와 먼지봉투가 달린 진공청소기를 끝까지 고집했지만, 드디어 2000년에 다이슨의 듀얼 싸이클론 먼지분리 특허기술을 도용해 특허분쟁을 일으켰을 정도로 원심분리 싸이클론 기술은 오늘날 대다수 가전업체들이 진공청소기에 폭넓게 활용하는 기본이 되었다.

V6 Car and Boat Extra 소형 포터블 진공청소기. 최근 신제품 다이슨 진공청소기는 리티움 건전지를 이용한 무선 진공청소기가 주를 이룬다. Image courtesy: Dyson.

‘제품의 모양을 보면 그 제품 속에 사용된 테크놀러지를 알 수 있게 디자인한다.’
다이슨 제품은 타사 제조의 동종・동기능 제품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 2000년대 초엽 미국 시장에서 출시되어 대형 할인체인점에서 판매되기 시작한 다이슨 DC07 모델 진공청소기는 타사 제품에 비해 적게는 두 배에서 5배 이상 더 비싼 판매가격에 출시되었으나 대다수 세일즈맨들의 예상을 깨고 예상 판매수량의 10배가 팔려나갔다.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폭발적인 매출을 올린 비결은 다름아닌 먼지분리 싸이클론 분리과정을 눈으로 볼 수 있는 투명 먼지수집통이었다. 소비자들은 시속 924 마일로 회전하는 싸이클론에 빨려들어 회전하는 먼지와 쓰레기를 확인하는 것으로써 다이슨 진공청소기의 우수한 성능에 만족감을 느꼈고 기꺼이 지갑을 열어 구입해 간 것이었다.

‘과거 기술을 현대적으로 재활용한다.’
발명왕 토마스 에디슨이 ‘실패란 없다. 그렇게 하면 안된다는 법을 찾아낸 것 뿐이다’고 했던 것처럼, 한 번 개발된 기술은 버리지 않고 미래 다른 신제품 개발에 재활용 한다. 다이슨이 2009년 출시한 탁상용 날개 없는 선풍기 에어 멀티플라이어(Air Multiplier)는 기존 선풍기에 달려있는 모터 프로펠러를 없앤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기존 선풍기와 공기청정기 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에어 멀티플라이어는 바닥 부분에 지름 약 4인치 크기의 소형 임펠러 압축기가 공기를 빨아들이면 윗 부분에 달린 고리 모양의 선풍기 머리로 공기가 에어로다이나믹 곡선을 그리며 분사되도록 하는 베르누이 원리(Bernoulli effect)를 활용한 것이다. 기존 날개형 선풍기에 비해 엔진 소리가 크게 들린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꼽히지만 위험할 수 있는 회전날개를 없애서 사용하기에 안전하며 시각적으로 획기적인 디자인적 혁신임에는 분명하다.

2009년 출시된 에어 멀티플라이어(Air Multiplier) 선풍기 겸 공기순환기. ABS 열플라스틱을 소재로 하여 가볍고 견고하다는 것이 특징인 이 제품은 선풍기 날개를 없앤 획기적인 디자인 사례다. Image courtesy: Dyson.

2014년 경부터 개발에 착수하여 2016년에 일본 시장에서 처음 출시한 다이슨 수퍼소닉(Supersonic) 헤어 드라이어는 에어블레이드 날개 없는 선풍기에 썼던 기술을 다시 한 번 작고 가벼운 헤어드라이어 디자인에 응용한 케이스다. 디자인 역시 텅빈 링 형태와 다이슨 특허 V9 디지털 모터 테크놀러지를 장착했다. 열 센서가 드이어에서 불어나오는 바람의 열 온도와 속도를 측정하고 조절하여 바람이 과열되는 것을 막아 모발 손상을 방지한다는 원리다. 텅 빈 링에서 불어나오는 바람, 자석으로 날렵하게 탈착가능한 디퓨저, 금속 소재를 연상시키는 회색과 야한 진분홍 색상을 결합하여 마치 초소형 우주선을 연상시키는 스타일링이 특징적이다.

1998-2003년 사이 애플이 iMac 시리즈로 다섯가지의 투명 탄산수지 클라스틱 소재로 사탕 미학을 선보였던 것처럼, 다이슨 역시 풍선껌 분홍색, 주황, 라임그린, 머루자주색 색상 레인지를 활용하여 작동시에는 하이테크가 내장된 진지한 생활가전, 비작동시에는 한 편의 팝아트 작품인양 보기에도 좋은 특유의 낙관적이면서도 미래테크적인 다이슨 가전 미학을 구축했다.

다이슨 수퍼소닉 헤어드라이어. 에어 멀티플라이어에서 사용했던 디지털 모터 기술을 한층 소형화시켜 재활용한 제품이다. Image courtesy: Dyson.

일찍이 다이슨 연구소에는 디자이너를 별도로 채용하지 않고 엔지니어들이 제품 스타일링을 담당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올초 2월 런던 옥스포드 가에 새로 개장한 다이슨 데모(Dyson Demo) 컨셉 스토어 겸 제품 갤러리는 과학과 기술 연구가 스타일링 보다 중요하다는 다이슨 제품 철학을 담고 있다. 제품을 개발한 엔지니어가 매장에서 소비자들에게 제품 속에 담긴 기술을 설명해주고 제품의 작동하는 원리를 직접 경험하는 방식으로 소비자를 설득하겠다는 다이슨 데모 공간은 애플 스토어 이후 가장 획기적인 ‘경험’ 리테일 스토어 컨셉을 제안한다.

 

박진아 IT칼럼니스트  feuillet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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