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메모리 매각 불발] SK '트로이의 목마'전략 사실상 실패..."다시 원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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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메모리 매각 불발] SK '트로이의 목마'전략 사실상 실패..."다시 원점으로"
  • 백성요 기자
  • 승인 2017.07.13 14: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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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 대만 훙하이그룹·미국 WD와 재협상 나서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이 도시바 메모리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며 일단락 되는 듯 했지만, 일본 정부의 기술 유출 우려와 웨스턴디지털(WD)의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지며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미국 투자사와 별도의 법인을 만들어 전환사채 방식으로 투자해 사실상 금융투자자(FI)방식을 취하면서도 나중에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트로이의 목마' 전략이 사실상 실패로 돌아간 셈이다.

1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시바는 한미일 엽합과의 계약 체결이 늦어지며 미국의 WD, 대만의 폭스콘 등과도 매각 협상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일 연합과 도시바의 협상이 난항을 겪는 이유는 SK하이닉스의 도시바 지분 취득 가능성 때문이다. 당초 SK하이닉스는 지분투자 없이 도시사 메모리 인수를 위해 연합에서 신설하는 SPC(특수목적법인)에 단순 융자 형식으로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전환사채(CB) 매입을 타진중인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이 되고 있다. 

이런 논란에도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지난 12일 도시바의 지분 확보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나노코리아 2017'에서 "(도시바 인수 포기는)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지분 인수를 계속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시바 지분인수에 대해 SK하이닉스 측이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환사채는 채권 보유자가 원하는 시기에 미리 조율된 조건으로 발행사의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회사채다. 이에 기술 유출을 우려한 일본 정부의 불안감이 다시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초 일본 당국은 도시바 기술의 해외 유출을 우려해 1차 입찰시 최고 금액을 제시했던 대만의 훙하이그룹(폭스콘의 모회사)을 제외시켰다. 

한미일 연합이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될 수 있었던 것도, SK하이닉스가 지분을 보유하지 않고 융자 방식으로 SPC에 참여하는 방식이 기술유출 우려를 불식시켰기에 가능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SK하이닉스가 도시바의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부분이 평가에서 크게 작용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SK하이닉스가 언제든 도시바의 경영에 뛰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생겨나고, 매각 협상 체결이 지연되며 도시바가 다른 컨소시엄과의 협상에도 나서게 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상황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또 우선협상자 선정에 반발해 온 WD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상급법원에 제출한 '비밀정보 접근 차단 중지' 결정이 받아들여지며 상황은 더욱 혼란스러워 지는 모양새다. 

도시바는 지난달 WD가 도시바 메모리 입찰을 의도적으로 방해하고 있다며 WD와 함께 운영중인 욧카이치 공장의 정보 시스템 등에 대한 WD의 접근을 차단했다. 이에 WD는 접근 차단을 중지해 달라며 가처분신청을 제기했고 캘리포니아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도시바는 판결에 불복, 항소한다는 계획이다. 

WD는 이외에도 도시바 메모리 매각절차 중단을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도 제기해 놓은 상태다. WD는 도시바와의 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독점 교섭권을 꾸준히 주장해 왔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훙하이가 도시바를 인수할 가능성은 낮게 점치고 있다.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 우려가 여전하고, 훙하이가 샤프를 인수하며 매입 가격을 대폭 삭감한 '가격 후려치기'에 대한 경험도 있기 때문이다. 

 

 

백성요 기자  sypaek@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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