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금융지주 지배구조에 메스 든 금융감독원..."농협중앙회 입김 빼야" vs "관치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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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금융지주 지배구조에 메스 든 금융감독원..."농협중앙회 입김 빼야" vs "관치하지 말라"
  • 강기훈 기자
  • 승인 2024.03.30 1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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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농협금융지주와 계열사들 검사 실시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 간 지배구조 들여다보는 중
"현 지배구조 금산분리 원칙 위배 소지 있을수도"
"관치금융으로 이어질 수 있어"
NH 농협금융지주
NH 농협금융지주

 

금융감독원이 최근 NH투자증권 대표 선임을 놓고 내홍을 겪었던 농협금융지주를 검사하고 있다. 이러한 금감원의 행보는 농협금융의 지배구조를 들여다보기 위한 조치의 일환이다. 

금감원 측은 농협금융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농협중앙회의 입김이 커 금산분리 원칙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편 금융당국의 압박이 자칫 당국의 경영개입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감원 관계자는 "어떤 특정한 사건 때문에 검사에 나선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최근 금융권에서 터져나오는 내부통제 문제가 농협금융에서도 발생하고 있지는 않은지 여부를 살피고자 검사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이 지난 7일부터 농협금융과 계열사인 NH농협은행, 그리고 NH투자증권에 대한 전방위적인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수시 및 정기검사를 통해 금감원은 농협금융과 계열사들의 지배구조를 면밀히 들여다 보고 있다.

검사의 핵심은 농협금융과 농협중앙회 간의 관계다. 농협중앙회는 지난 2012년 신용사업과(금융) 경제사업(비금융)을 분리하는 이른바 '신경분리' 조치를 단행해 농협금융을 탄생시켰다. 그러나 여전히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의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농협중앙회의 입김이 매우 강한 구조다. 

금감원은 이를 반쪽짜리 신경분리라고 보고 이번 기회에 농협중앙회의 영향력을 줄이겠다는 심산이다. 

우선 금감원은 이번 검사를 통해 구체적으로 농협중앙회가 손자기업인 NH투자증권 인선에 개입한 건이 정당한지 들여다보고 있다. 또 검사 과정에서 농협중앙회를 정점으로 한 지배구조가 자칫 내부통제 부실로 이어지지는 않았는지 따져보는 중이다. 

아울러, 농협금융의 계열사들이 농협중앙회에 지불하던 농업지원사업비 또한 적절하게 쓰여졌는지 검사하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교육지원 사업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이유로 농협금융이 벌어들이는 순이익의 상당부분을 농업지원사업비 명목으로 사용하고 있다.

작년 기준 농협금융은 농업지원사업비로 4927억원을 지불했는데 이는 전체 순이익 2조5774억원 대비 19.1%에 달하는 수준이다.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

 

앞서 지난 21일 이복현 금감원장은 "농협은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이 구분돼 있으나 명확성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잘못하면 금산분리 원칙이 흔들릴 여지가 있어 이를 챙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농협에 대한 금융당국의 광폭행보가 관치금융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 또한 나오고 있다.

실제로 윤석열 정부 취임 이래 금융당국은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의 회장이 인선되는 과정에서 모두 강하게 목소리를 낸 바 있다. 특히 금융당국이 부회장직 제도가 내부출신 중심의 회장 승계 도구로 전락했다는 목소리를 내자 KB금융은 부회장직을 폐지하기도 했다.

또,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에 전방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꼭 나쁜 게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다른 금융지주들과 달리 농협금융이 농업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설립된 만큼, 금융업보다 농업에 더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농협금융이 농협중앙회에 수천억대에 달하는 농업지원사업비를 내는 것도,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 계열사 대표 인선에 목소리를 내는 것도 설립취지를 생각해보면 정당하다는 얘기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물론 농협중앙회의 입김이 거센 것은 표면적으로 언뜻보면 금산분리에 위배된 것같아 보이긴 한다"면서도 "그러나, 결과적으로 농협금융 계열사 CEO들은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적법하게 선임됐고, 농협중앙회의 입김이 내부통제 부실로 이어졌다는 명확한 근거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농협금융이 금융회사이긴 하지만 농민을 위해 탄생한 특별한 배경이 있기에 금감원이 농협을 압박하려면 더욱 특별한 근거로 메스를 대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기훈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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