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메모리 매각] WD와도 협상 불발 '원점으로 회귀'...SK하이닉스 진영에 애플 가세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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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메모리 매각] WD와도 협상 불발 '원점으로 회귀'...SK하이닉스 진영에 애플 가세 변수
  • 백성요 기자
  • 승인 2017.09.01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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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 비율, 시기 놓고 WD와 갈등...장기 교착상태서 벗어나지 못하는 도시바 인수전

세계 2위 낸드 메모리 사업자인 도시바 인수전이 결국 원점으로 회귀했다. 세계적 펀드와 기업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도시바 인수에 뛰어들었지만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와 자존심 싸움으로 협상은 좀처럼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8월 말까지 미국의 웨스턴디지털(WD)이 포함된 미일 연합 컨소시엄과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전망이 나오며 미일 연합의 승리가 관측됐으나, 결국 WD와도 경영권 확보 문제를 매듭짓지 못하며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도시바 반도체 인수전은 크게 3개의 컨소시엄이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폭스콘의 모회사인 대만의 훙하이 그룹과 SK하이닉스, 미국의 베인캐피탈, 일본의 INCJ가 참여하는 한미일 연합, 미국의 웨스턴디지털(WD)과 헤지펀드 KKR 등이 주축인 미일 연합 등이다. 

SK하이닉스가 참여한 한미일 연합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던 도시바는, SK하이닉스의 지분 요구와 기술 해외유출 우려를 들어 우선협상대상자를 미국의 웨스턴디지탈(WD)가 포함된 미일 연합으로 변경하는 이례적인 행보를 보였다. 가장 많은 입찰액을 써 낸 대만의 훙하이그룹(폭스콘)은 중국으로의 기술유출을 우려해 협상 대상에서 제외됐다. 

지난한 과정을 겪던 협상은 결국 지난 31일 이사회에서 3개 컨소시엄 모두와 계속 협상을 이어가기로 하며 처음으로 돌아왔다.

이런 상황에서 도시바의 주요 고객인 애플이 한미일 연합측에 3000억엔을 투자키로 하며 동참해 협상은 더욱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도시바 반도체 생산공장 전경 <사진제공=도시바 홈페이지>

복잡한 계산기 두들기는 도시바, SK하이닉스, WD, 애플

도시바 매각의 새로운 최대 변수로 떠오른 것은 애플이다. 

애플은 도시바 인수전 초기 공식적으로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훙하이와 함께 인수전에 뛰어들 것이라는 말들이 무성했다. 도시바가 기술 유출을 우려해 중국계 기업과의 협상을 배제하며 관련 소문은 금새 잠잠해 졌다. 

하지만 애플이 SK하이닉스, 베인캐피탈이 주축인 한미일 연합에 약 3000억엔(3조1500억원)을 투자키로 하며 상황이 급변했다. 

애플은 도시바 메모리의 최대 고객이다. WD와의 협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애플의 한미일 연합 동참 소식은 도시바에게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게다가 WD와의 경영권이 있는 지분 획득 문제로 서로 얼굴을 붉히며 결국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낸드 시장에서 또다른 대형 업체의 탄생을 견제하기 위해 반 WD 진영에 가담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전자의 4세대 V낸드플래시 제품 사진<사진제공=삼성전자>

현재 낸드플래시 시장은 삼성전자가 점유율 35.6%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한 가운데, 도시바와 WD가 각각 17.5%로 2, 3위에 자리하고 있다. WD가 도시바를 인수하게 되면 한 번에 삼성전자에 육박하는 2위 사업자로 도약한다. 

애플 입장에서는 향후 메모리 수급 과정에서의 단가 협상 등이 불리해 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또 안정적인 물량 확보를 위해 지분을 확보한다는 의미도 있다. 

WD는 욧카이치의 반도체 공장을 도시바와 함께 운영하고 있다. 협력관계를 바탕으로 WD는 도시바에 우선협상권을 주장해 왔다. 도시바가 한미일 연합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자 WD는 매각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소송전으로 대응했다. 매각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한 도시바는 협상 체결시 소송을 취하하는 조건으로 우선협상자를 WD로 변경했고, 인수전은 미일 연합의 승리로 돌아가는 듯 했다. 

하지만 출자비율과 시기 면에서 양사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독점금지법 심사를 위해 양사는 당장은 의결권이 없으나 원하는 시기에 의결권으로 전환 가능한 신주인수권부사채(CB, 전환사채) 형태로 1500억엔(약 1조5000억원)을 투자하고 15%의 지분을 확보하는데 동의했다. 

또 3년 후 기업공개에도 합의에 이르렀다. 하지만 향후 의결권 확보 문제에서 양사는 의견을 좁히지 못했다. 기업공개 이후에도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해 WD는 33.3%까지 지분을 확보하길 원했다. 도시바는 10년동안 WD가 지분율을 15% 이내로 유지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애플의 가세로 패자부활에 성공했다. 당초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기술유출 우려를 끝내 완전히 불식시키지 못했고, 의결권 확보가 아닌 단순 대출 형태로 컨소시엄에 참여한다고 알려졌으나 향후 의결권 확보가 가능한 전환사채 형식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WD의 소송전이 부담스럽고 매각에 속도를 내길 원했던 도시바는 우선협상대상자를 교체하며 SK하이닉스는 인수전에서 멀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WD와 도시바의 협상이 결렬되고, SK하이닉스 진영에 든든한 지원군인 애플이 가세하며 또다른 국면을 맞게 됐다.

SK하이닉스가 도시바 인수에 성공한다면, 현재 4위인 낸드플래시 점유율을 단번에 2위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D램 부분 점유율 2위인 SK하이닉스가 낸드까지 점유율을 크게 높일 경우, 전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양강 구도를 형성할 수 있게 된다.  

갈 길 급한 도시바...계속되는 협상 결렬, 왜?

2년 연속 자본잠식 상태인 도시바는 내년 3월까지 반도체 매각을 마무리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상장폐지를 염려해야 한다. 또 이번달 말이면 돌아오는 채권단과의 계약갱신 기한도 골칫거리다. 현 상태대로라면 계약 연장 협상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럼에도 SK하이닉스, WD와의 협상이 계속해서 불발되며 시간에 쫓기고 있다. 

일본 당국의 한국,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 우려와 함께, 매각은 하지만 경영권을 일정부분 이상 넘겨줄 수 없다는 도시바의 자존심이 협상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시바는 낸드플래시 부문에서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또 그간 샤프, 엘피다 등 대표 일본 가전 및 반도체 업체들이 해외 업체에 인수되며 기술강국이라는 자존심에도 흠집이 났다. 

마지막 남은 일본 전자산업의 자존심이자, 세계적 반도체 호황기를 맞았음에도 알짜 기업인 메모리 반도체 매각에 나설 수밖에 없는 도시바가 경영권마저 해외로 넘겨주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치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도시바가 가치를 높이기 위해 여러 컨소시엄과 협상을 계속 이어나간다고 풀이하기도 한다. 

하지만 당장 9월말로 다가온 채권단과의 계약 갱신 기한과, 내년 3월 말까지 매각이 이뤄지지 않으면 상장폐지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급한 쪽은 도시바다. 

만약 협상이 계속해서 지지부진 할 경우, 매각 대금은 현재 언급되는 금액보다 더욱 낮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있다. 

 

 

 

백성요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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