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로부터 신경분리 된 지 12년이 지났지만...계열사 CEO 선임할 때조차 농협금융은 명함도 못내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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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중앙회로부터 신경분리 된 지 12년이 지났지만...계열사 CEO 선임할 때조차 농협금융은 명함도 못내밀어
  • 강기훈 기자
  • 승인 2024.04.05 13: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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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금융 임추위에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의 자리는 없는 게 현실
다른 금융지주 회장들은 위원회 위원으로서 목소리 낼 수 있어
금융감독원, 농협중앙회 입김 빼고자 농협금융 검사 실시
"농협법을 개정하는 것이 지배구조 개혁의 첫걸음"
NH농협금융지주.
NH농협금융지주.

 

농협금융지주가 신경분리(신용·경제사업 분리)돼 출범한 지 1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농협중앙회의 그늘 아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작 계열사 CEO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농협금융 회장은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이에 최근 금융감독원이 농협중앙회의 거센 입김을 차단하고자 농협금융에 대한 대대적인 검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근본적인 법 개정 없이는 당국 차원의 검사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금융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이 인사권을 쥐고 있어 최근 NH투자증권 사태 같은 일이 또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계열사 CEO를 선임하기 위한 후보추천위원회에 금융지주 회장이 포함되지 않는 곳은 농협금융이 유일하다. 농협금융 계열사 CEO 후보를 추천하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사외이사 3명, 상근이사 1명, 비상임이사 1명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이 곳에서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다. 

이에 반해, KB금융의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경우 양종희 KB금융 회장이 위원으로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신한금융 또한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에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으며, 하나금융의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 우리금융의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 또한 각각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과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을 위원 명단에 포함시켰다. 

이처럼 농협금융이 지주사 차원에서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는 구조적으로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협금융은 2012년 농협중앙회로부터 신경분리된 채 출범했다. 그러나 여전히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의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어 농협중앙회의 입김이 매우 강할 수밖에 없다. 

농협중앙회.
농협중앙회.

 

지난 3일 농협금융이 비상임이사로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측근인 박흥식 광주 비아농협 조합장을 선임한 것도 이 때문이다. 비상임이사는 임추위에 참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농협금융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최근 농협금융의 계열사인 NH투자증권 CEO 선임을 놓고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이 이견을 보였던 것도 이러한 기형적인 배경을 근간으로 한다. 

금융 색채가 없는 농협중앙회의 영향력이 갈수록 거세지자 결국 금융감독원도 칼을 빼들었다.

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3월 7일부터 3주간 농협금융과 농협은행, NH투자증권에 대한 전방위적인 검사를 실시했다. 이번 수시 및 정기검사를 통해 농협금융의 지배구조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농협중앙회의 영향력이 지나치지는 않았는지 확인했다는 후문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21일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이 구분돼 있다고는 하나 농협 특성상 그것이 명확한가는 조금 더 고민할 지점이 있다"며 "금산분리 원칙이나 내부통제 등이 흔들릴 여지가 있기에 이를 챙겨봐야 한다는 취지에서 검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농협중앙회의 과도한 인사·경영 개입을 막기 위해선 사후처방식으로 당국 차원에서 검사할 게 아니라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농업협동조합법에 따라 농협중앙회는 금융지주와 계열사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을 갖고 있다. 농협법 142조의 2는 '중앙회는 중앙회의 자회사가 그 업무수행 시 중앙회의 회원 및 회원 조합원의 이익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정관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지도·감독해야 한다. 해당 자회사에 대해 경영개선 등 필요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법을 개정하려면 관련 부처와 농협중앙회, 농업 단체 등 다양한 곳의 의견을 수렴해야 하기에 이른 시간 안에 지배구조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강기훈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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