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ELS 자율배상 두고 갑론을박...시중은행 "40%도 높다" vs 투자자 "100% 전액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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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ELS 자율배상 두고 갑론을박...시중은행 "40%도 높다" vs 투자자 "100% 전액 배상"
  • 강기훈 기자
  • 승인 2024.03.15 12: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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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홍콩 ELS 분쟁조정기준안 제시
시중은행 "배상비율 40%는 은행에게 너무 과도"
투자자 "100% 전액 배상"
금감원은 20~50% 유지할 듯
주요 5대 시중은행.[사진=각사]
주요 5대 시중은행.[사진=각사]

 

홍콩H지수를 추종하는 주가연계증권(ELS) 손실이 눈두덩이처럼 불어나는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사적 화해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자율배상을 기초로 하는 분쟁조정기준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은행 등 판매사와 투자자들 모두 당국이 제시한 조정안에 반발하는 모습이다. 판매사는 기본 배상비율이 너무 높다고 호소하고 있고 투자자들은 원금 전액 배상을 요구하고 있어 강대강으로 대치하는 형국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이 지난 11일 홍콩 ELS 손실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분쟁조정기준안을 제시함에 따라 은행권은 각자의 사정에 따라 분주한 모습이다. 비중별로 시뮬레이션을 진행하면서 예상되는 배상 규모를 계산하는가 하면, 배상 비율을 낮추기 위해 법률 검토 역시 병행하고 있다. 

앞서 지난 1월 홍콩 ELS의 조단위 손실이 가시화되자 은행들은 각자 대형 로펌들과 손잡고 법률 자문을 받은 바 있다. KB국민은행은 법무법인 김앤장과 화우를 선임했으며, 신한은행 역시 화우와 손잡고 법률 검토에 들어갔다. 하나은행은 법무법인 율촌과 세종을 선임했으며, 농협은행 또한 세종과 광장의 자문을 받는 중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마다 투자자들이 입은 피해 규모가 다르기에 대응방법이 다를 순 있으나 대부분 내부와 외부에서 예상하는 배상금액을 검토하면서 필요하다면 소송에 대비한 법률 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당국이 제시한 조정안에 은행권과 투자자들 모두 반발하는 모습이다. 은행권의 경우 당국이 제시한 비율이 다소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20%에서 배상이 시작되겠으나 내부통제 부실책임, 불완전 판매 여부에 따라 배상비율이 10%씩 가중된다"며 "은행 입장에선 40%의 높은 배상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부담이 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대다수가 40%의 배상을 받을 시 은행 입장에선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손실 배상비율을 40%로 가정할 경우 국민은행에서만 1조원이 넘는 배상을 해야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어 신한은행에선 3000억원 가량의 배상액을 지불해야 하며, 하나은행과 농협은행 또한 1500억원 수준이다. 

홍콩ELS 2차 집회에 참가한 피해자 (사진 출처= 뉴스1)
홍콩ELS 2차 집회에 참가한 피해자 (사진 출처= 뉴스1)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 레이팅스 또한 은행의 배상비율이 평균 40%일 경우 국내 은행들의 영업이익이 최대 34%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피치는 13일 '한국의 ELS 투자자 보상 추진으로 은행 실적 역풍 가중' 보고서를 통해 "ELS 판매 잔액이 높은 은행이 영업이익 면에서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최소 6%에서 최대 34% 가량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홍콩 ELS 상품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완전 배상을 요구하며 은행권과 당국을 성토하고 있다. 홍콩 ELS 피해자 모임은 이날 정오 서울 서대문구 농협중앙회 본점에서 '대국민 금융사기계약 원천 무효 집회'를 열 예정이다. 

길성주 ELS 피해자모임 위원장은 "해당 조정안은 피해자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으며 은행 입장만 유리하게 반영했다"며 "최소한 비율이 못해도 70% 이상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 등 금융사들은 불완전판매가 일부라고 주장하나 피해자의 90% 이상이 안전하고 손실이 없다는 설명에 속았다"며 "향후 기준이 합당하지 않으면 집단분쟁조정에 들어가고 그래도 안 되면 집단소송 역시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은행과 투자자들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금감원은 앞서 제시한 배상 비율을 그대로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홍콩 ELS 조정안이 다른 사례보다 더 섬세하게 설계됐고, 과거 파생결합펀드(DLF) 때와 비교하더라도 법원의 법리적 판단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게 당국의 기본 입장이다. 

강기훈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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